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시장 후보 양보론 ‘뜨거운 감자’

안철수 박원순 7년 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사진=연합뉴스>
▲ 안철수 박원순 7년 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월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 경선을 뚫고 본선 후보가 될 경우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보여준 ‘절친’에서 ‘경쟁자’관계로 7년 만에 빅매치가 성사되는 셈이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과 함께 ‘야권 대표선수론’을 연일 주장하면서 박 시장과 양강구도 형성을 노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선거초반부터 압도해 민주당 후보와 1대1일 구도를 형성할 경우 승리도 노려볼만 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태극기 세력을 대표해 출마한 김 전 지사는 ‘출마 명분’이 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 시각이다. 경기도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도지사까지 지냈다는 점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에 출마해 김부겸 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만 표 이상 차이로 패한 바 있다. ‘보수표 결집’을 위한 출마라는 당내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전 지사가 보수정당에 몸담고 있을 당시 주류가 되지 못한 배경이 ‘민중당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이었다. 

김 전 지사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안 위원장이 중도 보수표에 60대 이상에서 몰표를 받을 경우 박 시장이건 우상호, 박영선 의원이건 승부는 해볼만하다. 지난해 5월에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안 위원장은 서울에서 문재인 후보의 2,781,345표(42.3%) 다음으로 많은 1,492,767표(22.7%)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365,285표(20.8%),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476,973표(7.3%)를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다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보수진영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문 후보가 120만 표 이상 가져갔다. 하지만 안 위원장의 계산처럼 양강 구도를 형성해 중도보수와 보수표를 합할 경우 3백335만표로 오히려 60만표 이상 앞서게 된다. 

투표율도 안 위원장에게 나쁘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율은 77.2%로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다.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반면 2014년 치러진 6회 전국지방선거 투표율은 56.8%다. 역대 투표율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지만 대선 투표율과 비교해보면 20%p 가까이 투표율이 차이 난다. 2회부터 6회까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이 52.9%다. 

이는 지방선거가 아무리 흥행몰이를 해도 50%대 중반 수준에서 투표율이 형성되고 2030세대 투표율보다는 60대 이상 투표율이 높다는 반증이다. 4050세대의 투표율이 변수지만 ‘생활보수’ 세대라는 점에서 안 위원장의 도전은 해볼 만하다. 

특히 4,5월 남북미정상회담 이슈가 ‘외교안보’ 이슈라는 점에서 젊은 층 입맛에 맞는 이슈는 아니다. 자칫 ‘전쟁’을 경험한 60대 이상 보수층을 자극해 결집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승리를 기대하는 배경인 듯하다. 

‘양보론’, ‘보은론’에 대해 서울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까. 일단 안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양보에 대해 “양보 받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고 박 시장 역시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만큼 양보 보다는 ‘정면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정책보다는 이슈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말끔하게 ‘양보론’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한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안철수 박원순 두 인사가 보여준 행보는 기존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였기 때문이다. 

50%대 지지율을 받던 안 위원장이 ‘5%’대 박 시장에게 양보한 배경 역시 두 사람의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깊었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박 시장이 만든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를 10년간 함께 했고 이후 ‘희망제작소’ 인연까지 남다른 관계였다. 박 시장은 무난히 당선돼 3선에 도전하고 차기 대권도 노리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후 ‘안철수 현상’이 ‘대망론’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정치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하지만 두 인사는 이제 ‘절친’에서 ‘경쟁자’로, ‘동지’에서 ‘적’으로 만날 공산이 높게 됐다. 7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이다. ‘패자’는 야인으로 ‘승자’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꽃길을 걷게 되는  희비가 교차될 전망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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