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 피해자의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추어 범죄가 중대하고 도망할 염려 등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감독은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면서 "(피해자들의 폭로에) 사실도 있고 왜곡도 있어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포함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죄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21일 극단 소속 여성 연극인 17명에게 62차례 성폭력을 가한 혐의(상습강제추행)로 이 전 감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62건 성폭력 가운데 상습죄 조항이 신설된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24건에만 실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성폭력이 상습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고자 영장신청서에 62건 피해 사실을 모두 적시했다

이씨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맡고 있던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한 2010년 4월15일부터 2016년 6월까지 피해자 8명에 대해 이뤄진 범죄 24건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씨의 성폭력 행위들은 상당수가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이전에 발생했고, 특히 성폭행 혐의의 경우 상습죄 조항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영장에는 적용되지 못했다.

한편 이 전 감독의 성폭력 의혹은 피해자들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 등 피해자 16명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감독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특히 김수희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과거 이윤택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본문 내에서 가해자를 이윤택으로 명시하진 않았으나 이윤택임이 분명한 정황들을 설명했다.

김수희 대표는 "그는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갈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수희 대표는 "밤에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내가 받았고 전화를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고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자기 성기 가까이 내 손을 가져가더니 자기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성기 주변을 문질렀다"며 "나는 손을 뺐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또 과거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는 A씨는 17일 연극·뮤지컬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이윤택 연출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밀양과 부산에서 이윤택 연출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적었다.

또 어린이 극단 '끼리'의 대표이자 연극배우인 홍선주(38) 대표는 지난달 19일 방송된 JTBC 뉴스 ‘뉴스룸’에서 익명의 인터뷰를 통해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4, 2005년 정도부터 (이윤택 연출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면서 “김소희 대표는 조력자처럼 후배를 초이스하고 안마를 권유했다”고 고발했다. 또 자신이 당한 성추행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충격을 안겼다.

이날 손석희 앵커는 "이 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분과 전화 인터뷰를 잠깐 진행하겠다"면서 "인터뷰하는 분의 의견에 따라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음성도 약간 변조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이날 충격적인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2004년, 2005년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한 피해자는 안마라는 이름으로 수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강요받았으며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로인해 임신과 낙태를 한 친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피해자는 "이 감독이 발성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성기에 막대나 나무젓가락을 꽂고 버티라면서 직접 꽂아줬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홍선주는 김소희 대표도 이 감독의 조력자로 후배들을 골라 안마를 권유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커졌다.

선배들 때문에 2차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감독이 안마를 원하니 들어가라고 한 것도 선배들이며 김소희 대표도 조력자처럼 후배를 초이스하고 안마를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후 김소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너무 놀라 손이 떨린다. 방송국 측에 정정신청 해놓았다"며 "저희 극단이 잘못한 일로 책임감은 크지만 JTBC 뉴스에 나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인터뷰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밝히는 데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다 할 것입니다"라고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당시 익명으로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을 공개한 이가 자신이라고 밝히며 김소희(48) 연희단거리패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홍선주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접니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씨와 전화 인터뷰하고 영상 인터뷰까지 한 사람 접니다"라고 밝혔다.

홍선주 대표는 "김소희 선배님. 저 찾으셨다고요? 해명하고 싶으시다고요? 찾으셨으니 하세요. 지현이 외 다른 사람들 JTBC에 연결시켜준 것도 저"라고 말했다.

홍선주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접니다. JTBC 뉴스룸 손석희씨와 전화 인터뷰하고 영상 인터뷰한 사람"이라며 "김소희 선배님 저 찾으셨다구요? 해명하고 싶다구요? 찾으셨으니 하세요"라고 반격했다.

홍선주는 익명으로 인터뷰한 이유에 대해 "극단을 운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선택을 할 수 없었고 특히 어린이들과 함께이기에 아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언젠가 알게 되더라도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부연했다.

홍 대표는 2015년 8월 암투병 끝에 숨진 고(故) 이윤주 배우를 회상하며 "처음으로 이곳에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이어 “지현이와 뜻을 함께 하겠다"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나중에 선배님 만나면 지현이랑 같이 무릎 꿇겠다"고 밝혔다.

홍 씨가 실명을 밝히자 김소희 대표는 JTBC 취재진에게 "그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나서 벌어진 실수였고 당시 홍 씨에게 상처를 준 사실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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