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매듭이 미투 운동에 대한 검찰의 예의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지난 2월 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내에 설치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지난 2월 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내에 설치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겪었던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 폭로는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의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서 검사의 폭로가 있은지 세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정작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돌아보면 석연치 않은 과정들이 있었다. 검찰은 조희진 지검장이 단장을 맡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게 사건 조사를 맡겼지만, 조 단장의 적임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고, 실제로 조사단의 진상 규명 의지에 대한 서 검사 측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복잡할 것도 없는 사건에 지루할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을 놓고 불신의 시선을 보낸 것은 서 검사 측만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세 달 동안 가해자는 멀쩡하고 피해자만 2차 피해를 당해야 했던 상황이 이어졌다.

여론의 비판이 대두되자 검찰은 안 전 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로도 사건 수사는 제 자리를 맴돌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부당 인사개입 혐의(직권남용)의 성립 요건을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려 그에 대한  보완수사가 진행 중이라 한다. 거기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으면서 사건 감찰을 무마한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장애로 등장했다. 최 의원은 서면 조사를 요구하며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아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결정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기에 강제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서 검사의 그 어려운 폭로가 있은지 세 달이 다 되도록 사건 수사가 마무리 되지 못한채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검찰로서야 이런 저런 사정을 말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상식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조사해야 할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이 단순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뭐 그리 복잡한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검찰 내부에서 있었던 성추행 사건을 단죄하는데 대한 의지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어있다.

이제라도 검찰은 속도를 내어 하루빨리 수사를 매듭지어야 한다.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의원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방법으로라도 검찰 조사에 응하도록 만들 일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투 사건들의 수사를 이끌어야 할 검찰 조직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렇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검찰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적폐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했고, 그 절정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뒤늦게야 적폐 수사에 나섰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검찰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범죄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검찰의 적폐 수사조차도 자신의 생존을 위한 또 한번의 변신에 불과하다는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서 검사가 했던 폭로에 대해 조속히 국민 앞에 수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 미투 운동을 대하는 검찰의 예의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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