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2년 반 비핵화 시간표 속에서 이인삼각(二人三脚) 경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미 공동성명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미 공동성명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12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목표를 설정하고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이 바라는 ‘체제보장’을 주고받기로 합의했다. 북미회담 후 전개될 ‘포스트 6.12’는 북미 간의 이러한 ‘빅딜’이 어떤 시간표에 맞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이다.

‘포스트 6.12’의 핵심은 북미 양국의 ‘단계적·동시적 실천’이다. 애초 미국은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주장했지만 6.12회담 전후를 기점으로 ‘단계적·동시이행’ 방식으로 전환했다. 비핵화 이행의 현실을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는 비핵화과 체제안전의 단계별 ‘행동 대 행동’의 게임 룰과 그 시간표를 어떻게 설정되고 이행수순을 밟아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포스트 6.12’의 핵심은 ‘비핵화’와 ‘체제안전’의 빅딜의 두 축을 나란히 병행시켜 서로 대응하는 ‘단계’를 설정하고 각 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의 액션플랜이 상호 교환하는 북미 이인삼각(二人三脚)의 경주다. 북미가 상호신뢰로 호흡을맞춰 나가는 게임인 것이다. 

6.12북미회담에서 북미는 ‘단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 한 것만은 분명하다. 정상회담 당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기했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장 폐기를 거론한 것을 보면 북미는 이에 대한 깊숙한 논의를 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비핵화의 정상적인 단계는 ‘북한의 핵무기·핵시설 신고→미국 및 국제기구의 사찰과 검증→핵 폐기→확인 및 감시’ 등 4단계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선제적 조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 단계 이전 또는 신고 단계와 동시에 놓을 경우 5단계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선제적 조치’ 수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을 실천 카드가 현재로선 큰 관심사다.

북한 체제보장 단계를 비핵화 5단계에 대응해 설정하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군사적 긴장 해소→6.25전쟁 종전선언→평화협정→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북미 수교’ 등의 단계를 설정해 볼 수 있다. 지금은 1단계인 군사적 긴장 해소 국면의 실천이 한미 양측의 조율 속에 진행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미군사훈련 중단에 대응한 북한의 대응된 ‘행동’을 어떻게 매칭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억류 미국인 3인 석방, 미국 유해 송환 등 이미 행해진 북한의 그간 행동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북한의 엔진시험장 4곳 파괴와 결부됐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6.12 북미회담 후 북미 양측이 차근차근 진도를 뽑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기점으로 북미 양측은 구체적인 비핵화 단계별 로드맵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북한이 취할 ‘선제적 조치’의 수준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반출 및 폐기 여부에 대한 밑그림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상응한 ‘종전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과 북미수교’의 북한 체제보장 로드맵도 대응시킬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회담 이틀 후 “2년 반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는 시간표도 제시한 바 있다.

‘2년 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비핵화 시간표’를 두고 일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핵 폐기’만은 이 기간 내에 끝을 낸다는 뜻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최소한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까지의 ‘단계별 행동 대 행동’의 진도를 뽑는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종전선언’,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의 터닝포인트이자 1차 관문

여기서 핵은 ‘종전선언’이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로드맵’을 본궤도에 올리는 터닝포인트이며 ‘포스트 6.12’의 중대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응한 북한의 조치는 핵확산방지조약(NPT)에 재가입하고 국제사회에 핵무기·핵시설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중 V(verifiable·검증 가능한) 단계 돌입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선제조치도 예상된다. 전체 로드맵에서 ‘종전선언’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조치 등의 자발적인 핵 개발 프로세스의 역순 해제 조치를 행할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이 가장 원하는 핵과 미사일 반출 후 폐기 등의 과감한 선제조치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종전선언’은 6.12 북미회담에서 천명한 ‘북미 적대청산’을 또 한 단계 발전시킨다는 의미 뿐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 국면의 개시를 알리는 전환점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의 제도적 장치로 가장 중요하지만 ‘정전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절차는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냉전구조’에 종지부를 찍어야 평화협정 체결로의 이행은 물 흐르듯 관성의 힘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정부는 7월27일 종전선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종전선언 참여국가로 남·북·미 3국이냐, 남·북·미·중 4개국이냐를 두고 모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종전선언’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조치 완화의 중대 분기점이다. ‘종전선언’에 상응한 ‘비핵화 조치’가 결부되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해제도 가시권에 든다. 미국만 반대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그만큼 ‘종전선언’에 대응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실천을 완전하게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함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종전선언’에 비중을 둔 의미도 여기에 있다.

4.27 판문전 선언에서 명기한 ‘로드맵’은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로 이어졌다. 판문점 선언이 6.12 북미회담의 길잡이이자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의 로드맵의 정수를 담은 것임을 확인할수 있다.

‘종전선언’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느냐는 ‘포스트 6.12’의 첫 번째이자 최대 관전 포인트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과정 그 자체가 2년 반의 ‘비핵화 로드맵’의 성공의 열쇠말이며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평화체제 구축’의 문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남·북·미 3국 정상들의 정치적 성패와도 직결된다. 2년 반 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처가 여기에 있다.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핵을 포기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도 과도적 체제안전보장조치인 ‘종전선언’을 얻어내야만 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함께 ‘종전선언’이란 1차 관문을 뚫고 ‘평화협정 체결’이란 2차 관문, 마지막 단계인 북미수교까지 가는데 ‘운전자’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패하면 단순히 이전의 ‘한반도 냉전체제’로의 회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6.12북미정상회담으로 남·북·미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란 목표를 향해 항해하는 배에 동승한 셈이다. 북미는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묶여져 ‘행동 대 행동’으로 발을 맞춰 목표지점으로 가고 있다면 한국은 북미가 최종 목표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호흡을 맞춰 발이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그 로드맵의 1차 지점이 ‘종전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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