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룡(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강봉룡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 강봉룡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강봉룡(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폴리뉴스=홍정열 기자]

‘섬의 날’ 제정 경과

 2018년 2월 28일 ‘섬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안건이 포함된 ‘도서개발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8월 8일dl ‘섬의 날’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제1회 섬의 날 기념식은 2019년 8월 8일에 거행하기로 하였다. 이번 ‘섬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은 세계 최초의 일로서, 우리나라 섬 정책의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섬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과정을 간략히 소개한다. 도서문화연구원의 홍선기 교수가 2016년 1월에 신문 기고를 통해서 처음 ‘섬의 날’ 제정 필요성을 처음 제기하였다. 목포MBC는 이를 받아 창립 48주년을 맞아 8월 16일 ‘섬의 날’ 제정을 주제로 기념 특집뉴스를 꾸렸고, 8월 23일에는 ‘섬의 날을 제정하자’는 주제로 특집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당시 이낙연 지사는 9월 5일 전국시도지사총회에서 ‘섬의 날’ 제정을 국가에 건의하는 안건을 상정하여 만장일치로 의결하였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이를 이어받아 ‘섬의 날’ 대국민공모(2017년 1월 25일~2월 24일)에 나섰고, 3월 8일 국회 공청회를 거쳤다. 그리고 2018년 2월 8일 ‘섬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 관련 법안을 박지원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확정되었다.

그간의 섬 정책에 대한 성찰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섬은 고립의 공간, 천시의 대상이었다. 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작용하였고, 국가의 정책적 관심도 미미했다. 조선시대에 해양을 금지하는 ‘해금정책’과 섬에서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한 ‘공도정책’이 장기지속 시행되었고, 이것이 역사의 관성이 되어 오늘날까지 부지불식간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결과라 생각된다.

 그러던 섬이 국가정책의 대상으로 본격 부각된 것은 1986년에 ‘도서개발촉진법’이 제정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이 법에 의거해 1988년부터 ‘제1차 도서종합개발10개년계획’(1988~1997)이 입안되어 시행되었고, 이후 제2차(1998~2007), 제3차(2008~2017)로 이어졌으며, 2018년부터 4차 10개년계획(2018~2027)이 시행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섬 개발정책은 도서개발촉진법과 도서종합개발계획에 따라 30년 동안 장기간 시행되었고, 앞으로도 10년 단위로 계속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 만큼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먼저 섬 지역의 여러 편의시설(연륙・연도교, 선착장 시설, 도로, 둘레길, 마을회관, 공중목욕탕 등)이 확충되었고, 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가고 싶은 섬’, ‘찾고 싶은 섬’을 가꾸려는 정부 유관 부처 및 지자체의 의지가 새롭게 고양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섬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먼저 섬 개발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간 섬 개발정책은 섬을 낙후지와 오지로 인식하여 이에 대한 시혜적(施惠的) 관점에서 이루어져서 주로 편의시설(하드웨어) 확충에 집중되는 바람에, 섬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섬 개발정책을 장기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섬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및 무인도화의 진행 속도는 늦추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근래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50년 후에 현 유인도의 6.7%가 무인도화 되리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일부 섬들은 방치되어 황폐화되기도 하고, 수도권 주위 섬의 경우에는 난개발의 폐해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찌 할 것인가? : ‘섬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무엇보다 섬을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섬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관심의 범위를 ‘주민의 섬’에서 ‘국민의 섬’으로 확산・전환시키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섬 인구의 노령화와 무인도화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섬의 문제를 섬 주민들의 문제로만 제약한다면 섬을 살리기는 무망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수시로 섬을 찾도록 하는 섬 관광의 관점은 물론, U턴이나 I턴을 통해 섬으로 이주하여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섬에 대한 관심을 널리 국민들에게 확산시키고 섬의 정주 여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섬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은 이를 위한 획기적인 촉매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근래에 중앙 부서는 물론 섬을 보유한 지자체에서 ‘가고(찾고) 싶은 섬’ 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섬 살리기에 현저히 부족하다. ‘가고 싶은 섬’(관광) 이전에 ‘살아있는 섬’(자연생태 보존), ‘살기 좋은 섬’(경제 활성화), 살고 싶은 섬‘(문화와 복지)을 만드는 복합적인 섬 정책이 병행・추진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섬의 날’이 확정된 2월 28일에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김부겸 장관이 발표한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장관은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섬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지와 낙후지의 대명사로 인식해 오던 섬에 대하여 그 자체의 가치를 적극 활용하여 섬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천명한 역사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문명사적 인식의 전환과 철학적 방향 정립이 긴요하다.

문명사적 인식의 전환과 철학적 방향의 설정 : ‘6차 산업’의 메카로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류문명은 몇 차례 혁명적 진보를 이룩하였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 20세기 이후에 전기에너지의 보급으로 2차 산업혁명이, 20세기 말기 이후에는 컴퓨터의 일상화로 3차 산업혁명이 촉발되었다. 그리고 현하 21세기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로 4차 산업혁명이 폭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산업혁명의 주기는 획기적으로 짧아지고, 그 속도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산업혁명)은 생활의 획기적 편리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인간성의 위기와 인간 삶의 토대인 자연생태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처음 ‘인간의 소외’를 논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인간의 무용지물화(無用之物化)’를 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자연의 훼손과 황폐화’를 논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자연의 역습과 보복’을 걱정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과 자연에 ‘칼날의 양날’로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듯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직면한 우리 인간들은 어떠한 철학적 방향 설정을 해야 할 것인가? 전자-생활의 편리-는 향유하되, 후자-위기와 붕괴의 상황-는 조율・견제하는 양면적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섬 정책을 통해서 위기와 붕괴의 상황을 조율・견제하는 후자의 방향 설정에 집중하면서, 이를 새로운 트랜드의 산업 창출로 연결시켜 갈 것을 제안한다.

 섬과 다도해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트랜드의 산업은 바로 ‘청정 기반의 6차 산업’이다. 그렇다면 ‘청정 기반의 6차 산업’이란 무엇인가? 청정을 기반으로 하는 1차 산업과 이를 친환경 시스템으로 가공하는 2차 산업, 그리고 이러한 1・2차의 생업현장을 체험하고 힐링하고 건강을 챙기는(health care) 3차 산업을 유기적으로 융복합하자는 개념이다.(1차+2차+3차=6차 산업)

 우리나라에서 섬과 다도해는 ‘청정 기반 6차 산업’ 실현의 최적지이다. 섬은 오랫동안 천시의 대상으로 방치되어,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청정 자연생태의 환경을 비교적 잘 보존할 수 있었다. 섬과 다도해의 청정 환경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인간의 무용지물화’와 ‘자연의 역습 및 보복’이라는 문명사적 위협을 견제・조율할 ‘인간과 자연의 선순환’이라는 가치를 내포한다. 더 나아가 이는 새로운 트랜드의 산업(‘청정 기반의 6차 산업’)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 자원이 된다.

 섬과 다도해를 ‘6차 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일은 앞서 김부겸 장관이 선언한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섬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 나가는’ 유력한 길이다. 또한 문재인대통령이 ‘적폐청산’과 함께 국정지표의 한 축으로 제시한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유력한 실천 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새로운 기관 설립과 체제의 정립이 요청된다.

새로운 싱크탱크 설립과 체제의 정립 : (가칭) ‘섬발전연구진흥원’

 현재 우리나라의 섬 정책 시행 부처는 크게 3원화 혹은 다원화 되어 있다. 무인도서는 해양수산부가, 유인도서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가 반분하여 관할한다. 거기에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이 각기 섬에 대한 간헐적인 소관 업무를 관장한다. 섬 정책을 통일적으로 입안하고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길 싱크탱크 내지 컨트롤타워가 현재로선 없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국가의 싱크탱크로서 (가칭)‘섬발전진흥원’ 혹은 ‘섬정책연구원’을 셰계적인 다도해역이 위치한 서남권(목포권)에 설립할 것을 처음 제안하였다. 이후 근래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섬 전담 연구기관’의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총리실은 제41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행정안전부의 제안을 받아 ‘섬 발전 추진대책’을 의결하면서 (가칭)‘섬발전연구진흥원’의 설립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섬 정책의 실행과 구현을 위하여 싱크탱크 내지 컨트롤타워로서 섬 전담 연구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섬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이후에 이렇듯 의미있는 제안의 움직임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일단 주목할 일이다.

서남권에 ‘섬의 수도’, ‘섬의 메카’ 구현 : 국가균형발전을 위하여

 섬 연구 전담 기구, (가칭) ‘섬발전연구진흥원’을 어디에 설립할 것인가? 필자는 서남권에 설립할 것을 제안하며, 그 이유와 명분을 덧붙인다.

 전라남도는 우리나라 섬의 65%가 밀집되어 있고, 서남권은 전라남도 섬의 64%(목포시・신안군 40%, 진도군 12%, 완도군 12%)가 집중된 세계적인 다도해 해역을 품고 있다. 또한 1981년에 지정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중심 해역에 해당하고, 2009년에는 신안군 다도해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설악산과 제주도에 이어)로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서남권 다도해 해역은 역사적으로도 의미심장하다. 몇몇 대표적인 사례만을 들어보자. 9세기에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건설하여 동아시아 해양무역을 석권하였고, 13세기에는 중국 영파항을 출발한 대규모 청자 무역선(‘신안선’)이 일본으로 향하던 중 신안군 증도 해역에 좌초되어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16세기 말 정유재란 때는 진도 해역의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기적의 승리를 거둔 바 있었고, 이어 완도 고금도에서 이순신 장군과 중국의 진린 제독이 최초의 ‘조명연합함대’를 결성하여 최후 노량해전을 위한 준비를 하기도 하였다.

 서남권의 중심도시 목포는 일제강점기에 서남권 다도해역의 에너지를 결집하여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해륙중계도시(海陸中繼都市)’로 급성장하여, 1930년대 한때 전국의 6대 도시, 3대 항에 랭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해방 이후 중국이 공산화되어 서남권 다도해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국가의 기간 산업시설은 일본과 미국으로 통하는 동남권으로 집중되었고, 서남권은 쇠퇴를 면치 못하고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제 1992년 이후 중국과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중국으로 통하는 황해의 바닷길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리고 근래에 국가적 차원에서 섬 정책이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서남권 다도해 해역은 그 잠재력과 가능성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동남권(부산권)은 ‘대한민국 해양의 수도’로, 서남권(목포권)은 ‘대한민국 섬의 수도’로 각기 자리매김하여 국가 균형발전을 추동하는 양축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실제 매일신보는 1926년 11월 15일자 기사에서 목포를 ‘808개 島의 수도’라 명명한 바 있다.

 부산에 구축된 ‘해양 클러스터’와 짝하여 목포권에는 (가칭) ‘섬발전연구진흥원’을 설치하고, 이를 세계적인 ’섬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구심점으로 삼는다면 국가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편 서남권 중심대학 국립목포대학교에는 35년간 섬 연구에만 매진해 왔고, 근래 20년간은 국책 섬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여 큰 성과를 올린 도서문화연구원이 있다. 그간 도서문화연구원은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와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을 양축으로 운영하면서 국내외 도서해양 연구자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해왔고, 국내 최고의 국문 섬 전문학술지(한국연구재단 등재지)인 『도서문화』와 세계 최고의 영문 섬 전문학술지(Scopus 등재지)인 『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를 발간하고 있다. 또한 후진 양성을 위한 세계 유일의 ‘도서해양문화학’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가칭)‘섬발전연구진흥원’을 이와 연계하여 서남권에 설립한다면 도서문화연구원이 축적해온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서문화연구원의 인프라와 노하우는 어느 하나도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는 것으로서, 이들은 (가칭) ‘섬발전연구진흥원’의 출범 과정에서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험고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有’에서 ‘더 큰 有’로 발전시키는 수월성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1) 이 글은 제9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2018년 7월 6일~7일, 안산) ‘융합이슈토론’의 토론주제로 발표한 글을 약간 수정하였다.>>

홍정열 기자 hongpe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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