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특검에 올인"... 23일 국민투표법 시한 넘겨

국무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방송법부터 김기식, 드루킹까지 여야 간 갈등으로 4월 국회 파행이 이어진 가운데, 23일 국민투표법이 결국 시한을 넘겨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무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단 한 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고 6월 개헌 무산을 선언했다.

이어 "정치권 모두가 국민들께 약속했던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은 선언은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인 23일까지 처리가 되지 않아 개헌투표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뤄질 수 없다는 데 나온 것이다.

6월 개헌 발목 잡은 국민투표법은?

2014년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민투표법 14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민투표법 14조 1항은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15년 말까지 이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지만,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2016년부로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었다. 따라서 현재는 국민투표 시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했다.

이에, 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대통령 서한을 보내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 개헌을 위해서는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투표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국민투표법 처리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국민투표법 개정을 거듭 촉구하며, "야당은 국회로 돌아오라"고 압박했다.

방송법부터 김기식, 드루킹까지...첩첩산중

국회 파행은 '방송법 개정' 여부를 놓고 시작됐다.

야당은 "민주당이 과거에 야당 시절 발의를 주도했던 방송법을 갖고 이제 와서 말 바꾸기하고 있다"며,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국회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방송법 통과'를 요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겨우 심사에 들어간 상태"라며,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 심사부터 하라는 것은 앞뒤가 한참 바뀐 일"이라고 발끈했다. 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방송법을 빌미로 국회를 파행시키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정쟁이 계속됐다.

야당은 김기식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과 셀프 후원금 논란이 벌어지자, '김기식 사퇴'를 요구하며 고소장을 접수하고, 특검을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선관위에 자문을 구하고, 거취 판단을 맡겼으며, 여당은 "피감기관 비용의 해외출장, 정치자금 지출에 대해 국회 전반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맞대응해 갈등은 심화됐었다. 결국, 17일 김기식 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김기식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그 이전에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여론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야 간 합의는 더욱 멀어졌다.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고발했던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드루킹 사건)'의 피의자가 수사 결과, 민주당 당원으로 드러난 데 이어 이 사건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거기다 야당이 "검·경이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이 "드루킹 사건은 민주당이 고발했고, 민주당이 피해자인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야3당(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그렇게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특검법을 제출하고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6월 개헌, 결국 무산

- 여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만에 찾아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 결국 물거품'

- 야 '지방선거-개헌 동시추진 무산은 청와대와 여당 책임'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투표법이 결국 개정 시한인 23일을 지나면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그 책임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먼저,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했던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야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마지막까지 드리고 싶지 않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년 만에 찾아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가 결국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제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야당과 마지막 담판에 임했지만,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바른미래당의 마지막 제안까지 어렵게 수용했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이마저도 걷어차고 말았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발목잡기와 지방선거용 정쟁에만 눈이 먼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의 참정권이 달린 국민투표법, 시대적 과제인 개헌을 걷어찬 것이다"며 개헌 무산의 책임이 자유한국당에 있음을 강조했다.

야당 또한 23일 특검·개헌·4월국회 대책 등을 위한 야3당(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표·원내대표 공동입장을 통해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진정한 개헌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면서 "개헌의 본질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헌에 있음을 확인하고, 실질적인 분권과 협치를 실현할 정부형태로의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특검이 수용돼야 국회를 정상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민주평화당은 논평을 통해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 동시 추진이 무산된 것은 청와대와 집권 여당 책임"이라며, "청와대는 국회가 주도해야 할 개헌안을 강요했고, 민주당은 개헌안조차 내지도 않았다"며, 개헌 무산의 책임을 청와대와 여당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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