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하영 기자] 수년간 지속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일단락된 가운데,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미지급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며,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목돈을 넣어두면 일정한 이율에 따라 매달 연금을 받고, 만기 시 원금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다.

보험사들은 가입자가 낸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제외한 금액을 적립해 약정한 공시이율 또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금액을 매달 연금으로 지급한다.

보험사들은 만기가 되면 가입자에게 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사들은 가입자가 낸 돈을 운용해 번 수익을 모두 연금으로 주지 않고, 매달 일부를 떼서 적립하는 방식으로 만기환급금 재원을 만들어 왔다.

보험사들은 처음 사업비 등으로 제외했던 금액을 만기까지 채워 넣기 위해 매달 수익의 일부를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가입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따라서 이자수익이 줄어들거나 금리가 낮아져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가입자가 받는 연금이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보험사들은 최저이율에서 적립금을 제외한 만큼의 연금액을 지급했고, 그 과정에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최저보증이율에도 미치는 못하는 연금액을 받게 된 셈이다. 가입자들은 “매달 받는 연금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해 일정액을 떼어 적립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통해 “보험사가 약관에 ‘연금 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며, 민원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분조위는 보험사에게 즉시연금 보험약관에 따라 과소지급한 연금액과 이자 등을 추가 지급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즉시연금 약관에는 연금액 산정과 관련해 ‘연금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만 명시돼 있고, 산출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약관에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했고, 산출방법서엔 ‘사업비를 뗀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 상품의 경우 공시이율이 높으면 만기보험금 재원이 적게 설정돼 보다 많은 연금이 지급되지만, 공시이율이 낮을 경우엔 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산출방법서에서 이같은 구조를 설명하고,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산출방법서를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은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환급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화생명도 다음달 10일까지 지급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앞서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논란은 지난 2001년 한 보험사가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내용을 약관에 실수로 넣으면서 시작됐다. 이를 다른 보험사들이 베껴 판매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 ING생명을 시작으로 보험사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고, 이후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보험사들은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버텼다.

수년간 끌어오던 자살보험금 사태는 미지급금 지급과 교보생명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삼성·한화생명 기관경고의 제재를 받고서야 지난해 5월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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