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기무사 문건’을 ‘기무사 개혁’의 틀에서 해결하려 했을 것”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는 11일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지난 3월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에 대한 보고받은 뒤 청와대에 이를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그게 칼로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시인도 부인도 않는 애매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을 송 장관으로부터 보고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사실관계에서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 현재로선 그렇게밖에 말 못한다”고 답했다. 송 장관이 문제의 ‘기무사 문건’을 특정해 청와대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형태의 사안보고를 통해 이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 직접 본 시점은 언제냐고 묻자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문건의 내용이 위중하다는 판단을 한 부분과 관련 대통령이 직접 문건을 처음 본 게 언제냐는 질문에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지난 3월에 청와대가 송 장관으로부터 이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국방부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송 장관이 이를 무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가 송 장관으로부터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 문건과 관련한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송 장관이 수사를 건의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이라고 하는 큰 틀을 추진해왔고 문제가 됐던 문건의 내용도 큰 틀을 추진하면서 함께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송 장관은 ‘계엄령 문건’이란 사안을 ‘기무사 개혁’의 틀 속에서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문제가 된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해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이란 틀 속에서 드러난 하나의 ‘가지’로 바라봤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사지시는 송 장관의 이러한 인식에 제동을 걸면서 이를 ‘기무사 개혁’의 틀에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즉 지난 3월 송 장관은 기무사 문건을 ‘기무사 개혁’이란 과제 속에 넣어 청와대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청와대는 ‘기무사 개혁’이란 정책과제에 집중하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기무사 문건’ 위중함과 충격적인 내용’은 간과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김 대변인이 송 장관의 청와대 보고 여부에 대해 ‘칼로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 ‘사실관계에서의 회색지대’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는 송 장관의 ‘청와대 지시 무시’나 ‘기무사 문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책 차원이 아니라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의 중차대한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기무사 개혁’이란 틀의 ‘가지’로 치부해 처리하려는 업무방식에 대한 강한 질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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