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 수수혐의, MB측 분노 “명백한 정치보복”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바레인 출국에 앞서 국가정보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불법정치활동 등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바레인 출국에 앞서 국가정보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불법정치활동 등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수수한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이 전 대통령 측과 자유한국당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3일 오후 김 전 기획관을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검찰에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전날 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김 전 부속실장과 김 전 비서관을 검찰에 불러 밤샘 조사를 한 후 이날 새벽에 귀가조치 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의 경우 전날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조사를 받은 김 전 부속실장과 김 전 비서관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와 관련된 사실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작비 유용 의혹 등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이 불법적으로 이들에게 전달된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원 특활비 수수와 사실상 판박이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부터 근무하다가 2012년 개인비리 혐의가 드러나 물러난 바 있다. 김 전 기획관은 당시 청와대 ‘안살림’을 도맡아 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 돈을 불법적으로 받았을 경우 이 전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의심이다.

또 김 전 부속실장과 김 전 비서관 또한 이 전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 살림을 맡은 ‘문고리 권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이들이 청와대 안살림 및 자금·총무관리 등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매개하는 역할을 해온 점에 비춰볼 때 김 전 기획관 등에 대한 수사가 앞으로 이 전 대통령 쪽으로 향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의 수사가 이 전 대통령의 ‘집사’ 쪽으로 향하자 이 전 대통령 쪽은 ‘정치보복’이라면서 즉각 반발했고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 프레임을 꺼내들진 않았지만 “(검찰의) 형평성을 잃은 수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날을 세웠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13일 오후 김백준 전 비서관 소환과 MB정부 국정원 특활비 수사와 관련 브리핑을 통해 “소환과 수사에 대해 일일이 논평 내지 않겠다. 검찰이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볼 것이다. 끝까지 청와대 하명에 따른 보복수사를 계속 하겠다면 검찰을 청산해야할 적폐기관 중 1순위로 규정하고 사법개혁 특위를 통해 그 정치보복의 칼을 뺏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검찰이 김 전 기획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들어가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종찬·정동기 전 민정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김두우 전 홍보수석,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가지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검찰수사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화를 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한 인사는 회의 뒤 언론통화에서 “10년 전의 일을 들춰내 수사를 하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는 받지 않았다”며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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