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돼 도덕성과 업무적합성에 논란이 일고 있는 이상직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 주가조작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돼 도덕성과 업무적합성에 논란이 일고 있는 이상직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증권거래법 위반(주가조작)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 때문에 18대와 19대 국회의원선거 공천심사 당시부터 자격 논란이 일었던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현 이스타항공 회장)이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돼 5일 취임한다는 보도다. “정치인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대목이 이채롭다.

35억원 풀어 자신 회사 주가조작… 1,500만원 벌금형

이상직 씨는 지난 2003년 대구지방법원에서 주가조작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사건번호 2003고합 217).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하수인 두 명을 동원, 35억원을 풀어 자신 소유 회사 'KIC'의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자본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벤처기업 자본시장건전화와 육성자금지원을 하는 중소기업진흥업무 적임자라 할 수 있을까.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시골의사’ 이의제기로 18대 때는 공천심사서 탈락

민주당의 18대 국회의원 공천심사 때 증시 전문가이기도 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이 씨의 주가조작 벌금형 처벌 전력을 강력하게 문제 제기해 낙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대 공천심사에서는 심사위원단에 증권-경제통이 없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공천장을 받아 고향 전주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되자 마자 선거법 위반혐의(이스타항공 직원 등 동원 사전 선거운동)로 재판소를 드나들다 2심까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300만원)을 선고받았다. 3심에서 의원직 유지는 가능한 수준으로 벌금 액수가 줄어 국회의원 임기는 마칠 수 있었다. 이래저래 벌금형과 인연이 깊다. 이 씨가 의원직을 수행하는 동안 이스타항공 회장직을 맡긴 그의 친형 이경일 씨는 회삿돈 38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2013년 11월 14일 청주지검에 구속됐다. 청주지검은 이 회장의 동생이자 직전 회장인 이상직의원도 범행에 일부 가담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완구총리인준안 표결, 개인 볼 일 보느라 투표불참 

이상직 씨는 19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2월,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 인준투표를 앞두고 ‘의원 전원 대기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당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외국에 나갔다. 전화 연락도 되지 않아 당에선 소재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이완구총리인준안은 7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됐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정치적 상처는 컸다. 

이상직 씨는 총리인준안이 통과된 뒤 귀국해 “사적 용무로 미국에 가 있다가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인준투표에 불참했다”고 당에 소명했다. 당시, 출산 직후 휴식 중이던 장하나 의원과, 시부모상을 당해 빈소를 지키던 진선미 의원까지 달려와 인준안 표결에 참가했었다. 민주당은 “투표불참자에 대해 사유 청취 후 징계하겠다”고 요란을 떨었으나 특별한 이유나 해명 없이 징계는 흐지부지됐다. 야당의 개혁의지에 비판이 가해진 건 물론이다. 국회 회기 중 사적 용무의 외유가 가당키나 한가. 그것도 정국의 분수령이었던 총리 인준안 표결을 앞두고 출국 목적과 행선지도 알리지 않은 채 몰래 나가버리고, 전화도 불통이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게 국민의 대표로서 의정활동에 임하는 태도인가. “의원, 그것도 야당의원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는 지적과 비판이 잇따랐다. 공천개혁 필요성도 재차 강조되었다. 

‘현 정부 주요공약 실천’ 업무 적합성 논란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은 사람, 선거법위반혐의로 의원 임기 내내 시달렸던 사람, 정국 중대 사안이었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사적인 일로 표결에 불참했던 사람이 주요 공공기관의 장으로 임명됐다. 그것도 중소벤처기업육성과 경제활성화라는 현 정부 주요 공약을 관장하는 공공기관의 장에. 주가조작이라는 주식시장 교란 행위가 벌금만 물면 없던 일로 되는 것인가.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미 선진국의 경우, 주식시장 교란 행위는 “마을 공동우물에 독을 푼 것”이라며 엄하게 다스리는 중죄다. 경제질서를 어지럽혀 공동체의 골간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25일 국정감사에서 이상직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을 포함한 자본시장불공정거래에 관한 제보 중 극히 일부(1.8%)만 조사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는 신종 금융상품과 IT발전에 따라 수법이 교묘해져 제보가 행위 적발에 큰 역할을 한다. 제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더욱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지적은 당연한 것이지만, 자신이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넌센스라 아니 할 수 없다. 

공모 마감도 되기 전 자신의 지원 사실 언론에 밝혀

이번 중진공 이사장 공모 지원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이 씨는 중진공 이사장 지원 후 일부 언론에 후보자 등록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공모 마감 이틀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진공이사장 공모에 신청했다. 창업 경험도 있고 중소기업분야 전문성이 있으니까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중진공 측에서)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캠프 직함자가 공공기관장 후보 지원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엄정해야 할 공모제 취지에 어울리는 언행은 아니다. 이상직 씨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캠프에서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고,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주 완산을 조직책으로 정권교체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하는 모양이다. 

작년 대선 최대 공헌자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

지난 대선이 어떤 선거였는가. 정권교체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선거, 야당 후보가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 민주당 문재인후보의 당선이 당연히 예측되던 선거였다. 2위와의 표차, 누가 2위를 하느냐가 차라리 관심이었던 선거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촛불혁명으로 조기에 치러진 작년 대선의 최대 공헌자는 전국 각지의 조직책이나 정치인, 특보단이 아니라 ‘시민’이었다. 그래서 촛불정부고, 시민이 주인인 정부다. 현 정부 최대 주주인 시민은 그래서 “이것이 정의냐”고 물을 권리가 있다. 

논공행상 자리 나누기? 그런 게 시민들이 꼽는 적폐

“순진하다. 물정 모르는 말 그만 하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토박아 말한다. 이사장 공모를 주관한 중진공 임원추천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씨의 창업경험이나 이른바 ‘대선 기여도’를 높이 샀는지 모른다. 그러나 도덕성과 상징성이 촛불정부의 숙명임을 더 중요하게 감안 했어야 한다. 문재인 촛불정부는 시민 말고는 빚진 게 없다. 최대주주가 시민이다. 그러니 정치권의 논공행상 구태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 논공행상 자리 나누기? 그런 게 시민들이 꼽는 적폐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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