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경상남도 하동의 지리산 자락에는 치매를 앓는 노모를 모시고 펜션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동갑내기 부부가 있다.

딸 이미란(56) 씨와 사위 문봉두(56) 씨가 그 주인공이다.

산을 좋아했던 미란 씨는 나이 50이 되면 지리산에 가서 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하지만 도시에 정착해 직장생활을 하던 부부가 하루아침에 산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런데 갑자기 지리산으로 오게끔 해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란 씨의 어머니 강순조(81) 씨다.

10년 전부터 치매를 앓은 어머니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 어머니를 잘 돌볼 수 있는 환경은 한적한 시골이라는 생각으로 부부는 지리산으로 가겠단 계획을 앞당겨 실행에 옮겼다.

술과 풍류를 좋아했던 이미란 씨의 아버지 이영윤 씨.

미란 씨의 어머니 강순조 씨는 그런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며 4남매를 키웠다.

'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평생을 부지런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순조 씨.

일흔이 넘은 나이까지 일에 몰두할 정도로 건강하고 총명했던 순조 씨가 남편의 죽음 전후로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남편이었지만 그의 뒷모습이 남기고 간 그림자마저 사랑했던 순조 씨였다.

그런 남편의 죽음이 지울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인데...결국 치매 판정을 받은 순조 씨.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미란 씨 부부는 가까운 거리에서 지내며 순조 씨를 보살폈지만, 복잡한 도시에서 팍팍한 일상에 치이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유독 산을 좋아했던 미란 씨는 늘 물 좋고 공기 좋은 산골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꿈꿨다.

자식들을 독립시키고, 은퇴할 나이가 되면 지리산 자락에서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가슴에 품었던 미란 씨..그런데 어머니 덕분에 그 꿈을 일찍 이룰 수 있게 됐다.

치매 앓는 어머니를 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 모시기 위해 부부는 급히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으로 들어온다.

# 아기가 된 우리 엄마

부부의 일상은 순조 씨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일만큼 손이 많이 간다.

순조 씨의 기분이 맑은 날에는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내지만 조금이라도 심기가 불편한 날이면 미란 씨는 종일 어머니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데...

그럴 때면 사위 봉두 씨가 나선다.

순조 씨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면 화가 났던 순조 씨도 금세 웃음을 되찾는다.

집 찾아, 엄마 찾아 마을 이곳저곳을 배회하곤 하는 순조 씨, 한밤중에 사라진 어머니를 마음 졸이며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이제는 누구보다 순조 씨의 상태를 잘 알고 도움을 주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버럭 화를 내 부부를 당황스럽게 하는 순조 씨지만 미란 씨는 아기가 된 어머니를 정성으로 보살피며 자신이 받았던 한결같은 사랑에 대해 보답하려고 한다.

미란 씨는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어머니의 모든 기억이 흐릿해지는 그 날이 와도 자신의 얼굴만큼은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기를.


# 어머니의 선물

지리산에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가슴에 종양이 발견돼 큰 수술을 해야 했던 미란 씨.

주위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항암 치료를 권유했지만 미란 씨의 걱정은 온통 순조 씨뿐이었는데...

항암 치료를 하는 대신 미란 씨는 공기 맑고 쾌적한 지리산에서 건강을 되찾아갔다.

뭐든지 빨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조급한 성미에 예민하고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미란 씨는 한적한 지리산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좋아하는 산에 오르며 훨씬 여유롭고 편안해졌다.

한평생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기대는 법도, 아픔을 나누는 법도 모르고 살아온 어머니를 지켜보며 미란 씨는 지난 세월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어머니가 아낌없이 주신 사랑, 조건 없는 희생, 쓸쓸하고 고단했을 삶...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앞으로 남은 시간만큼은 후회 없이 보내고 싶은 미란 씨.

아기가 된 어머니를 정성과 사랑으로 보살피며 함께 지내는 시간이 미란 씨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애틋하다.

어머니를 위해 선택한 길이었지만 덕분에 미란 씨는 꿈에 그리던 삶을 찾아가고 있다.

어머니가 주신 선물 같은 삶 속에서 미란 씨는 오늘도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1부 줄거리(7월 9일 방송)

치매를 앓는 미란 씨의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접고 지리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미란 씨와 봉두 씨 부부.

암을 앓았던 미란 씨는 공기 좋은 곳에서 사는 게 모두 어머니의 덕이라 여긴다.

그런데 저녁 무렵만 되면 자꾸 밖으로 나가시는 어머니.

혹여나 길을 잃어버리실까 봐 주소를 써서 외우게 하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화를 내신다.


2부 줄거리(7월 10일 방송)

며칠 후, 어머니가 계신 하동으로 놀러온 여동생 미경 씨.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경 씨는 언니와 형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미경 씨가 돌아간 뒤, 갑자기 우울해하던 어머니는 몰래 집을 빠져 나간다.


3부 줄거리(7월 11일 방송)

어머니가 복지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펜션 일을 하는 부부.

일을 마친 봉두 씨는 오랜만에 이웃들과 술을 마시고, 어머니는 그런 사위가 못마땅한지 싫은 소리를 하신다.

며칠 뒤, 미란 씨 부부는 어머니의 치매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7월 12일 방송)4부 줄거리

10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순조 할머니. 정기 진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는데...

딸 미란 씨와 사위 봉두 씨의 보살핌 덕에 다행히 진행이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며칠 후, 창원에 사시는 봉두 씨 부모님이 아들네 집에 방문하시고,  복지관에서 돌아온 순조 할머니는 오랜만에 사돈과 마주하게 된다.

연출 :  조우영

글 :  정수연

촬영 : 임한섭

조연출 :  김일호

취재작가 :  박은지


방송일 : 2018년 7월 9일(월) ~ 7월 13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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