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의 ‘역지사지(易地思之)’, 북미 70년 적대청산 첫발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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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北-김정은 존중입장 합의서에 반영, 부속합의서에 구체적 이행방안 담은 듯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업무오찬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다.[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세기의 담판으로 관심을 모은 역사적인 6.12 센토사 북미정상회담이 끝났다. 관심을 모은 북한 비핵화(CVID)와 체제안전보장(CVIG) 간의 빅딜은 ‘포괄적 합의 형태’로 매듭지으면서 70여년의 북미 적대관계를 ‘상호존중’의 정상적인 관계로 방향을 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회담장 입구에서 처음 만나 약 10초 간 악수를 나누는 장면 자체가 새 역사의 이정표였다. 양 정상이 약 1시간 40분의 단독-확대정상회담에 이어 업무오찬, 정상회담 공동성명 합의문 서명식까지의 함께 한 모습 자체가 역사였다.

    파격적인 두 지도자의 만남이기에 ‘상호존중’의 외교적인 격식이 정상회담 전체를 관통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에게 정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에 기초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이 도출됐고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역설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합의문 전체를 관통했다.

    그간 미국은 지난 수개월 동안 김 위원장에게 ‘CVID’ 압박을 거듭하며 이슈화했지만 합의문에는 ‘완전한 비핵화’로 정상적인 외교적 용어로 풀어냈다. 그리고 북한 핵과 미사일 반출 등의 선제조치를 요구하며 북한의 ‘굴복’을 강요했지만 합의문에는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이행해야 나갈 과제로 설정했다.

    처음 열린 ‘정상회담’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가장 ‘정상적인 형태’다. 생면부지의 북미 정상이 처음 만나 외교적 용어를 넘어선 ‘CVID’를 명기하고 북한의 마지막 보루인 ‘핵과 미사일 반출’을 명기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비정상적이다. 이는 북한이 제재와 압박에 굴복해 협상에 나섰다는 인식을 밑바탕을 깔고 있는 것으로 사실상 북한의 ‘항복 문서’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점에서 ‘역지사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내내 김정은 위원장을 굴복시키는 모습을 연출하기보다는 ‘신뢰’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합의문에도 반영했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것이 역력했다. 이 지점은 기존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면모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김정은을 동등하게 보느냐’는 무례한 질문에 트럼프 “수많은 목숨 구한다면 기꺼이”

    이에 대한 미국 일부언론의 시각은 불만에 가득 찼다. 심지어 한 외신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석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나?”라며 무례하고도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서방의 비하, 내지는 혐오적인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한 기자에게 “어떤 방식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그 기자는 “(정상회담 영상에서) 김정은과 같은 자리에서 나란히 서 있는 화면이 있지 않았나?”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내재 김 위원장과 나란히 함께 한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해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의미가 있지 않다”며 “지금 어떤 질문을 하는지 알겠는데 제가 이 연단에 서서 김정은 위원장과 같이 서 있다면, 같이 서서 30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사실은 많은 것들을 내놓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치러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비로소 안전하게 성사됐다”며 “(북한과) 어떤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현재 북한에서 강한 집권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질문을 한 기자는 “지금 보여주는 (정상회담) 영상이 김 위원장에 의해 선전 영상으로 사용될 거라는 걱정은 하는가?”라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이러한 협상태도가 ‘합의문’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포괄적 문구로 ‘CVID’와 ‘CVIG’로 향한 발걸음 내디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합의문 서명 후 함께 나가고 있다.[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합의문을 이러한 바탕에서 바라볼 때 의미 있는 진전이다. 서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했으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위한 굳건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는 포괄적 문구로 ‘CVID’와 ‘CVIG’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평화·번영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4.27 판문점선언 재확인과 한반도 비핵화 노력 ▲미군 포로 및 실종자 유해 발굴 등 4개항의 공동성명도 북미가 정상적인 ‘신뢰관계’ 속에서 진행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할 때 그 의미의 무게와 깊이가 무겁고도 깊다.

    여기에 더해 합의문에서 “지난 수십 년 간의 긴장상황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며 북미 적대청산도 포괄적으로 담았다. 북한에 대한 CVIG의 핵심 요건에 해당한다. 북한이 미국에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 대북적대, 대북대결정책 폐기였던 점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사항인 미국의 전략자산이 투입되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한미 군사훈련을 오랫동안 해 왔는데 저희는 그걸 워(전쟁)게임이라고 한다”며 “아주 많은 돈도 들어가고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용 부담을 하고 있지만 100%는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얘기를 해야 된다”는 말도 했다.

    또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공동합의문의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북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측 고위 관계자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해 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합의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의 카운트 파트너가 될 정부인사 간의 고위급 후속협상을 열기로 했고 여기서 CVID-CVIG를 단계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합의가 3개의 ‘포괄적인 문건’으로 구성됐다고 밝힌 부분이다. 이 부속합의서에 북미고위급 후속회담에서 다뤄야 할 내용을 담았을 것이다.

    부속합의서에 핵심내용 담긴 듯, 北으로 돌아간 김정은의 첫 조치 주목돼

    여기에 CVID-CVIG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공동성명에서 빠진 검증 가능한(V·Verifiable)과 불가역적인(I·Irreversible) 비핵화의 내용들도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사실상 즉시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다. 그가 뭘 했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이와 연관됐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CVIG와 관련해서도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란 포괄적인 합의로 공동성명은 매듭지었지만 실제 ‘3개의 포괄적 문건’에는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북미가 단계적인 방식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도달키로 한 만큼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도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의 기준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에 대해 “비핵화 프로세스가 20% 정도 진행되면 불가역적인 순간이 올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진척 비율 내지 달성 비율에 맞춰 체제보장 방안인 평화협정, 연락사무소 개설, 북미수교 등의 관계 개선의 속도가 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14일 만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한국정부에 설명할 것이다.

    애초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백미가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모아졌지만 그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역지사지’가 빛을 발휘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최대는 성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에선 ‘4.27판문점 선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을 넘은 북미가 판문점 선언 수준의 합의를 한 것 자체가 역사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기회와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모두이지만 가장 용기 있는 사람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은 곧 북한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자마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족스럽게 하고 또 안전하게 만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 몇 개월이 북한으로 돌아간 김정은 위원장의 시간이라는 얘기다. 부속합의서에 담긴 내용의 일부 그림이 이를 통해 표현되면서 6.12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포괄성’이 보다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찬 기자 jcha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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