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종전선언’ 가치 재조정이 발단, 북·미에 낀 한국 ‘종전선언’ 외교 본격화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7월 27일 북한은 6.25 전쟁 중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로 송환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7월 27일 북한은 6.25 전쟁 중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로 송환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7월27일을 기해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송환했다. 또 북한이 최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일부 시설을 해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액션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 고비, ‘6.25전쟁 종전선언’ 턱밑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돌던 북미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미군 유해 송환은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이며 동창리 ICBM 엔진시험장 폐기는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구두 약속이다. 

단계·동시적 행동을 강조해온 북한이 ‘종전선언’을 회피하는 미국에게 먼저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해 ‘종전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한 셈이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정상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고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는 달리 구속력이 약한 ‘정치선언’이자 ‘평화협정 체결’의 입구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에 쉽사리 응해줄 분위기가 아니다.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 진도가 모든 핵프로그램과 핵물질·시설 전체리스트 신고단계에 진입해야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소강국면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이후 도드라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6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이틀간 북미 고위급회담을 진행했지만 ‘북한의 비핵화 선제조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 등의 신고범위와 검증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룰 북미 공동 실무기구인 ‘워킹 그룹(실행 그룹)’을 만들기로 합의하는 선에 그쳤다. 6.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기대했지만 이는 불발에 그쳤다. 김정은 위원장도 만나지 못했다. 미국 의회와 언론은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빈손 외교’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북한은 반대로 폼페이오 장관이 ‘빈손’으로 온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폼페이오 장관이 돌아간 7일 밤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하길 원했다. 동창리 ICBM 엔진시험장 폐기와 미군 유골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종전선언’은 다음 단계의 조치사항으로 미룬데 대한 강한 실망감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북미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폐기에 들어갔고  미군 유해 송환도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진행했다. 새로운 국면을 맞아 북미협상으로 ‘종전선언’을 얻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美, ‘종전선언’ 전략적 가치 재조정, ‘제재 완화’로 北 비핵화 차질 우려

비핵화를 실천하는 주체는 북한이고 상응하는 체제안전 보장조치를 하는 쪽은 미국이다. 그런데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ICBM 엔진시험장 폐기에 상응한 조치로 예상됐던 미국의 ‘종전선언’ 교환이 어긋난 것은 ‘종전선언’을 바라보는 미국의 태도 변화 때문이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25전쟁 종전선언을 가볍게 생각하면서 접근했다가 6.12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태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벌어진 사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27 남북정상회담 전인 4월17일 “남북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면서 ‘연내 종전선언’ 추진에 동의했다는 의미다. 4.27 판문점선언이 나온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에 “한국전쟁이 끝날 것(KOREAN WAR TO END)”이란 글을 올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이행’을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1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접견한 뒤 “우린 한국전쟁을 끝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서를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우린 (북미정상)회담 전에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낳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가 바뀐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6월 7일(미국 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종전선언)은 가장 쉬운 부분이다. 어려운 부분은 그 다음에 남겨져 있다”고 말하면서부터다.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문제가 부상하면서 전략적으로 다시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 귀결은 미국으로 하여금 ‘종전선언’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게 했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로 가는 입구(入口) 이상의 정치적 의미로 바라보게 됐고 ‘종전선언’ 이후 뒤따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경협의 가속화도 우려했다. 미국은 북한이 이를 이용해 비핵화 진행속도를 늦출 경우 손을 쓸 수 없는 ‘압박수단’을 상실할 것으로 봤다.

종전선언은 또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이 중국과 함께 이 문제를 들고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에 미국은 북한의 유해송환과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조치만으로 ‘종전선언’을 내 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또 미국은 70년 북미 적대청산의 정치적 선언이라면 ‘종전선언’이 아닌 ‘6.12 정상회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패권국가 대통령이 적성국가인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진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한 ‘적대 청산’의 입구를 연 것이라는 생각이다.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근거가 없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을 믿지 못하고 있다. 풍계리와 동창리의 조치는 이벤트용이란 의심을 깔고 있다. ‘종전선언’과 ‘제재완화’가 이뤄질 경우 북한은 경제적 숨통을 트면서 다시 비핵화 시간표를 되돌리려 할 것이란 불신이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중·북러 국경제재가 완화된데 대한 불안감도 더해졌다.
  
이에 미국은 ▲핵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핵프로그램 전체 리스트 신고 ▲비핵화 타임테이블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등의 요구사항을 북한에 제시해 ‘종전선언’의 문턱을 높였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 행정부가 사용한 ‘전략적 인내’에 들어가겠다는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7월25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비핵화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 ‘인내하는 외교’(patient diplomacy)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 지점이다. 그 일환으로 남북경협 속도를 제어하려 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과도 직접 통화한 것도 이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말까지 북한의 CVID를 이루는 것”이라며 “이것이 헛되이 질질 오래 끌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인내’가 오래 가진 않을 것이며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종전선언’이 9월 유엔총회 등 조기에 이뤄지기 위해선 북한이 더 행동하라는 압박이다. 여기엔 11월 중간선거도 겨냥했다.

본격 비핵화 실천 전 ‘종전선언’ 요구한 北, 文대통령 향해 볼멘소리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외교를 성토하면서도 북한은 자신의 약속한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조치를 들어갔다. 6.12 정상회담 약속은 이행했다는 명분을 가져가는 선택을 해 향후 북미협상의 포석을 깔았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한 것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입구로 봤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 시험 중지, 즉 핵동결 조치로 받아낼 것으로 예상했다가 미국의 보다 진전된 핵물질과 시설에 대한 신고와 검증 요구에 막히면서 북한의 협상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으로선 미국의 요구를 받아 비핵화조치에 보다 진전된 실천에 나서기엔 북한 내부, 특히 군부의 반발을 감수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을 믿고 선제적으로 핵을 포기한다는데 대한 불신이 강하다. ‘종전선언’은 이에 대한 보장조치란 점에서 북한 내부를 단속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종전선언’이란 체제보장의 ‘입구’를 열어야 비핵화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미루고 비핵화 실천만 강요하면 ‘리비아식 해법’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날강도’라고 비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또 북한에게 ‘종전선언’은 대북제재 완화의 출발점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북미 종전선언은 유엔 대북제재조치 해제와 맞물려 있다. 게다가 남북경협과 북중경협에 속도를 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종전선언’은 정치적으로 북한이 핵 포기에 나서는 출발점이자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우선주의로 노선을 변경했다.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올 4월에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면서 경제개발노선을 천명한 것도 ‘종전선언’이 조기에 이뤄질 것을 기대한 측면이 강했다. 

이러한 기대는 무산됐지만 북한은 북미협상의 판을 깨기보다는 북미협상의 틀을 다시 가다듬는 선택을 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북한은 지난 7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이후 추가적인 대미 비방은 자제하면서 새로운 협상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에 당한 분풀이를 한국에다 쏟아냈다. 북한은 7월 20일 관영매체 <노동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협상이 교착국면에 이른데 대해 북한과 미국에게 “국제사회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주제 넘는 발언”, ‘제 처지도 모르는 희떠운 ‘훈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비난과 ‘미국과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대북제재 압박공세에 동조’하고 있다면서 “남조선당국이 민심에 떠밀려 관계개선이라는 면사포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순한 대결시대의 사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한마디로 남한이 보다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경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구다.

또 북한은 같은 날 대남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북한 식당 종업원 문제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직접 공격했다. 남북경협을 책임진 부처의 장관을 직접 공격한 것은 남한이 미국에 매이지 말고 독자적으로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라는 우회적 요구에 가까워보였다.

북한의 이러한 메시지는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와 이후 6.12정상회담, 그리고 폼페이오와의 북미고위급회담 등으로 북한은 ‘북미협상’을 기본 축으로 해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를 도모하려했지만 북미 상호불신에 막히자 다시 한국의 등을 떠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자신의 대비 협상력을 높이려는 행보도 강화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일에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 사망자 묘역을 찾아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묘를 찾아 추모했다. 미국에 대한 대북제재 완화 공조체제 강화다. 

북·미 양쪽 사이에 낀 한국, ‘남북미중 종전선언’ 외교 본격화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3일 ‘싱가포르 렉처 강연’에서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3일 ‘싱가포르 렉처 강연’에서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청와대]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3일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는 북한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는 미국, ‘종전선언’이 나와야 체제 내적으로 비핵화에 진도를 뺄 수 있다는 북한, 양쪽을 향해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렉처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북미협상에 대해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과 적대관계 종식을 서로 맞바꾸기로 한 것”이라면서 “만약에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6.12 북미회담에서)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얘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 대통령의 태도를 두고 북한은 ‘한미공조’ 우선이라며 반발하며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운전자’ 노릇을 제대로 하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미국 또한 한국이 동맹을 외면하고 북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냔 따가운 시선과 함께 러시아를 통한 북한산 석탄 우회 반입을 문제 삼으며 남북경협 속도에도 제동을 가했다.

한국은 오히려 북한과 미국 양쪽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으면서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것처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두 축’의 선순환론을 제기했으나 북미협상이 꼬이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7월20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으로 보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게 했다. 북미협상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한미간 협의에 들어간 것이다.

또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추진’을 공식화했다. 강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한의 핵폐기를 추동하게 될 것”이라면서 “가급적 조기에 종전선언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등 관계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장관은 “종전선언은 비핵화 대화를 계속 견인해나가기 위한 정치적 선언의 성격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의 ‘주가’를 낮춰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또 ‘종전선언’이 북한의 핵 신고·검증절차에 돌입을 앞당기는 역할에 복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에 8월 중 종전선언 가능성도 언급되며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다. 또 여의치 않으면 남북미중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방식이 아닌 보다 낮은 차원에서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종전선언’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정치 역학상 ‘체제안전 보장’은 미국 몫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강 장관은 8월 초 남북미중 4국 외교 수장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종전선언’을 두고 치열한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6.12회담 합의사항인 동창리 발사장 해체와 미군 유해 송환을 이행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있어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으로선 북한의 2가지 조치를 넘겨받은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4일(현지시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같은 날 미·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에 완전하게 부합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7일 미군 전사자 유해가 북한 원산에서 오산으로 송환되자 미국 백악관은 “김 위원장은 미군 유해를 송환하겠다고 대통령에게 한 약속의 일환을 지켰다”며 “평화 구축을 위한 대담한 첫 발걸음을 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6.12합의사항 이행에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종전선언’에 대해선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다. 미국이 요구한 다른 2가지 ▲핵미사일 전체 리스트 신고 ▲비핵화 타임테이블을 내놓으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한국은 미국에게 ‘종전선언’으로 미국을 요구한 북한의 비핵화 실천을 촉진시키자고 제안하는 셈이다. 북한이 비핵화 프로그램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순서의 문제’라는 입장이기에 협상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실천사항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자는 접근이다. 

한국의 제안을 두고 미국은 마냥 무시할 순 없는 입장이다. 6.12 공동성명에서 4.27판문점선언 이행, 즉 연내 종전선언 목표에 공감했다. 또 북미 적대청산의 역사적 이정표인 6.12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마냥 틀어막는 것도 모순이다. 중국·러시아 뿐 아니라 한국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11월 중간선거와 트럼프 행정부 1기 내 북한 CVID 완료라는 시간표도 감안해야 한다. 빠른 북한 비핵화로 가는 절차로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활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지금의 북미 간 진통 거의 막바지 단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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