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궤도 오른 ‘한반도 새판짜기’, ‘합(合)’ 맞춘 남·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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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대북 매파 전면에 세워 속전속결 승부수, 중-러-일 개입도 본격화

    한반도에 70여년 이상 드리운 대립과 냉전의 먹구름을 걷어낼 지 여부는 앞으로 2~3개월에 달렸다.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이 분수령이다. 한반도가 평화의 새 판으로 바뀌느냐, 아니면 지금의 대립과 갈등의 질곡 속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 하느냐의 기로다.

    승부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세력과 ‘한반도 냉전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 간의 물리적 힘의 크기에 달렸다. 한국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남북대결이 유지돼야 굴러가는 완강한 내부 시스템이 존재한다. 남북한 공히 내부의 ‘남북대결 이데올로기와 질서’를 깨야만 ‘한반도 새 판 짜기’의 길이 열린다.

    ‘분단된 한반도’를 상수(常數)로 보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또한 마찬가지다. ‘한반도 통일’을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로 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북한체제가 유지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반감(反感)은 덜하다. 통제할 수 없는 고립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는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지정학적 불안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다르다. ‘남북 군사 대결구조의 현상유지’ 정책으로 일관해온 미국에게 ‘한반도 새 판 짜기’는 처음 걷는 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상유지를 전략적 이해의 핵심으로 보는 세력과 ‘평화체제 구축’이 대중국 전략에 필요하다고 보는 세력 간의 다툼은 불가피하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으로 동북아 주도권 확보를 노려온 일본에게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진전은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남북 대결구조가 해체되면 한국을 끌어들인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은 원천 봉쇄될 뿐 아니라 ‘북한 위협’을 근거로 한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 명분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새 판 짜기’의 ‘입구(入口)’다. 그러나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출구(出口)’가 그리 멀지 않다. 실무라인에서 차근차근 진행되기보다는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열린 ‘입구’이기 때문이다. 입구가 열리면 출구가 눈앞에 전개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라며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진전 상항에 따라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간다는 것은 ‘간보기’ 단계를 건너뛰고 ‘출구’에 성큼 다가간다는 의미다.

    4월 남북정상회담을 담은 3.6 남북합의만 해도 현기증이 나는데 불과 한 달 만인 5월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열기로 한 것도 모자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까지 언급된 것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그만큼 ‘한반도 새 판 짜기’는 그야말로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새 판 짜기’, 70년 냉전체제의 관성 극복할 힘 필요

    이러한 ‘새 판 짜기’는 ‘판 깨기’ 세력의 움직임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내부에서의 판을 깨려는 움직임은 언제든 표면화될 것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판을 깨려는 주장과 행동들이 점차 나올 것이고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한반도 새 판 짜기’가 그야말로 속도전을 방불케 하기에 지금까지는 이러한 ‘판 깨기’ 활동의 조직화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여기에 남북미 3국 정상회담도 가시화되면서 ‘한반도 새 판 짜기’도 동력이 걸렸기 때문에 ‘냉전체제’에 친화적인 시스템과 세력들의 ‘판 깨기 움직임’도 점차 활성화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서로 적대하던 남북과 북미의 ‘한반도 새 판 짜기 협상’의 승패는 협상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 북한, 미국 내부 시스템에 존재하는 반대진영의 판 흔들기를 여하히 관리해낼 수 있는가의 문제다.

    70년 이상 장기간 유지해온 ‘냉전구조’의 관성의 힘은 매우 강하다. ‘평화체제’로의 이행에는 이 관성의 힘을 압도해야 가능하다. 1970년대 동서 데탕트-미중수교-베트남 전쟁 국면, 1990년 사회주의권 붕괴, 2000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추진 등 세 번의 한반도 새 판 짜기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관성의 힘’을 넘지 못했다.

    관성은 ‘변화’를 저지하는 동력이기에 ‘변화 시도’는 매우 어렵다. 반면 이러한 시도를 무산시키는 ‘판 깨기’는 용이했다.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남북한과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남-북-미 3자가 합을 이뤄야 가능하다. 남-북-미 세 곳 중 어느 한 쪽이라도 틀면 안 된다.

    한반도 당사국인 한국과 북한이 각각 ‘비토권’을 가지고 있듯이 미국 또한 남북한이 합의한다 해도 자기 이해에 반하면 언제든 깰 수 있는 거부권이 있다. 중국-러시아-일본도 무시할 수 없는 ‘한반도 이해 당사국’이지만 미국은 이들 나라보다 한반도 정세를 규정하는 힘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진전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에 보낸 뒤 지난 8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이제 한고비 넘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며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3월 9일에 5월 북미정상회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반도 분단과 냉전체제 형성 이후 처음으로 남-북-미 3국의 합이 처음으로 들어맞았다는 얘기로 ‘한반도 냉전질서’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힘을 뒤엎을 동력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남-북-미 내부 여건도 ‘한반도 새 판 짜기’의 절호의 기회

    남-북-미 내부 여건도 ‘한반도 새 판 짜기’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자체가 동력이 된데다 우려했던 ‘남남갈등’로 크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가 가져다준 ‘반면교사’의 힘도 함께 작용하면서 남북, 북미,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3월16~17일 실시한 조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 합의에 대해 81.5%가 ‘잘 한 일’로 평가했고 15.1%만이 ‘잘못한 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또 남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도 58.9%였고 북미정상회담에도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57.7%였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남북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폐기와 미사일 파기를 선언한다면 현재의 대북제제를 해제하고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82.2%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부분이다. 비핵화가 실현된다면 절대다수 국민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데 공감한 것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수준).

    다른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또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뒷받침도 단단하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수행 당시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에서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말려들었다면서 깎아내리기에 급급하지만 민심은 오히려 이들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한국 내부의 반북-반평화 보수세력의 결집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2016년 말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정치지형의 변화에 기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거듭된 핵과 미사일 도발로 자신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시하는 ‘협상가’로 떠올랐다.

    북한의 경우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바로미터다. 권력 내부의 갈등은 존재할 것이지만 김 위원장이 방향키를 쥐고 있는 한 ‘한반도 평화체제’로 나가는데 있어 북한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6일 발표된 남북합의문은 김 위원장의 작품이다. 여기서 대화 중 핵·미사일 동결서 한 발 더 나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비핵화와 체제안전을 두고 협상할 의지도 나타냈다.

    다만 최근까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소식을 내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비핵화를 둘러싼 내부 조율이 진행 중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가 제안한 3월29일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수용해 ‘비핵화’와 ‘체제안전’이라는 두 개의 목표에 도달하려는 기본방향은 확고해 보인다.

    우리 정부는 미리 고위급회담 의제를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 등의 3가지로 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남북회담이 북미회담의 징검다리이기에 ‘비핵화’를 제일 앞머리에 놓았다. 북한이 29일 회담에 나온다는 것은 이에 대한 자기 입장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는 의미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은 개혁·개방에 소극적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경계하며 핵문제와 남북대화 진전을 주저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란 협상 의제로 나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이를 명시한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에도 뒷걸음질했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의 불신을 가중시키면서 실패요인이 됐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다른 행보다. 핵과 미사일을 완성했다는 ‘자산’을 들고 한국과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이다. 한·미가 북 체제 안전을 도모하면 개방을 통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로의 길로 가겠다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가진 듯하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정통성을 ‘경제발전’으로 삼으려 한다. 이는 북한의 세계경제질서에 편입해야만 그 길이 열린다.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궁극적 방점이 ‘경제’에 두고 있다는 지표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상황이다.

    ▲대북특사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북한 조선당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청와대]

    美대북라인에 매파 포진, 미국도 북미대화에 속전속결 승부수

    중요한 것은 미국의 변화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오바마 행정부 등 역대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거론하면서 자신은 다르다는 점을 미 국민에게 각인시키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트윗 해고한 데 이어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해임했다. 또 국무장관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내정했고 맥마스터 후임엔 존 볼턴 전 유엔 미 대사를 지명했다. 니키 헤일리 주 유엔대사까지 포함하면 매파 3인방이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 북미회담을 준비한다.

    대북협상에 반대한 인물들이 주축이 돼 대북협상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과거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미국 내 ‘판 깨기 세력’이 ‘한반도 새 판 짜기’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북미 협상에 실패하면 곧바로 한반도는 군사적 위기상황에 놓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협상이 진전되면 ‘한반도 평화체제’의 길이 속전속결로 열린다는 의미도 함께 있다.

    이들은 대북 강경파라는 공통점 외에 더 중요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는 인물들이란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정통적인 미국 국무 관료 시스템’의 범주에서 벗어나 자신의 뜻대로 이끌고 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청와대도 대북강경파 존 볼턴 내정 소식에 “(볼턴) 본인 의지 중요한 게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지를 갖고 풀어갈 지가 중요하다”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뜻을 맞춰 가야하기 때문에 거기에 충실하게 협의, 협력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매파’ 중심의 협상라인 구축의 또 다른 의미는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길이 가시화될 경우 미국 내부의 ‘판 깨기’ 세력이 사실상 약화된다는 의미다. 즉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한체제 안전’이라는 빅딜이 이뤄지면 이를 추진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드라이브가 미 국내정치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가 3월18~21일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오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한 결과 63%가 찬성하고 30%가 반대했다고 25일 전했다. 논란과 추문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청신호다.

    북미정상회담 긍정평가 비율이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 45%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새 판 짜기’에 발목을 잡는 미국 내 세력이 지금 약하다는 의미다. 한반도 정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남-북-미 3국이 지금처럼 합이 잘 맞는 경우는 역사상 처음이다. 그래서 절호의 기회다.

    남-북-미 회담 ‘한반도 정세 변화’ 분수령, 중-러-일 개입도 본격화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3월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회의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에 대한 해법이 열리면 일사천리로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 선언과 ‘북미 적대 청산’을 통한 안전보장, 나아가 ‘북미 수교’와 경제협력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체제 안전’은 미국이 보장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은 남북 사이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북미 사이의 경제협력으로까지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은 6.25 전쟁 종전선언의 초석이며 6.25 전쟁 당사자인 남-북-미-중 4국 정상회담은 그 매듭을 짓는 것이다. 즉 한반도 정세변화의 분수령이라는 의미다.  이를 기반으로 ‘북미 수교’와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가입의 길이 열린다. 이것은 북한의 불가역적 개혁·개방의 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와 북한 체제안전에 대한 합의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남-북-미 3국 정상이 만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그리고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이 주된 의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월20일 열린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미 남북한과 미국 간 ‘1.5 트랙 대화’에서 어느 정도 얘기가 됐다는 의미다.

    남-북-미 3국의 발 빠른 움직임의 종지부는 3국 정상회담에서 가시화될 것이고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3국은 이를 바탕으로 해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에 발을 걸치는 과정이 준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남-북-미의 속도전에 밀려 ‘중국 패싱’, ‘일본 패싱’이란 말이 나올 정도지만 이들 나라의 역할도 증대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으로 한반도 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미국과 함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다. 북미 대화가 성사되기까지는 관망하는 자세지만 ‘한반도 새판 짜기’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개입하려 들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정세 주도권은 미국에 못 미치지만 ‘새 판 짜기’가 자신의 전략적 이해에 반하면 제동 걸 힘은 갖추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세 개입방법은 여러 통로가 있다. 북중관계 개선과 대북 경제제재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통한 ‘미국 견제’는 언제든 도모할 수 있다. 북한 또한 대북압박 국제공조의 사슬을 끊는 의미가 있다. 만약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면 북한의 협상력은 더 높아진다.

    러시아와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중-러-일 모두 지금의 남-북-미 주도로 흘러가는 ‘한반도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자신의 이익에 맞지 않을 경우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일본 또한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강하게 반발할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도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남-북-미 3국이 ‘합’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지만 중-러-일의 전략적 이해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또한 난관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남-북-미 3자가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에 합의점을 찾을 경우 중-러-일의 제동력은 그만큼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찬 기자 jcha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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