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방송장악을 시도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임기가 보장된 사장과 이사장, 몇몇 특정 이사들의 퇴출을 자의적으로 요구하며 개별적으로 반인권적 압박을 가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이어 “(감사원과 방통위는) 시청자인 국민을 볼모로 수개월째 파업을 벌여온 새 노조를 비판하기는 고사하고 그들과 공조하며 사장과 이사들의 임기 전 퇴출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법치의 농단에 적극 가담했다”며 “MBC에 이어 이제 KBS도 권력놀이를 하는 과격한 언론노조의 자유 무대가 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러한 마당에서 제가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인 KBS의 이사장 자리에 더 이상 남아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 나라와 한국방송공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독립투쟁, 반공투쟁, 선진화 투쟁에 피와 땀을 아끼지 않으신 선열들과 무고한 희생자들 앞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장악되면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자유롭고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서 온 세계와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건전한 공론의 조성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국민의식이 편협하고 혼미해지면서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이 나라의 이념적 정체성과 법치와 언론의 자유가 유린당하기 시작하는 순간에 뒤에 남게 되는 우국동지 이사들과 KBS 사원 여러분께는 오늘 같은 사태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막을 힘이 없었던 데 대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드릴 것이 없다”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굳건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