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제공>
▲ <사진=삼성생명 제공>

[폴리뉴스 김하영 기자]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안을 부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삼성생명 이사회는 “이번 사안은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상품 가입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하여 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고 했다.

삼성생명은 일부 차액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당초 금감원의 지급 요구액 4300억 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즉시연금 사태’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약관 사업비 공제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연금 지급액을 줄였다”는 민원을 제기해 지난해 11월 금감원으로부터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아내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고객에게 설명한 약관에는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뗀다는 규정이 없다”며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라고 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고, 산출방법서에는 해당 내용이 쓰여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약관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발생할 경우, 보험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막상 약관상으로 문제가 생기니까 소송을 택했다”며, “보험 약관에 구체적인 보험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 온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객 보호를 내세워 당장 급한 불만 끄고, 시간 끌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적 소송으로 가게 된다면 금감원도 대법원 결론이 날 때까지 보험사를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즉시연금 사태에 대해 “일괄구제가 안되면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다”며, “일괄구제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을 주지 않다가 금융당국의 압박에 지난해 전액 지급하고 일단락 된 바 있는 ‘자살보험금 사태’가 되풀이되는 꼴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논란은 지난 2001년 한 보험사가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내용을 약관에 실수로 넣으면서 시작됐다. 이를 다른 보험사들이 베껴 판매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 ING생명을 시작으로 보험사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고, 이후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보험사들은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버텼다.

이후 대법원은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 전액 지급을 요구했다.

수년간 끌어오던 자살보험금 사태는 미지급금 지급과 교보생명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삼성·한화생명 기관경고의 제재를 받고서야 지난해 5월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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