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정동영(왼쪽), 박지원(가운데), 천정배 의원 <사진=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여당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대세론’에 맞서 주요 포스트에 올드 보이즈(Old Boys)를 내세웠다. 서울의 김문수, 충남의 이인제, 경남 김태호 후보로 맞불을 놓았지만 모두 참패했다. 그나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안철수 전 의원을 누르고 2등을 한 게 위안이면 위안이다.

홍준표 전 대표의 ‘올드 보이 귀환작전’은 실패한 셈이다. 한국당의 패배를 목도하면서 반면교사로 삼아도 시원찮을 판에 시계를 과거로 돌리려는 인사가 있다. 바로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의원이다. 정 의원은 8월5일 개최될 민평당 조기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한다.

4선의 정 의원은 ‘경륜’과 ‘정치력’을 내세워 경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당권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출마야 본인의 결심이지만 정치는 흐름이 있고 때가 있는 법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올드 보이’들의 퇴장을 명했다.

그런데 2007년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서 이명박 후보에게 500만 표 이상 큰 차이로 대선에 패배한 그다. 지난 2016년 4.13총선에는 안철수 전 의원이 만든 국민의당에 입당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구에 출마했다.

정 의원은 고향 후배이자 전주고-서울대 국사학과 직속 후배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와 맞대결을 벌여 신승을 거뒀다. 당시 정 의원은 문재인-김종인 민주당 인사로부터 복당을 제안 받았을 때 조건으로 96년 총선과 2007년 대선때 자신을 도왔던 김 후보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열린우리당 시절 정 의원은 ‘천신정’으로 불리며 개혁 소장파에 속했다. 정 의원은 DJ 정부시절 청와대에 들어가 당시 최고 실세였던 권노갑 최고위원에 대해 ‘2선 후퇴’ 주장을 하면서 정풍운동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이로 인해 권 전 의원은 최고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현재 정 의원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지원 의원조차 당권 도전하려는 정 의원을 향해 “천정배, 정동영, 조배숙 의원은 나서지 말고 새 인물을 내세우자. 병풍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위기국면에 초선의원들이 나설 때가 아니다”며 “중진의원들이 모든 것을 걸고 나서서 책임을 지고 일해야 할 때”라고 출마 의사를 강력히 표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면 조배숙 당 대표 시절 막후에서 조정역할을 한 게 정 의원이라는 것은 당 안팎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조 대표는 과거 정동영계로 분류됐을 정도로 남다른 친분을 갖고 있다. 그런 정 의원이 초선은 안 되고 중진은 된다는 주장은 당내에서조차 냉소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

두 번째로 ‘중진 책임론’, ‘역할론’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당하기 전 국민의당 시절 당내에서는 ‘전북 정동영, 전남 박지원’ 등 중진 차출론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쪼개지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민주평화당에서도 일각에서 ‘정동영 전북지사 차출론’이 나왔지만 정 의원은 자신의 측근을 내세워 빠져나갔다. 한 석의 의석이 아깝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전북도민들의 정 의원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전주 덕진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정동영계로 알려진 임정엽 후보를 전북도시자 후보로 내세워 자신의 선거처럼 뛰었다. 그러나 결과는 19%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았다. 또한 광역의원 선거에 나선 정 의원의 최측근 인사들은 모두 낙선했다. 심지어 자신이 영입한 전주시장 이현웅 후보도 패배했다.

그런 정 의원이 당권 도전에 욕심을 내고 있다. 백번 양보해 ‘구당의 심정’으로 나선다면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고 백의종군 심정으로 나서는 게 맞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민평당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의원은 한국당 참패에 따른 보수정당 이합집산 속에서 민평당은 지방선거 결과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당뿐만 아니라 호남에 기반한 민평당 역시 호남에서 참패했다. 오히려 바른미래당과 마찬가지로 정체성도 지역도 없는 ‘먼지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박 의원의 주장처럼 당내 큰 어른으로서 병풍이 돼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야 당도 살고 정 의원도 산다. 정 의원도 초선 의원이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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