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칼럼]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제? 못할 이유가 뭔가!

실시간 뉴스

    정치개혁 요구, 더 이상 외면해선 안돼

    ▲12일, “국회의원급여를 최저시급 7,530원에 맞춰 지급하라”는 국민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국회의원 세비가 청와대 결정사항이 아님을 알면서도 20여만명이 동참한 것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자 강력한 정치개혁요구로 읽힌다.사진은 국회운영 파행으로 텅 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서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가 ‘국민청원운동’이다. 시민들의 권리행사 및 국정참여발언이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왕성해졌다. 이전에도 청와대신문고 등의 청원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최근의 청원운동은 촛불광장을 거치면서 최대치로 증폭된 직접소통과 참여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주권운동 차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청와대가 “여러 사람들의 아우성이나 왁자지껄한 요구” 정도로 치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대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청원인이 20만명을 넘으면 공식 답변한다는 내부지침을 세웠고, 그간 몇 차례의 답변이 있었다.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꼭 20만 명이라는 기준선에 연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직접민주주의의 발현이자, “국정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나서겠다”는 시민들의 선언에 정부가 적극 호응한 결과다. 

    “국회의원 세비 최저시급 적용” 국민청원 20만명 돌파

    어제(12일), “국회의원급여를 최저시급 7,530원에 맞춰 지급하라”는 국민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5일 “국회의원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청원이 청원 마감일(14일)을 이틀 앞두고 추천 수 22만건을 기록한 것이다. 익명의 최초 청원자는 “나랏일 제대로하고 국민에게 인정받을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달라. 철밥통 그들도 이제는 최저시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세비가 청와대 결정사항이 아님을 알면서도 20여만명이 동참한 것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자 정치개혁 요구이다.  

    청와대가 곧 공식 답변을 하겠지만, 청와대는 세비를 결정할 법적 권한이 없기에 구체적 답변은 불가능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국회의원 세비는 지난 1974년 국회가 제정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보좌진 제외 의원 1인당 연간 최소 2억 3천만원 지급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국회 개원일인 지난해 5월30일 기준 상여금을 포함해 1억 3796만 1920원(월평균 1149만 6820원)이다. 여기에는 기본급 개념의 일반수당(월 646만 4000원)과 입법활동비,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등과 함께 설-추석 명절휴가비(총 775만 6800원) 등이 포함된다. 이어 의정활동경비로 연간 9251만 8690원(월평균 770만 9870원)이 나간다. 사무실운영비, 차량유지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합산하면 국회의원 본인 앞으로 한해 2억 3,048만 610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가족수당, 자녀학비 등 각종 수당이 붙는다. 보좌진 급여는 물론 제외된 금액이다.  

    일 잘하는 순서로는 OECD 27개국 중 26위로 꼴찌 다퉈

    한편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경쟁력은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란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OECD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 세비는 1인당 국민소득의 5.3배로 34개 회원국 중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세비에 비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따져봤을 때, 비교 가능한 27개국 중 26위로 꼴찌를 다퉜다. 2위 스웨덴이나 5위 덴마크는 의원 전용차는 아예 없고, 의원 두 명당 한 명의 비서가 있을 뿐이다. 영국, 캐나다 등은 세비를 별도 기구에서 정하고, 의회는 이를 거절할 수 없도록 돼있다. 정치란 각국의 정치문화와 역사 등의 복합 산물이기에 단순 비교해서 “우리도 어디에 맞추자”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추출된 데이터는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혐오 부채질” 주장은 변명에 불과

    정치권 일각에서 세비 축소와 특권내려놓기에 대해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혐오 부채질” “안그래도 행정부 힘이 비대한 상황에서 입법부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면적 견해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원은 300명으로 인구 17만명당 1명꼴이다. 본연의 의정활동보다는 경조사나 지역구 행사에 불려다니기 일쑤다. 반면 스웨덴이나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대략 인구 3만명당 의원 1명 꼴인데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정착돼 있다. 그래서 이른바 ‘지역구 관리’에 돈이 들지 않는다. “정치환경이 다르기에 유럽국가들과의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고 강변한다. 문제는 바로 그 점이다. 정치 패턴을 바꾸면 된다. 지역구 관리에 쓸 돈을 대폭 줄이거나 없애버리면 유권자들의 의식은 변하게 마련이다. 개혁 시도도 하지 않고 문제점투성이인 현실만 강조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겠다”는 변명의 다른 이름이다. 언제까지 ‘상가집 문상정치’에 목 맬 것인가. 그게 진정한 민의의 대변인가. 

    언제까지 ‘상가집 문상정치’에 목 맬 것인가 

    필자는 이번 청원 제안자와 수 십만 추천인들의 견해를 행여라도 “장난스럽다”거나, “욱~하는 심정”에서 참여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권력의 원천이자 국민의 대표라는 점 말고는, 국회의원의 대우와 특권은 없애는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는 게 옳다. 이것을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인다면, 기존 사고방식과 체제에 매몰돼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재론이 필요할까 싶지만, 권위와 권위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짧게 말하자. 권위는 세워야 하고, 권위주의는 죽여야 한다. 수 십 가지 예우나 특권 말고, ‘국민의 대표자’라는 것만으로도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위는 충분하다. 아니, 충분해야 한다.

    40년 전 신동엽 시인의 ‘이상향’은 여전히 유효한 숙제 

    “휴가 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중략)”라는 이상향을 신동엽 시인의 ‘몽환’으로 방치하지 말자. 한낱 꿈으로 자위하지 말자는 얘기다. 

    차제에 국회의원은 물론, 3부 고위직에 대한 ‘예우 인플레’를 걷어낼 것을 촉구한다. 그 예우라는 것들 대부분은 일제 강점기시대의 잔재이거나, 그 이전 숭문주의시대 관존민비의 인습이라고 본다. 권위주의 대신에 권한으로 대우하고, 책임으로 복무하게 하자. 그게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선진국이다. ‘1인당 GDP 얼마 이상’이 아니라!  

    3부 고위직에 대한 ‘예우 인플레’도 걷어내야

    국회의원 세비와 특권내려놓기는 정치개혁이 논의될 때 마다 가장 먼저 거론됐던 사항이다. 그러나 이슈로 떠올랐을 때 잠시 부상했다가 곧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지금 정계에서 큰 소리 깨나 내는 정치인들 대부분이 특권내려놓기를 입버릇처럼 주워섬겼다. 정치개혁 1순위로 지목된 특권내려놓기와 세비 인하를 이번 개헌안에 담아 바로 실천하면 어떨까. 

    정치개혁, 적폐청산의 최종 목표 중 하나 

    이번에도 역시 안된다고,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의 시작이자, 악순환의 고리다. 세비와 특권 줄이는 대신, 의원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지출 안해도 되게 바꾸면 된다. 그게 정치개혁이자 선진 정치이고, 생산적 정치다. 의정보고회 등 필수 활동은 증빙 영수증 금액만큼 국고로 지원해주면 된다. 물론 상식적 범주 안에서. 말로만 “특권 내려놓겠다”고 떠들지 말고, 지금 바로 하면 된다. 세비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의원들이 부결시키면? 그 의원들 다음 선거에서 떨어트리면 된다. 촛불은 그런 쪽으로 진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 촛불이 세상의 질적 변화를 이끄는 횃불이 되는 것이다. 촛불은 나라 망친 박근혜 쫓아내자고만 든 게 아니었음을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적폐청산은 ‘주권재민’의 ‘민’ 존중으로 이어져야 제 의미를 얻는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강윤 언론인 lkypraha@naver.com

    ⓒ 폴리뉴스(www.poli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폴리뉴스는 인터넷신문위원회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