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성폭력을 ‘관습’이라 말하는 이윤택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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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운동으로 드러나는 악한 권력자들


    “낙태 사실을 아신 선생님께선 제게 200만원인가를 건내시며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후 얼마간은 절 건드리지 않으셨지만 그 사건이 점점 잊혀져갈 때쯤 선생님께서 또 다시 절 성폭행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에 전 자신의 사람이란 말씀을 하시면서요. 괜찮다. 괜찮다.”

    연극배우 김지현이 10여년 전에 연출가 이윤택에게 당했다던 성폭행 사실의 내용이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이고, “광장은 혁명과 축제가 만나는 곳”이라며 “기꺼이 이 아름다운 광장의 졸병이 되겠다”던 그는 ‘아름다운 광장의 졸병’이 아니라 어린 여배우들을 유린하는 ‘잔인하고 추악한 권력자’였음이 세상에 드러났다.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고은, 이윤택 같은 문화계를 대표했던 인물들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는 것과 함께 미투 운동은 검찰, 재계, 문화예술계, 방송계 등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실상은 자못 충격적이다.

    이윤택은 자신이 했던 성폭력을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표현했다. 성폭력이 어떻게 ‘관습’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말문이 막히는 장면이다.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나도 18년의 세월 동안 서로 묵인하고 침묵하고 은폐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여배우는 극단의 대표가 "안마를 '조력자'처럼 시키고 후배들을 '초이스'하고 그런 역할을 했었다“는 사실까지 증언했다. 그 대표는 과일을 들고 있던 쟁반으로 가슴팍을 밀면서 빨리 들어가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어디 이윤택의 경우 뿐인가. 성폭력들은 내부에서 묵인되고 은폐된 채 반복적으로 행해져왔다. 피해자들은 두려워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가해자들이 대부분 그 분야에서 군림하던 권력자였기 때문이다. 연극배우 이승비는 이윤택을 “왕같은, 교주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배우는, 그의 동침 제안을 거부하면 캐스팅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대학 교수로 있던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던 제자는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반복했고 피해자들의 입을 막아왔다. 부여된 권력을 자신들의 추한 욕망을 이루는데 사용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최순실 같은 권력자들과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들의 성폭력은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강자가 약자를 유린했다는 점에서 이중적으로 악질적이다. 권력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는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악(惡)의 행위로 규정해 마땅하다.

    『신곡』 ‘지옥편’에서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가던 단테는 지옥문에 도달한다. 입구 지옥에는 선이나 악에도 무관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나태한 자들이 왕벌과 파리, 벌레들에게 고통당하고 있었다. 지옥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나를 거쳐 고통의 도시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길 잃은 무리 속에 들어가노라....”

    여기서 ‘나를 거쳐’라는 말은 내가 타인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 구절을 읽으며 우리는 돌아보게 된다. 나로 인해 고통과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은 없는가,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좌절과 불행을 안겨주지는 않았는가. 단테는 우리에게 그런 ‘지옥문’이 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단테에게 지옥은 ‘희망이 없는 절망의 장소’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어떠한가. 곳곳의 크고 작은 권력자들이 약한 사람들을 유린하며 욕망을 채워오고, 그런 일이 ‘관습’이라 얘기되는 이곳 역시 절망의 땅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절망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믿는 것은, 미투 운동이 보여주고 있는 용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미투’(#metoo)에 이어 수많은 이들의 ‘위드유’ (#withyou) 대열이 이어지고 있다. 약하다는 이유로 권력자들에게 유린당한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되찾는 전기로 만들자.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yuc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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