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항공 조현민이 뿌린 건 ‘물’ 아닌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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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그동안 오너일가가 꾸준히 키워온 ‘갑질’이라는 불씨에 조현민 전무가 스스로 기름을 부으며 대한항공이 대형화재에 휩싸였다.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그리고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까지 한진그룹 삼남매가 이어온 갑질 행보는 이제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알려지며 전 세계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주말 고성과 막말, 욕설이 오가는 조 전무의 음성파일이 내부 직원의 고발로 공개됐다.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대화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뿐더러 괴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하는 그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지 의심케 한다.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은 이런 일이 너무도 흔히 발생하는 일인 만큼 녹음을 한 시기와 그 자리에 있었던 직원을 특정해 고발자를 색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직원들의 증언이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공개한 조현민 전무의 음성 녹취파일은 불과 하루만에 조회수 300만 건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의 댓글은 7000건이 넘었다.

    그의 정신상태가 정상인지를 의심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개인회사의 ‘대한’, 영문명 ‘Korean Air’의 명칭 사용금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간 상태다.

    도덕성이 결여된 오너일가가 경영하는 항공사가 국가의 이름을 기업명으로 내걸고 태극문양을 로고로 사용하는 것은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주장이다.

    국내 최고의 항공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근무해온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언제 부턴가 ‘동경’보다는 ‘동정’의 시선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실제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한항공에 합격하며 주변 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던 한 승무원은 ‘땅콩회항’ 사건 이후 ‘힘내’라는 말을 들으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3개 노동조합은 조현민 전무의 경영일선 사퇴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 게시판에는 조 전무의 드러나지 않은 갑질 사례에 대한 추가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자긍심이었던 이들에게 수치심을 안기는 오너일가의 행태에 내부 고발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한항공에 몸담고 있는 1만8000여 명의 직원들은 더 이상 회사가 오너일가의 비정상적 행동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이다.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고 대한항공은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선에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조현민 전무의 사퇴만으로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조 측은 조현민 전무의 사퇴 외에도 추후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경영진에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갑질의 아이콘’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좀 더 강력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이해선 기자 lhs@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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