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이성적 균형을 유지해야

[폴리뉴스 김형기 편집국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물 컵 던지기 사건을 계기로 증폭돼 온 대한항공 사태를 지켜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명심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 대해 몰상식하게 대하지 않고 엄연히 인권을 가진 한 인격체로 대하며 생활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처럼 인심을 크게 잃지 않았다면 대한항공 사태는 지금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현민 전무의 물 컵 던지기 사건이나 이명희 이사장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폭언 등은 누가 보더라도 부당한 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부정하거나 축소 은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불거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계열사 기업에 대한 압박이나 마녀사냥 식 여론 몰아가기는 문제가 없지 않다.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무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적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개인이라 할 지라도 일단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지켜져야 한다. 헌법 12조 1항에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 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고, 13조 1항에도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죄형 법정주의 원칙을 명시해 놓고, 민주 법치주의 국가의 모든 국민이 법에 의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현민 전무에 대한 사법처리나 이명희 이사장을 둘러싸고 불거져 나오는 논란에 대해 우리는 경찰 및 검찰의 사실 확인, 그리고 이에 따른 사법 처리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논란의 본질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항공 사태는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 식 몰아가기로 증폭되는 가운데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민주 법치국가로서의 모습에서 일탈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진에어에 대한 면허 취소가 거론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논리 상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기업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합적 주체이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화살이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업의 앞 날에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이해관계 상,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진에어에 소속돼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말 없는 다수는 일부 왜곡된 목소리에 의해 자칫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경영 퇴진 요구도 문제가 있다. 이런 요구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경영권은 기업 활동을 이끌어 나가는 의사결정권으로, 노조의 단체교섭 협약 대상이 되지 않는 배타적 권리이다. 기업의 경영진은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정하게 돼 있고, 또 이사들은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무조건 식 퇴진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상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로 주주총회와 이사진 구성 등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촛불집회를 통해 ‘총수 일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대한항공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도 자신의 모습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언제 어디서나 냉철한 이성과 사실관계에 입각한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 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혹시 감정적인 편파성에 몰입돼 있는 것은 아닌 지 자신의 목소리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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