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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이강윤 칼럼] 권력기관 개혁, ‘기관 힘겨루기’ 아니다


보수계열 언론들이 적폐수사라고 칭하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불법/탈법사건 조사는 결과적으로 적폐를 드러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불법행위를 조사하는 사정기관의 고유한 업무집행이다. 정치적 이유 등으로 덮었거나 왜곡됐던 것을 뒤늦게나마 바로 잡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검찰을 동원해 과거를 헤집는다”는 인식은 국가 사정기관의 본령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지극히 잘못된 인식이다. 과거의 잘못이나 은폐된 부분을 뒤늦게나마 바로잡는 것이 개별 사건들에 대한 수사라면, 지난 14일 발표된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촛불혁명의 시대적 요구인 적폐청산의 첫 번째 ‘제도적 개혁’이다. 

조중동 논평, 시대적 요구를 ‘땅 따먹기’로 희화화

보도되었다시피, 검찰수사권 축소와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등이 골자다.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과 국정원의 힘을 뺀 대신 경찰을 강화시켰다”고 보도하고 있다. 1월 15일 자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1면 톱 제목을 보자. 약속이나 한 듯 다음과 같이 뽑았다. “검찰 국정원 힘빼고 경찰 막강해진다”(중앙), “국정원 검찰 힘빼고 경찰 키운다”(동아), “검찰 국정원 힘빼고 공룡경찰 만든다”(조선). 기관 간 ‘땅 따먹기’ 차원으로 희화화하는 제목들이다. 좀 더 정확히는 권력기관 개혁에 딴지거는 제목이다(“경찰 키운다”고 뽑은 동아일보는 의도적이자 악질적인 왜곡이다). 주지하다시피 제목에는 ‘향도 기능’과 ‘예단 기능’이 있다. 독자들에게 기사를 읽기 전 모종의 이미지를 갖게하거나, 예단하게 하는 것이다. 팩트왜곡이나 침소봉대는 ‘언론 폭력’이다. 

‘기관 간 힘겨루기’ 관점은 소아병적이고 구시대적 

청와대 개혁방안대로라면 경찰이 과거에 비해 그 역할과 권한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을 기관 간 힘겨루기나 ‘영토 확장’ 관점에서 보는 것은 소아병적이고 구시대적이다. 

문제는 이번 개혁방안이 그동안 누누이 지적되었던 사정 및 수사기관의 자의적 권력남용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여지는 없는지, 검경수사권을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자 요구에 맞는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검-경-국정원이 지탄받아왔던 것은 그 기관의 권한이 국민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게 아니라, 인사권을 쥔 권부의 눈치를 보거나, 깊게 똬리 튼 ‘조직 이기주의’를 위해서 사용되어왔기 때문이다. 30년 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살인적 고문수사를 자행했고, 경찰-검찰-국정원은 축소은폐에 급급했다. 30년 전 일이다. 그 처참한 사건 이후에도 권력에 부담이 될 만한 정치적 사건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검-경-국정원이 국민을 배반하는 쪽으로 작동되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른바 3대 권력기관이 다시는 권한의 사적 남용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역사적 요구에서 시작된 권력기관 개혁문제를, “기관 간 힘겨루기에서 누가 이겼다”거나, “땅따먹기에서 이겨 영토가 확장되자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거나, 심지어 “적폐수사가 마무리 되어가는 듯 하자 검찰을 팽시킨다”는 논평이나 인식은 이 역사적 사안을 희화화시키고 호도하는 것이다. 

청와대 ‘권력기관 개혁방안’의 문제점들 

이번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몇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첫째,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 일언반구의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정원과 경찰의 대공수사에서 국가보안법의 악용/오-남용 사례는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만큼 많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기존 형법으로도 대체 가능하다”는 견해가 제기되어 왔었다.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행여라도 현 단계 북핵 상황이 대단히 위중하고 한반도 주변 정세가 백척간두에 서있다고 해서 국가보안법 독소조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을 놔둬야 북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가보안법 중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7조(찬양·고무 등. ①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91·5·31>)는 어떤 식으로든 개혁하겠다는 명시적 의지표명이 있었어야,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이 실질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국보법 독소조항 개혁없는 개혁방안은 설득력 떨어져

안보수사처라고 이름만 바꾼 채 경찰로 이관하더라도 과거의 업무방식과 상황인식이 그대로라면 국정원에서 저질러졌던 불법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찰의 대공수사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음을 상기해야 한다. 2008년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발표한 ‘원정화 간첩사건’의 허위자백 강요 논란이 대표적이다. 

둘째, 확장된 경찰권한의 통제 및 감시방안의 실효성 문제다. 그동안에도 경찰은 방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 12만 경찰 중 최소 3,000명 정도가 정보파트에 근무하고 있다(경찰 자체 발표). 여기에 국정원의 정보 및 수사권한까지 이관될 경우 경찰의 정보 관련 기능과 권한이 더 강해질 것은 불문가지다. 경찰의 정보수집분야 인력 규모와 감시-견제장치 등에 대해 분명한 언급이 없었던 점은 아쉽다. 아울러 대공수사 기능과 권한을 경찰로 이관할 경우 국정원 인원감축 문제도 당연히 거론됐어야 한다. 

국정원 인원감축-경찰 정보파트 감시장치 구체화 필요  

셋째,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다. 필자는 검경 갈등의 본질을 거칠게 압축하자면, 검찰의 엘리트의식과 우월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우월주의의 바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검찰과 경찰의 충원 과정 차이이고, 다른 하나는 법적 규정이다.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험(사법고시)을 통과해야 하는 반면 경찰은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다는 ‘존재론적 우월주의’를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 법적으로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고 통제하도록 되어있기에 경찰이 검찰의 하급기관화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있다. 그러한 법적 보장을 바탕으로 검찰의 상부기관 의식, 우월주의는 공고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검찰도 비슷하지만, 그간 경찰의 독직사건 등 비리와 관행처럼 굳어진 인권침해적 업무방식은 경찰의 숙명적 아킬레스건이다. 검-경의 구태와 악습이 척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실제를 들여다보자. 일반 수사의 98%는 경찰 손에서 이뤄지지만 영장청구권, 기소 결정권, 사건종결권을 검찰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실무적 불만이 쌓여왔다. 업무 비효율도 상당하다. “경찰에 맡기면 제대로 될 턱이 없고 우리가 꼼꼼히 살피고 지시해야 그나마 제대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고쳐지지 않는 한, 검경 간 갈등은 할거의식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검경 갈등 근저에는 뿌리깊은 우월의식

이러한 뿌리깊은 우월주의와 상-하급기관 인식이 고쳐지지 않는 한 검경수사권 조정문제가 합리적으로 논의되고 조정되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감히 네가 어디서…”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한 지금과 같은 감정적 대립은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이성적 직무획정 논의가 불가능하다.   

넷째, 그런 감정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이번 청와대 개혁방안에 검경 수사권의 갈등 요소가 온존한다는 점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1차 수사권은 경찰로 이관하고 2차 수사와 경제 및 특수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으로 돼있다. 무엇이 경제범죄고 무엇이 특수범죄인지에 대해 그 경계가 모호하다. 예를 들어보자. 사기사건으로 시작됐는데 고위층 뇌물사건으로 번지고 정치자금제공사건으로 확대되는 사건이 있다고 치자(실제로 이런 일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찰이 1차 수사를 하다보니 단순 사기사건인 줄 알았는데 고위층 뇌물공여로 발전한다면 그 순간 수사를 검찰로 이관해야 한다. 그런데 수사 생리 상 그렇게 무 자르듯 나뉘어지는 게 아니다. 그런 경우는 “기관 간 논의를 통해 기술적으로 조정하면 된다”고 할지 모른다. 악마는 항상 그 ‘기술적 부분’, 디테일에 숨어있다. 

권력기관 개혁방안의 큰 틀을 발표하는 것이었기에 세세히 나누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관 간 논의를 통해 세부사항을 정해나가야 할 실무적 상황도 인정한다. 그러나 1, 2차 수사권 및 경제-특수범죄 구분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해서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는다.

국회 논의과정서 ‘개혁 시대정신’ 훼손될 땐 국민적 저항 

권력기관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검-경-국정원개혁에 대한 시대정신이 훼손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개혁을 가로막는 정파는 노도와 같은 물결에 휩쓸려갈 것이다.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는 정치권이 ‘촛불 자장권’ 내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정치권은 똑똑히 자각해야 한다. 촛불은 ‘6개월 간의 분노’가 아니다. 시대 분획의 기준이자 가늠자이다. 촛불 이전과 이후는 질적으로 다르다. 역사학에서는 이런 것을 시대구분의 기준이자 근거로 평가한다. 시대 정신에 역행하는 조류나 생각은 여지없이 퇴출돼왔다. 그게 시대구분의 힘이자, 역사발전이다. 우리는 지금 그 한 가운데 서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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