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드루킹 축소 수사 의심을 불식시킬 책임

실시간 뉴스

    ▲ 드루킹이 운영해온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로 ‘김기식 정국’이 매듭지어지기도 전에 ‘드루킹 정국’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사안의 성격이 워낙 민감하기에, 여야 간 공방의 격화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추이에 따라서는 두 달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할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 검찰은 드루킹 등 구속된 3인을 기소하면서 올해 초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 1건에 달린 댓글 2개의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를 우선 적용했다. 하지만 그것이 이들이 했던 댓글 조작의 전부라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드러난 유령출판사 사무실의 운영에 관한 여러 의혹들은 이들이 대선 이전부터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을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드루킹들의 댓글 조작이 선거 브로커들의 개인적인 범죄 행위였는지, 아니면 정치인들과도 연계된 조직적인 범죄 행위였는지를 가리는데 있다.

    그것을 가리기 위해서 수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댓글 조작의 범법행위를 한 사람들은 처벌해야 하고, 반대로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누명을 벗겨줘야 할 일이다. 그 모두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의 태도는 대단히 의아하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핵심은 매크로 조작 여부”임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1월 17일 사건’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축소수사 의심을 받고 있는 경찰이다. 드루킹 일당을 지난 달 25일 구속하고서도 최근 언론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경찰은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증거자료와 수사기록을 제대로 넘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시간을 끌면서 미적거리는 경찰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사실상 ‘1월 17일의 매크로’만 수사하겠다는 입장은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은 수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사 의지에 대한 의심을 자초하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은 행위라고 해서 모두 ‘시민의 자발적 정치참여’라고 미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투명하지 않은 돈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며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훼손을 하는 댓글 조작 행위를 조직적으로 했다면, 그 역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수사를 맡은 경찰, 그리고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은 유령출판사 사무실의 운영에 관해, 그리고 드루킹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등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할 일이다.

    그리고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그 결과를 알려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여기서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야당들의 특검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야당들의 공격에 터무니없는 것들이 있다면 그 역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결론을 내려줘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정치권의 눈치나 보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국정원 댓글 사건 때 경찰의 모습을 떠올리며 또 다른 참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을 아무런 근거없이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연결시키려는 야당들의 성급한 모습에서는 정치적 저의가 읽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저의를 넘어서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길을 가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몸 전체를 병들게 할 환부가 있다면 당장은 아프더라도 도려내고 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의 등에 업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별의 신호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의 목소리가 이렇게 계속 커지며 살아나고 있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yucs1@hanmail.net

    ⓒ 폴리뉴스(www.poli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폴리뉴스는 인터넷신문위원회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