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사드제재에 중국 사업 한계 느껴
동남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시장 다변화 속도

영업이 정지된 중국의 한 롯데마트. <사진=연합뉴스>
▲ 영업이 정지된 중국의 한 롯데마트.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차이나 엑시트(China Exit)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진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사드 제재 조치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외 다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최근 유통기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부터 유럽까지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드보복 1년…탈중국 가속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유통기업이 늘고 있다. 여러 차례 회담을 통해 한중관계 개선 
기류는 조성됐지만, 실질적인 사드 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사드보복을 부인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의 영업을 방해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마트는 일찌감치 중국 점포 매각을 추진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 태국 유통기업인 CP그룹과 5개 점포 영업권 매각 계열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점포 매각을 완료했다.
 
이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20년 만이다. 이마트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2010년 점포 수가 26개로 확대됐다. 이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영업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기류로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 중국 시장 철수를 선택했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롯데 역시 중국 롯데마트 매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롯데는 중국 시장 철수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영업정지에 수 천억 원 대의 추가 수혈자금도 바닥이 나면서 결국 중국 롯데마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 매각에는 중국 유통기업인 ‘리첸’그룹을 포함한 3~4개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중 리첸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점포 70여 개에 대해 현장 실사를 마쳤으며 점포 인수 가격으로 장부가격(8000억 원대)보다 낮은 7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홈쇼핑 역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먼저 롯데홈쇼핑은 2021년까지 중국 사업 철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롯데홈쇼핑은 올 초 2곳의 사업권을 매각했다. 롯데홈쇼핑은 이후 나머지 사업권 매각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중국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2011년부터 중국 가유홈쇼핑동방이푸 등과 함께 ‘현대가유홈쇼핑’을 설립해 상하이 지역에서 사업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현지 합작사와의 갈등으로 현지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등 영업 지속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 시장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베트남 등 제2의 성장동력 찾기 분주 

중국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유통업계는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앞서 업계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 찾기에 회의적이었지만,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한계를 겪은 만큼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초부터 글로벌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1월 베트남을 찾은데 이어 최근 일본을 비롯해 호주·일본·프랑스 등을 줄줄이를 방문했다. 이를 통해 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신 사업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연내 일본 ‘돈키호테’‧미국 ‘TJ맥스(T.J.Maxx)’와 같은 ‘펀(fun)’ 콘셉트의 독창적인 매장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베트남 등 제2의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총수 부재로 그룹경영의 책임을 오롯이 지게된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 8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 투자 확대 및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롯데는 현재 베트남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호치민시가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향후 롯데는 하노이에 ‘롯데몰 하노이’도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가 이처럼 베트남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베트남이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베트남이 인구 증가 및 경제성장으로 내수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1990년대 식품⋅외식사업을 시작으로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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