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칼럼] 2030세대는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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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언론들은 뭐 했길래 BBC가 현정화 인터뷰를 먼저 하는가

    ▲영국 BBC가 최근 제작한 현정화 선수 인터뷰 동영상 한 장면. 1991년 만들어진 남북 탁구단일팀 경기 모습. 오른쪽이 현정화, 왼쪽은 북한 이분희 선수. 현 선수는 BBC인터뷰에서 "남북단일팀이 27년간 불발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규모가 하계올림픽의 절반도 안 돼서 그런지 몰라도 개막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건만 평창올림픽 열기가 뜨뜻미지근하다. 한반도 전쟁위기까지 넘나들다가 북한 참가라는 극적 반전이 일어나고, 27년 만에 남북단일팀이 성사된 걸 생각하면, 3수 끝에 유치한 동계올림픽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가적 대사나 잔치를 ‘총동원령 체제’가 아니라 담담하게 치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 때문에 ‘평양올림픽’이라는 노골적 훼방까지 나오는 등 올림픽 이외의 요인들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지켜보며 착잡한 심정에 빠진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BBC>의 현정화 인터뷰가 던지는 질문 

    며칠 전 영국 <BBC>가 만든 동영상을 하나 봤다. 199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해서 세계 최강 중국을 물리치고 우승했던 당시 주역 현정화 선수 인터뷰였다. 인터뷰에서 현정화 씨는 말한다. “그 이후로 단일팀은 계속 만들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27년 간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91년 단일팀은 ‘역사’가 돼버렸다. 선수로서 아쉽다. 공식적 루트와 기회를 통해서 북한 (이)분희 언니를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계속 될 수 있었던 것을 역사 속 박제로 만든 건 누구의 탓이 더 큰지를 따지기에 앞서 남북 모두의 잘못이다. 

    그로부터 27년 후,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남북단일팀이 다시 만들어졌다. “누가 뛰네 못 뛰네, 메달이 어떻네…” “올림픽 하나만 보고 4년을 고생해온 선수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같은 비판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현 정부가 김정은의 신년사 한 마디에 넘어가 무리하게 단일팀을 만들려다 애꿎은 선수들만 희생됐다”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선동이 그런 불만을 부추겼다. 

    IOC 확인에도 ‘탈락’ 운운은 발목잡기 어깃장  

    사실 관계로도 틀릴 뿐더러 사려깊지 못한 비판이다.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역사 속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박제를 다시 현실로 끄집어 낸 ‘사건’이다. 북핵위기를 감안할 때 남북단일팀은 중요한 상징성과 역사성을 갖는다. 물론 단일팀 한 번으로 북핵위기가 하루 아침에 눈 녹듯 사라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북의 기습적 제안에 넘어갔다”느니, “국가대표에서 탈락할 선수는 어떻게 구제하냐”느니 하는 말은 단견이다. IOC가 남북단일팀 엔트리를 늘려서 북측 선수 때문에 출전하지 못하는 우리 선수는 없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음에도 탈락 운운하는 것은 어깃장 수준의 발목잡기다.  

    “20대 민족동일성의식 부족”은 틀린 팩트

    “20대들이 특히 남북단일팀에 반발한다”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50%대로 주저앉은 것도 20대들의 이반 때문”이라는 보수층의 공세 역시 팩트가 틀린 얘기다.  

    첫 번째. 계속적으로 실현 가능했던 단일팀을 역사 속 박제로 처박아버렸기에 지금 20대들이 “나라가 다른데 남북단일팀 왜 만드나?”라고 여기게 됐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20대들의 민족동질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탓할 일 아니다. 기성세대들 잘못이다. 정확히는 남북간 대화와 협조를 원천봉쇄해온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책임이 막중하다. 

    “20, 30대 통일인식, 40대 이상과 별 차이 없다” 

    더 중요한 점 한 가지. 과연 20대들의 민족동일성 인식이 희박해졌을까? 통일연구원 박주화 부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박 부연구위원은 30일 펴낸 <20~30대 통일의식에 대한 변명>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20, 30대의 통일인식에 대한 (기성 세대의) 비판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분석 골자는 다음과 같다. “20, 30대는 통일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공개적으로 표현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의무감으로부터 다른 세대보다 자유롭다. 이에 비해 통일을 긍정적으로 말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이 학습된 기성 세대는 통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표출되지 않도록 자기 검열을 하기 십상이고, 그래서 차이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 30대가 상대적으로 솔직할 뿐, 실제 인식은 40대 이상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20~30대의 민족동질성 인식이 유독 약하지 않다는 것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국민의식조사 결과,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임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비율은 20대 6.3%, 30대 5.6%, 40대 3.4%, 50대 5.6%, 60대 이상 2.5%였다.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세대 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같은 민족이라는 명분이 통일의 유일무이한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20, 30대의 생각”이라고 박 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자, 이러고도 2030세대는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2030세대는 억울하다.

    “정치보복 중단하면 올림픽협조”는 기만적 정치공세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 중단하면 평창올림픽 협조하겠다(김성태 원내대표)”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팩트 왜곡이자 여론 호도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자. 자유한국당 계열 사람들이 유일하게 잘 하는 일, 열심으로 했던 댓글, 그 댓글 말이다. 그 중 하나만 전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치우라!” 

    필자는 앞서 얘기한 BBC 동영상을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현정화 씨 인터뷰를 왜 한국 언론이 아닌 BBC가 먼저 만들었을까. 우리 방송사들은 뭐 했지? 인터뷰하는 데 큰 돈이 드나, 자료화면이 없나, 현정화 씨가 영국에 살고 있나. 사태의 본질을 파고드는 ‘인식’의 문제다.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 뒤에는, 제 할 일을 소홀히 한 언론 책임도 상당하다. 제 때 제 때, 제 할 일들만 잘 하자. 그러면 최소한 세상이 나빠지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적 활약이나 천재적 소질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강윤 언론인 lkypra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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