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정치시대 산물, ‘노빠’-‘박빠’-‘안빠’-‘문빠’ 대중세력의 또 다른 이름이자 역사

국민대중정치 시대를 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대중정치에 너무나 무지했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정치는 '내전의 일상화'다. ( ⓒ 폴리뉴스)
▲ 국민대중정치 시대를 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대중정치에 너무나 무지했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정치는 '내전의 일상화'다. ( ⓒ 폴리뉴스)

21세기 한국 정치는 ‘내전(內戰)’의 일상화다. 2000년대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국민대중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면서 나온 현상이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만이 유독 ‘전쟁(戰爭)’ 상황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상화된 내전은 약 10년 이상 이어온 한국정치의 전형이다. 선거는 치열한 내전의 한 과정일 뿐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선거’만이 유일한 내전 통로였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내전의 연속이다. 여기에 진영으로 갈린 국민대중이 중심에 서 있다. 지금 우리 정치를 지배하는 힘이 여기에 있다.

20세기 진영정치는 정당·정치인과 언론, 정치·사회·경제·문화 권력의 상층 엘리트 중심으로 국민을 동원한 방식이라면 21세기 정치는 국민대중의 요구가 우선이다. 과거 ‘정치 언어와 프레임’을 생산하는 진원지는 상층엘리트였고 진영에 포섭된 국민들은 이들로부터 정치논리를 제공받고 동원됐다면 지금은 반대로 대중권력의 요구에 맞춰 ‘정치 언어’를 생산한다.

국민들은 초를 다퉈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정치뉴스에 빠르게 반응할 뿐 아니라 댓글로 신과 정치적 생각이 다른 국민들과 하루하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정치현안 여론조사도 거의 매일 쏟아져 나오며 실시간 ‘전황(戰況)’을 체크하고 있다.

선거가 중요한 내전의 분기점이지만 선거가 없는 시기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정치 이슈 하나를 두고 하나의 프레임 전쟁을 벌이며 한 전투가 마무리되면 새로운 정치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이슈 전쟁’으로 이동해 이 같은 반복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이러한 상시 내전이 진영 내부의 상층 엘리트와 대중권력 간의 역학구도를 변경시켰다. 과거 ‘정치 언어’가 상승 엘리트 주도의 하향식었다면 지금은 상향식이다. 진영 내부 대중의 정치적 욕구가 우선이다. 인터넷 공간은 대중권력의 우위현상을 점점 더 강화시키고 있다.

정치지도자를 배출하는 패턴도 변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어낸 국민 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을 만들어낸 국민 대중은 다르다. 과거에는 ‘주어진 선택지’ 속에서 움직였다면 21세기 국민들은 스스로 선택지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현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관통하는 흐름이다.

2002년 ‘노풍’은 인터넷이란 새로운 정치공간과 분리될 수 없다.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대중이 이전 정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결집해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이 ‘노무현’이다. 이러한 국민대중의 극적인 정치지도자 만들기는 2011년 9월 ‘안철수 현상’에서도 반복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배경은 또 다른 의미의 국민대중의 결집이다. 변화를 상징하는 ‘노무현’에 정서적 거부감을 가진 반대편 국민대중의 결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04년 극적인 정치적 부상도 보수 엘리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박정희 향수’에 반응하는 보수적인 ‘국민’의 힘에 기인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현도 대중정치세력의 힘이 바탕이다. 문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은 여러 갈래의 ‘국민 대중정치세력’의 힘의 존재가 한국정치 지형을 움직이는 중심임을 재확인시킨 과정이었다. 이처럼 ‘노빠’, ‘박빠’, ‘안빠’, ‘문빠’는 대중정치세력의 또 다른 이름이며 그 시기 정치상황을 표현하는 대중정치세력의 역사다.

이명박, 21세기 한국정치를 내전(內戰)으로 이끈 장본인

국민대중이 전면에 나선 상황은 국민 내부의 에너지를 모으는 ‘경쟁의 장’이 될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증오가 깊어지면 ‘전쟁(戰爭)’이다. 실제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국민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동원된 것은 역사 이래 유래가 없다. 국민들이 동원된 장에 대립과 증오의 씨앗을 뿌리면 날이 선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이 동원된 21세기 국민대중 정치는 이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세 대통령의 운명은 21세기 국민대중 정치시대의 역기능이 낳은 산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대중 정치시대를 연 장본인이며 국민대중 정치시대의 순기능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해냈다. 우후죽순처럼 국민대중이 정치적 토론을 자유롭게 펼칠 공간이 이때 만들어졌고 정당과 대중과의 관계도 새롭게 형성됐다. 

그러나 ‘노무현 코드’로 무장한 신진 대중정치세력의 진출은 상층 엘리트와 보수층의 증오심리가 ‘반노무현 대중정치세력’을 만들어냈다. 이 자체는 균형을 맞추려는 자연스러운 정치 현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증오’와 ‘감정배설’로 흐를 수 있는 국민대중 정치의 역기능 앞에 희생됐다.

이것이 한국정치가 ‘내전(內戰)’에 돌입한 배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상층엘리트와 보수층의 반노무현 심리에 편승해 국세청·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펼쳐 끝내 죽음으로 내몬 순간 국민들 간의 ‘전쟁(戰爭)’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새롭게 열린 국민대중 정치시대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했다. 이들의 무지와 무능이 21세기 국민대중 정치시대를 ‘경쟁(競爭)’이 아닌 격렬한 ‘내전(內戰)’을 장기화시켰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내전(內戰)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했다. 당연히 노무현 추모열기도 이해 못했고 두려워했다. 무능했기에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치사찰을 벌였고 대선에 불법 개입했다. 국민대중 정치시대가 ‘민주주의’ 토대에서 나왔음을 망각하고 역행했기에 ‘민심’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그가 지난 3월23일 구속될 때 그를 지키려는 ‘민심’은 어디에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 또한 무지와 무능에서 이 전 대통령보다 더 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고 1심에서 24년 중형과 180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것은 예정된 운명처럼 보인다. 그는 ‘MB와의 단절’이 무얼 의미하는지를 몰랐다. MB가 행한 ‘민주주의 역행’을 정상화시켜야 ‘내전(內戰)’이 멈춘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는 민주주의를 더 퇴행시켰고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그나마 박 전 대통령이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은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층’, 21세기 국민대중 정치시대의 한 축이면서 이러한 변화의 ‘안티세력’인 이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이른바 30% 콘크리트 지지층, ‘박빠’다. 그러나 이들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의 붕괴는 이들이 무너진 순간과 궤를 같이 한다.

홍준표, 文대통령 향한 ‘정치보복’ 은연중 주장...‘내전(內戰) 장기화 도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 몰락과 1심 중형 선고를 두고 “민심의 바다는 그만큼 무섭다. 한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공주를 마녀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정치다. 그만큼 정치판은 무서운 곳”이라며 “어제 재판에서 가장 가슴 섬뜩하게 느낀 사람은 지금 관저에 있는 대통령”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모든 화살을 돌렸다.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 구속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가 ‘정치보복’이며 문 대통령도 퇴임 후 똑 같이 당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선고는 문 대통령의 작품이 아니라 국민대중 정치세력이다.

문 대통령은 70%의 ‘민심’의 힘에 업혀 있을 뿐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적당히 봐주는 정치적 타협을 모색했다면 그를 지지했던 ‘민심’부터 이반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 ‘민심’과 작용-반작용이 순식간에 발생하는 21세기 국민대중 정치시대에서는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홍 대표가 이처럼 ‘정치보복’의 프레임을 읊는 것은 자신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과거 ‘박근혜 지지층’을 안고 가는 한국당의 처지 때문이다. 정치적 수사는 진영의 언어로  단 맛에 중독된 자기 지지층을 향한 자의적이고 이율배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지금 홍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칼자루를 쥐었느냐’, ‘누가 당하는 쪽이냐’는 진영정서다. 여기엔 논리적 정합성이나 사실관계, 합리성은 필요하지 않다. 오로지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일부 보수층의 ‘피해 의식’과 호흡하기 위한 ‘정치적 언어’를 공급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 바른미래당의 도전을 뿌리치고 2위 정당 자리라도 유지할 수 있다.

홍 대표와 한국당의 정치적 논평이 ‘증오의 막말’로 도배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기대고 있는 대중정치세력 욕구에 영합하기 위한 의도된 ‘정치 언어’다. 홍 대표는 ‘우리가 집권하면 정치보복하겠다’는 말을 이들에게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의혹을 제기하는 것 또한 ‘우리도 그렇지만 저쪽도 마찬가지로 부패했다’는 위안감을 주기 위함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단죄를 계기로 한국당은 ‘정치보복’을 은밀히 얘기하며 ‘미래가 아닌 과거’에 집착해 소멸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층을 다독이는 상황이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작한 국민 내전(內戰)을 끝내기보다는 어떻게든 더 끌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 보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21세기 대통령들인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문 대통령도 내전(內戰)의 희생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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