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의원이 서울시장선거에서 3위를 한 이후 정치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안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대선에 이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 후보에 밀려 3위를 차지해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의도 담장 밖에서는 ‘정치권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고 담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2선 후퇴’와 ‘정계은퇴’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패배이후 보인 안 전 의원의 행보를 보면 이런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서울시장 낙선 현수막에 그는 자신의 당인 바른미래당명과 로고를 빼고 ‘안철수’라는 이름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당의 리더로서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안 전 의원 입장에서는 당보다는 자신을 보고 찍은 유권자들에 대한 감사의 변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세력’이나 ‘당’에 기대기보다 ‘안철수’라는 개인기로 서울시장에 ‘혈혈단신’으로 나선 만큼 패배 역시 자신의 책임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진 빚이 없는데 채무의식이 있을 리 없다는 기업가형 사고에 가깝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다는 점은 바른미래당 후보라는 점이 실제로 선거에 도움을 줬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유승민 서울시장-안철수 부산시장-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 안팎의 요구를 결과적으로 안 전 의원만 수용했다. 틀린 점은 안철수라는 상품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신기하지도 새롭지도 않을뿐더러 지금 시점에서 역할론도 희미해졌다는 점이다. 

7년 전 안 전 의원은 암울한 청년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청춘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젊은층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50%의 지지율을 받던 안 전 의원은 5%도 못 미치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 당선자에게 자리를 양보해 정치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철수 현상’은 2012년 대선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대선 내내 핵심적인 키워드였고 뜨거운 감자였다. 안 전 의원의 등장으로 유력 정치인과 일반 국민들이 셀카를 찍고 사인을 받는 기현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무소속으로 뱃지를 달고 김한길 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해 공동대표까지 지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길은 순탄한 듯 보였다. 특히나 자신이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어 2016년 총선에 임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통합, 수도권 연대 제안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안 전 의원은 단호히 거부해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라는 상품의 정치적 가치는 거기까지였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홍준표 후보 다음으로 3위를 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 자신이 ‘양보’해 서울시장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둘째 치고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졌다. 지난 대선 결과의 재현으로 안 전 의원으로선 정치적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뼈아픈 사건이었다. 한 정치권 원로는 “3위가 어떻게 2위에게 양보를 해달라고 하느냐”고 냉소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정치권 안팎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실패하더라도 계속하려는 용기가 중요하다”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집을 인용해 정치 재기의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당직자들에게 용기를 주기위한 취지라고 말했지만 속내는 들킨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각오를 다졌다.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정치 바둑 6급이 9단을 상대하려니 이기기 힘들다. 바둑으로 승부를 걸어선 여지가 없다. 체스판이나 포커판으로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럴려면 정치적 휴지기를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 
정치 입문해 2번의 대선 후보, 국회의원, 당 대표, 서울시장 후보를 거쳤지만 기업가형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해 성공하기까지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경영난을 겪었다. 지금은 1조원이 넘는 튼튼한 기업으로 성공시켰다. 

그러나 정치는 기업운영하고는 다르다.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한다. 때도 맞아야 한다. 지금은 안철수라는 상품보다 문재인이라는 상품이 인정받는 시기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재충전해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안철수 역할론이 나올 것이다. 2012년 대선이 그랬다. 기회는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의 것이다. 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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