대기업 골목상권 잠식에 매장 줄이거나 줄줄이 폐점 
“한 달 생필품 매출 20~30만 원 불과”
“숨어있는 상권 발굴‧특화 필요” 

종로3가역 인근에 위치한 나들가게 외부 전경. <사진=서예온 기자>
▲ 종로3가역 인근에 위치한 나들가게 외부 전경. <사진=서예온 기자>

[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매장 절반은 다른 곳에 내줬어요.”(종로3가역 나들가게 점주)

지난 4일 종로 3가역 인근 거리에 위치한 나들가게 점주는 “장사가 잘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장사의 힘듬을 토로했다.

이날 만난 나들가게 점주는 그나마 매출이 나오는 요인은 ‘복권(토토)’뿐이라고 답했다. 동네슈퍼의 주력 상품인 생필품은 찾아오는 사람이 적어 매출이 저조하다는 것.

나들가게 점주는 “과자나 음료수 등 생필품은 하루에 1~2개밖에 팔린다”며 “이로 인해 한 달에 생필품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20~3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저조한 매출에 나들가게 점주는 매장 면적을 줄이고 기존에 판매하던 품목은 필요한 다른 곳에 전달했다. 늘어나는 편의점과 대기업슈퍼마켓(SSM)에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를 지켜보던 서울시 한 시민(남성, 33세)은 “골목상권 살리기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나들가게가 사라지는 이유에는 편의점 등 대기업 자본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이 떠나 상권이 줄어든 것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나들가게를 비롯해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지금과는 다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차라리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상권을 찾아 발굴하고 이를 특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들가게는 ‘정이 있어 내 집같이 드나들 수 있는, 나들이하고 싶은 가게’라는 뜻으로 중소기업청이 2010년 1월 대형 할인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슈퍼를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마련한 명칭이다.

중소기업청은 나들가게로 전환하는 동네슈퍼를 대상으로 간판교체 및 POS 기기 및 시스템 설치 등을 진행해 점포수를 늘려왔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비롯해 편의점, SSM 등 대기업 점포 출점이 늘면서 문을 닫는 나들가게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정우택 의원(자유한국당)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2017년 6월까지 문을 닫거나 운영을 취소한 나들가게는 총 2215곳이다. 전체 나들가게 수 역시 줄고 있다. 2013년 9111개였던 나들가게는 이듬해 9062개로 줄었다. 2015년에는 8541개, 지난해에는 8325개, 올 6월까지 살펴보면 8102개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이들이 폐업을 선택한 이유로는 나들가게에서 편의점(19.9%)과 일반슈퍼마켓(24.7%)로의 전환이 가장 많이 꼽혔다. 타업종 전환은 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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