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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이 62세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세상을 등졌다.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정치 밥 먹은 지 18년이다. 하지만 이처럼 황망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충격은 여전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안고 간다는 사람들은 늘 영혼이 맑았다고 평가를 받는 것도 씁쓸하다.

노회찬 의원하면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 오재영 전 보좌관이 있다. 오 전 보좌관은 노회찬 의원의 선거 조직을 관리했다. 그는 오랫동안 민주노동당 중앙당 조직실장을 지냈다. 민주노동당 창당부터 중앙당에서 전국의 조직을 총괄해왔으며, 진보정치 쪽에선 진보정당 조직의 ‘실무책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민주노동당의 ‘영원한 조직실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조직업무에 전담하던 오 전 보좌관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이후 줄곧 노회찬 의원을 보좌해왔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달리했다. 과로사라는 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 노회찬 의원도 그가 사망한 날 내내 빈소를 지키고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의 나이 50이었다.

그가 죽은 지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났지만 노 의원은 그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동지에 대한 예우였다. 그래서 노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의원실에는 통상 보좌관이 두 명이어야 하지만 한명만 있다. 그가 여야를 떠나 영혼이 맑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보좌진도 국회를 떠나야 한다.

또 하나는 삼성x파일 사건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노 의원은 이듬해 8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밤의 대통령’이라는 삼성에게 정면도전을 한 셈이다. 당시 정보를 준 이상호 MBC 전 기자는 “MBC 사장, 보도국장을 비롯해 보도를 반대하는 수뇌부를 상대로 10개월간 싸워 보도에 성공했다”며 “하지만 뇌물을 받은 검찰 간부들의 명단은 실명으로 보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적었다.

정치권이 모두 삼성의 눈치를 보고 있을 당시 유일하게 연락해온 인사가 바로 노회찬 의원이었다. 노 의원은 명단을 받자마자 바로 실명으로 공개했다. 후폭풍은 상당했다. 하지만 노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상호 전 기자는 노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며 “삼성장학생들이 국회에서 검찰에서, 언론계에서, 학계에서 자기 잇속을 취하며 비틀거릴 때 홀로 당당하게 재벌개혁을 외쳤던 정치인”으로 그를 기억했다.

노 의원의 의정활동도 평가를 받고 있다. 7년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법률안 945건을 포함, 모두 1029건의 의안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39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표발의만 따지면 127건을 발의해 7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표적인 법안이 호주제 폐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진보적 의제들이 그의 손을 거쳐 현실화됐다.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법안은 7월 5일 대표발의한 ‘특별활동비 폐지법’(국회법 개정안)이었다. 국민들의 혈세를 정치인들이 ‘쌈짓돈’, ‘제2의 월급’, ‘눈먼 돈’처럼 쓰는 것에 대해 분노한 노 의원이 폐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신이 이뤄낸, 이루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인데 불법정치자금 4천만 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본인도 유서에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 민심은 ‘노회찬이 자살할 정도면 국회에 살아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혼이 맑은 사람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는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것이지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정치권에 어려운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분명한 것은 노회찬은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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