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엘리엇’ 간의 표 대결 양상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 루이스가 반대 권고를 표명하고 나선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간의 표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엘리엇이 의견을 내는 주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던 현대차그룹에 비상이 걸리면서 국민연금이 다시 한 번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16일 현대차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다음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주주들은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찬·반 위임장을 통해 간접 행사할 수 있다. 이번 분할·합병안이 순조롭게 통과된다면 현대차그룹의 재배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반대의사를 밝힌 엘리엇은 안건을 부결시키기 위해 반대표 의결권 얻기에 나서고 있고, 현대차그룹 역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찬성 의결권 얻기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 구조는 주주 확정 기준일인 지난달 기준으로 우호지분 30.3%(기아자동차 16.9%, 정몽구 회장 7.0%,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 0.7%,), 국민연금 9.8%, 외국인 48.6%, 기관·개인 8.7%, 자사주 2.7%로 구성돼 있다. 이중에는 엘리엇도 1%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표 대결을 앞두고 ISS·글라스 루이스 등의 반대 권고로 해외자문사의 영향력이 큰 외국인 주주들이 대거 반대표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대모비스 지분 9.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표 대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국민연금은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계약한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조만간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견을 거슬러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합병 문제로 파장을 겪었던 국민연금이 해외 자문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분할·합병안에 쉽게 찬성표를 던지는데 부담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정위도 긍정적으로 판단한 만큼 국민연금도 이를 감안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대그룹은 “전 세계 장기 투자자 및 현대차그룹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며 “다수의 주주들이 당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 주주총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당위성과 취지에 대해 시장과 주주 여러분들께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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