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핵탄두 폐기 두괄식 해법’-‘북미 종전선언’ 패키지, 김정은 선택은?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1일에도 북미 실무협상단은 정상회담 합의문을 두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에 대한 북미 간의 ‘이견’을 최대한 좁히기 위함이다.

최선희 북한 외부성 부상과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판문점에서 6차례가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4700km까지 날아와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에 만나 마지막 최종조율을 벌이고 있다. 이 회동에서 이들 실무협상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결단’해야 할 핵심 사안만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지점은 실무협상에서 결론내지 못하는 마지막 ‘결단 사안’이다. 이는 양국 정상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국가적 전략이익이 걸린 사안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CVID란 속에 모든 것을 녹였지만 미국은 자신을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ICBM에 탑재 가능한 핵탄두의 우선적 폐기가 최우선 목표다. 이를 위해 핵과 미사일을 미국으로 반출하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신고→검증→폐기’로 가는 과거의 로드맵으로 가면 ICBM과 현존하는 핵무기 폐기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그래서 미국이 요구하는 CVID는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인 ‘ICBM과 핵무기’ 폐기를 비핵화 초기단계에 의미 있는 수준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이상 CVID 명문화나 북한 내 핵 시설 검증, 폐기, 불능화는 그 다음 문제다.

비핵화 로드맵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제조치’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괄식 해법’을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수용할 수 있느냐가 6.12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회담 확정 이후부터 연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한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따라서 6.12북미정상회담은 오롯이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막판까지도 완전 조율이 안 됐다”며 “김 위원장으로서도 복잡한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한테 직접 양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좀 기분 좋게 해 줘야만 받아낼 것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북미 간의 핵심 쟁점에 대해 “미국은 핵폭탄과 1만3000km짜리 ICBM을 언제 들고 나오느냐에 관심이 있지만 북한은 북미수교나 특히 불가침 합의 이건 언제 해 주는 거냐에 관심이 있다. 이거 가지고 밀고 당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즉 이번 회담의 성패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대한 ‘반대급부’를 준비할 따름이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한다 하더라도 미국은 북한 체제안전 보장, 즉 CVIG를 두괄식으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다만 속도를 낼 수 있을 뿐이다.

종전선언→북미불가침협정→평화협정→북미수교의 CVIG 로드맵의 결론 부분인 북미수교를 종전선언 앞에 두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로지 북미수교까지의 기간을 단축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다만 단계별로 대북제재 수위를 완화하는 방법을 병행하는 수단이 있을 뿐이다.

트럼프의 반대급부, ‘북미 종전선언’에 추가 정상회담과 대북 제재완화

미국을 불신할 경우 북한으로선 선제적 핵 무장해제 요구로도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불리한 협상여건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 왔다는 것은 ‘희망적인 요소’이다. 어느 정도 ‘결단’을 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여기엔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급부’가 좀 더 구체화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북미정상회담을 2~3차례 더 해야 한다는 말을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한 것을 볼 때 ‘김 위원장의 결단’ 가능성에 무게를 둔 듯하다. 사실 북미 간의 CVID-CVIG 빅딜은 단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방미 당시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김 위원장을 미국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다고 한 대목은 북미 간의 실무협상을 보고 받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두괄식 CVID 비핵화’에 대응해 ‘북미 종전선언→북미 불가침협정→평화협정’의 로드맵이 이어질 2~3차례 정상회담을 단계적으로 활동해 진행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6.12 정상회담은 이러한 내용을 담는 합의문, 조금 더 나간다면 종전선언까지 나올 수도 있고 이후 비핵화 실천과 연계해 여러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평화협정, 북미수교까지 간다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북한으로선 ‘북미 종전선언’으로 ‘두괄식 CVID’에 응하기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다만 미국이 대북 군사적 적대행위의 중단을 의미하는 ‘종전선언’을 확고히 할 경우 북한도 불가침협정 전 단계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차례 더 추가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약속할 경우 ‘종전선언’의 성격은 ‘정치적 의미’ 이상이다.

사실 남북한 간의 불가침선언은 여러 번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미국에 있었다. 따라서 미국이 보증하는 ‘종전선언’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진행된 맥스썬더(Max Thunder) 한미공군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미회담도 무산될 위기에 있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27판문점선언에서 남북정상이 상호 군사적 도발 중지를 약속했음에도 미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미국은 4.27판문점선언을 무시하면서 전략자산은 F22폭격기 8대를 추가로 훈련에 참가시킨 것은 남북한만의 화해와 군사적 대치상태 종식으로는 한반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켰을 뿐이다.

따라서 ‘남북미 3국 종전선언’보다는 ‘북미 종전선언’이 보다 확실하고 유효한 방식일 수밖에 없다. ‘남북미중 4국 종선선언’으로까지 가버리면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실천’과는 거리가 있는 ‘정치적 선언’으로 흐를 개연성조차 있다.

한국이 빠진 ‘북미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조금 줄더라도 ‘북미 군사적 적대 해소’에는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성격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북미불가침 협정’의 징검다리일 수 있다.

여기에 대북제재 완화도 미국의 ‘반대급부’ 옵션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로드맵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시할 것이다. 첫 단계 제재 완화는 6.12정상회담 후부터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기간 중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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