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금성’을 ‘LG’라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

20일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2016년 2월 LG테크노콘퍼런스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대화하는 구 회장.<사진=LG 제공>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20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향년 73세로 별세하면서 그의 경영철학과 업적이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945년 구자경 LG그룹 회장(2세)의 4남 2녀 중 장남으로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다. 

미국 애슐랜드 대학교를 졸업한 구 회장은 1975년 럭키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선대 회장들이 한국 대표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었다면 구 회장은 ‘럭키금성’을 ‘LG’라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란 평을 받는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하면서 그룹이름을 ‘LG’로 바꾸고 과감한 투자와 인재육성으로 23년간 그룹을 이끌어 왔다. 취임 당시 30조 원대의 그룹 매출을 2017년 160조 원대로 5배 이상 성장시켰고 글로벌에서도 10조 원대 매출에서 110조 원대로 10배 이상 키웠다. 

인재와 연구개발 중시

구 회장은 항상 ‘인재경영’과 ‘미래 투자’를 강조해왔다. 

그는 생전에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안 뽑거나, 기존 인력을 내보내선 안 된다”며 “인재를 모으고 육성하는 것은 경기 여건에 관계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실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연구개발(R&D)과 관련해서는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R&D 투자는 줄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자주 강조했다. 

이 같은 승부사적인 그의 집념에 따라 LG그룹은 오늘날의 전자, 디스플레이, 2차 전지, 통신 사업에서 꽃을 피웠다. 

1998년 LCD 전문 기업 ‘LG LCD’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 사업에 투자를 단행했고 외환위기 당시에는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LG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켜 오늘날의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또한 2차전지를 LG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여긴 구 회장은 1996년 LG화학에서 2차전지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오늘날 세계 1위로 키워냈다. 현재 현대기아차, GM, 아우디 등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통신시장에서도 기존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6년 LG텔레콤을 설립하면서 이동통신업에 진출해 현재 확고한 자리를 매김을 하게 됐다. 

전통적인 백색 가전에 강했던 LG전자도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업체로 글로벌 3위까지 성장시키기도 했다. 

반도체 사업은 구 회장의 한(恨)으로 지목된다. 

1979년부터 역점사업으로 투자해온 반도체 사업을 DJ정부 때 현대그룹에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IMF의 구제금융 시기를 겪으면서 한계사업 정리, 핵심역량 집중이란 취지로 대기업 간 사업 교환을 진행하면서 LG의 반도체 사업도 대기업 간 ‘빅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정도경영’, 새시대에 가장 큰 원동력

구 회장이 강조하고 실천한 ‘정도경영’은 최근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신년사 등 그룹과 관련된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정도경영’을 강조해왔으며, 기업 내 투명 경영을 체계화했다. 

구 회장의 뜻에 따라 LG그룹은 각 계열사 별로 구 회장의 철학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정도경영 담당인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구 회장의 경영방침 덕에 LG는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일명 ‘오너리스크’를 겪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 10월부터 재계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다른 대기업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도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 외에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또한 지주회사체제 도입도 구본무 회장이 주창한 ‘정도경영’의 일환이다. 구 회장은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말부터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했으며, 2003년 (주)LG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미 15년 전부터 지주회사체제를 도입한 구 회장의 업적은 높이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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