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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샘 사태로 돌아본 ‘사내 성폭력’, 또다른 피해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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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고용부가 최근 직장 내 성폭력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인테리어 기업 한샘에 과태료 총 600만 원을 부과했다.

    사회의 첫 발을 내딛은 신입사원이 입사 며칠만에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또 상사에게 연이어 성폭행과 성추행을 겪은 이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며 사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얼마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 사건을 집중 보도하며 사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추가 제보를 받아 공개했다.

    짧은 기간 안에 100여 건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제보가 쏟아졌고 그 안에는 사기업 뿐 아니라 공무원의 피해 사례까지 있어 충격을 안겼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사건을 겪은 후 가해자의 징계는 불구하고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오히려 사내에서 ‘왕따’가 됐다는 억울함마저 토로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한 위치를 보장받기 위해 권력을 쥔 사람의 편에서 피해자를 질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샘 사건의 피해자 역시 사건 이후 사내에서 ‘꽃뱀’으로 몰리며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다른 피해자들도 이 같은 일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지만 설사 징계가 있었다 해도 명확한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오히려 피해자가 오해를 받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는 늘 피해자와 가해자의 엇갈린 주장이 있는 사건이다.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경우 논란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사내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사측은 피해자에게 ‘입단속’을 시키기 급급하다.

    피해자 역시 가해자가 권력을 가진 상사인 경우 추가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문제를 공론화 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좁은 취업문을 막 통과한 신입사원의 경우 이는 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슈가 될 경우 너만 손해야’라는 인식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씌우는 굴레와 침묵의 강요는 가해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또 다른 빌미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벌이고 있는 ‘미투 캠페인’이 정재계를 흔들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침묵해 왔던 피해자들이 하나 둘 목소리를 냄으로써 힘을 얻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샘 사태 이후 추가적인 사내 성폭력 문제가 보도되긴 했으나 미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미투 캠페인 수준의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더욱이 한샘 사태에 고용부가 내린 600만 원의 과태료는 사내 성 범죄 관련 처벌 수위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방증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만연한 직장 내 성희롱과 성추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회사 내부의 엄격한 규정은 물론 이를 어길 시 받을 수 있는 처벌 수위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사내 성폭력은 권력을 가진 강자가 약자에게 저지르는 범죄다. 범죄 사실을 알았을 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공범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해선 기자 lhs@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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