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주역 중 한 명인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석방됐다.

지난해 1월 21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된 지 562일 만이다. 

김 전 실장은 6일 새벽 구속 기간 만료로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와 귀가했다.

이날 0시 5분께 양복 차림으로 서류봉투를 손에 든 김 전 실장은 꼿꼿한 걸음걸이로 동부구치소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김 전 실장이 출입문을 나서자 석방에 반대하는 시위자들과 취재진이 함께 몰려 혼란이 빚어졌다. 김 전 실장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타고 현장을 떠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왕(王)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세를 떨친 김 전 실장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월 21일 새벽 구속 수감됐다.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로 유죄로 인정돼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5일 자정을 기해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움에 따라 석방됐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구속취소 결정을 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의 세월호 보고조작 사건과 보수단체 불법 지원 사건 재판을 각각 맡은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에 공소유지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블랙리스트'는 지난 2014년 문화계 인사에 대한 검열과 지원배제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문건으로, 여기에는 총 1만명에 육박하는 문화예술인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무성했던 문건의 제작 과정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면서 자세히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퇴임 직전인 2014년 6월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당시 교육문화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해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가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블랙리스트 인사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이다.

한편 SBS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어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집중 취재 했다.

지난해 1월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에게 '왕실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실질적으로 청와대 권력을 장악한 '공식 실세'로 평가 받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시의 주체는 바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長). 박정희-박근혜 2대를 최측근에서 보필한 김 전 실장은 누구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정치권력의 핵심 자리를 지켜왔다.

비망록은 김 전 실장이 국정농단 핵심 공범임을 입증해 줄 증거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을 모를뿐더러 심지어 비망록의 ‘長’ 역시 모두 본인의 지시사항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여러 증인들과 정황들을 집중 취재한 결과 김 전 실장의 말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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