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비 200만원, 모양새는 구겨지지만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지시와는 거리 멀어

청와대가 21일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일명 드루킹(김 모씨) 관계 부분을 공개했다. 송 비서관을 둘러싸고 나온 의혹보도가 ‘드루킹 특검’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시간을 끌지 않고 대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앞서 보도된 송 비서과과 드루킹과의 4차례 만남, 드루킹의 경제공진화모임으로부터 2차례 200만원 사례비 수수, 그리고 드루킹의 아지트 파주 느릅나무 방문, 그리고 드루킹과 델레그램을 이용한 소통 등의 민정수석실의 송 비서관 조사내용 보도에 대해 모두 ‘사실’이라고 했다.

‘뜸’을 들이며 시간을 끌기보다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시인했다. 그 배경에 대해 김 대변인은 “아침에 임종석 비서실장님이 대통령에게 송 부속실장 건과 관련된 내용을 종합해서 보고 드렸다. 대통령은 보고를 받으시고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말씀하셨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실이 송 비서관의 자진 조사 요청으로 지난 4월 20일과 26일 두 차례 조사한 내용을 설명했다. 앞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언론을 통해 드루킹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경남지사 후보) 간의 연결고리가 누구였냐는 궁금증에 답하는 것이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날 밝힌 내용의 핵심은 김경수 전 의원과 드루킹을 연결시켜 준 인물이 송인배 비서관이고 송 비서관은 지난 총선 때 선거 자원봉사자였던 경남 양산 경공모 회원 A씨 부부를 통해 드루킹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송 비서관과 드루킹과의 관계는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6월부터이며 2017년 대선 이후부터는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송 비서관은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하면서 경공모부터 모임 또는 간담회 참석 사례비로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송 비서관이 이러한 모임에 참석해 나눈 이야기는 소액 주주운동, 경제민주화, 그리고 당시 정세 상황과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고 한다. 그리고 송 비서관과 드루킹이 텔레그램을 통해 나눈 대화는 정세 분석 관련 글이나 드루킹이 블로그 실은 글을 읽어보라고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즉 송 비서관이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얘기다. 불법댓글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자발적이고 열성적인 지지그룹을 관리하는 차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드루킹으로부터 200만원을 ‘사례비’조로 받았다는 부분을 이러한 정황을 더 구체화하는 물증으로 제시했다. 댓글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정치인의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자원봉사 내지는 지지 모임이나 단체의 행사 참가에 따른 대가를 받았다는 얘기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송 비서관이 사례비조로 200만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비록 모양새가 구겨지지만 불법과는 거리가 있다. 송 비서관이 돈을 받은 명목은 부정청탁과 연결돼 있지 않고 또 당시 그는 공직자도 아니어서 김영란법과도 무관하다.

‘드루킹 특검’의 핵심은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 캠프가 드루킹과 공모했느냐의 여부다. 지금 이 부분을 캐는 핵심은 김 전 의원이 캠프 차원에서 드루킹과 불법 댓글 조작을 공모, 실행, 보고, 점검했느냐의 여부를 밝혀내는데 있다. 김 전 의원이 아니라면 송 비서관을 통해서라도 이러한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를 확인해야만 한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날 해명을 보면 ‘이는 전혀 아니다’는 설명이다. 김경수 전 의원 보좌관 한 씨가 500만원을 받은 부분도 ‘인사 청탁’과 ‘뇌물’의 연결고리가 있지만 불법 댓글조작 공모와의 관련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김경수 전 의원이 댓글조작에 관련됐다는 주장은 드루킹이 <조선일보>에 보낸 옥중 주장뿐이다. 2016년 10월에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에서 김 전 의원에게 ‘일명 킹크랩’을 브리핑한 후 이의 실행허가를 김 전 의원으로 득했다는 것이다.

드루킹이 조선일보에 보낸 옥중 글에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문제가 생기면 감옥에 가겠다. 다만 의원님의 허락이나 적어도 동의가 없다면 저희도 이것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고개를 끄떡여서라도 허락해 달’고 말했고 김경수 의원이 고개를 끄떡여 저는 ‘그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문 캠프가 연루된 조직적 범행’의 유일한 근거다.

청와대의 송 비서관과 드루킹과의 관계 해명은 지금까지 밝혀진 차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송 비서관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일도 없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자진 조사요청으로 진행된 민정수석실의 두 차례 조사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석연치 않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판단에 따라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보호막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민정수석실이 미리 자체 조사를 했음에도 경찰수사 과정에 송 비서관 관련 부분을 제대로 통보했는지 여부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반응을 보면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에 대한 조사내용을 판단한 결과 ‘통상적인 활동’ 범주에 불과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뭔가 숨기는 것이 아니냔 의구심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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