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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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이강윤 칼럼] 계급장 다 떼고 정책으로 붙어라

내년 지방선거를 ‘정책선거 1호’로…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2017년 달력에서 12월 20일이 붉은 색 임시공휴일로 표시된 게 눈에 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오늘 제19대 대선이 치러지고 있을 것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 근현대사 수 십년 치의 변화와 폭풍이 압축적으로 풀어헤쳐진 지난 1년. 

국정농단 드러나지 않았다면 오늘 대선 치러지고 있을 것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있긴 하나,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우리 정치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정책선거 원년이 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 지역정서가 녹녹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권자인 국민과 후보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선진형 정책선거를 충분히 이뤄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지역색은 가장 엷으면서 전국적 정치 판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서울시장 선거를 예로 들어보자. 박원순, 민병두, 박영선, 전현희, 우상호, 이인영, 정청래….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후보군이다. 많을수록 좋다. 다 나오면 좋겠다. 계급장 떼고, 오로지 정책과 비전으로만 치르는 진검승부의 모델을 보여주시라.

계급장 떼고, 정책으로만 진검승부 펼치길

가장 먼저 비전을 발표한 이는 민병두 의원이다. “국회 세종시 이전과, 여의도 국회 공간 4차산업혁명 본부기지로 변신”을 골자로 구체적 정책방안, 매력적이다. 다른 예비후보들도 ‘손으로 만져지는’ 대표공약이나 정책대안 제시하시라. 좋은 말들 모아놓은 공왈맹왈식 비전은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다. 촛불광장이라는 ‘민주시민 고액과외’를 지난 1년 간 집중적으로 받은 시민들이다. 높아진 시민 수준에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도 ‘진짜 정책선거’ 한번 해보자. 그럴 만한 시민 역량이 확보되고, 정치 환경도 조성됐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정책선거 1호’로 만들자. 그게 ‘정치 1번지’라는 서울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고, 촛불시민의 자긍심이다. 

안철수 황교안 홍준표… 다 나와서 자신의 ‘시장가격’ 확인하라

생각이 있으면 안철수 황교안 홍준표까지도 다 나오시라. 뭉기적거리지 말고. 나와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장부가격’과 ‘시장가격’을 직접 확인하시라. 

‘진짜백이’ 정책선거가 되면 정치후진성의 대명사인 ‘올 오어 너씽(all or nothing)’이나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바로 그게 정치발전이다. 작년 촛불혁명을 이끈 시민들에게 정치권이 보답하는 건 이전투구선거를 정책선거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시민 수준에 맞는 정치를 가질 때가 됐다. 4•19로부터 60년, 87년 6월항쟁으로부터 30년이 지났다. 민중의 그 거대한 꿈틀댐이 작년 촛불혁명으로 집대성되었다.  

민병두 의원의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은 헌법 상 수도이전 가능여부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다. 지난 2004년 관습헌법 논란을 야기한 ‘신행정수도헌법소원사건 헌재 결정문’ 때문이다. 좀 길지만 원문 그대로 인용한다. “헌법기관들중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와, 행정을 통할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특히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하략).”

예상 의제 ‘수도 이전’, 여론 시장에 맡기자

어려운 용어들이 많은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가 수도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요소’라는 얘기다. 헌재 결정문 중 ‘불문의 관습헌법’이라는 구절이 모호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는 서울에 두고 국회만 이전할 경우, 헌재결정문에 반하는 것인지 법적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어쨌거나 헌재 결정문의 법적 지위에 변동이 없는 한 국회 이전은 헌법개정사항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내년에 최종 발의될 개헌안에 수도의 위치를 명문화하기 보다는, 법률에 위임해서 국회부터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정치적으로 절충될 여지도 있다. 물론 여론 추이가 가장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 핵심사항 중 하나로 자치분권을 강조해오고 있다. 정부발의안에 이 점이 반영될 소지가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수도이전에 관한 논의를 ‘실용적 차원’에서 보자면,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일한 지역에 두는 것은 재론의 여지없이 합리적이다. 지금 행정 각 부처 3급이상 주요 간부들은 세종시에서 여의도 국회로 오가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을 쓰고 있다. 국회에 가있는 간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실무인력들의 업무부담이 이중삼중으로 가중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행정력과 예산낭비는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앞으로 몇 십 년간 이런 일이 되풀이되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 이미 실질적인 행정수도 기능을 하고 있는 세종시로 국회를 옮김으로써, 행정부와 입법부를 집적시켜 ‘컴플렉스화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게 혈세절약 차원에서도 당연하다. 

돌아가면 벽이지만, 가서 부딪히면 벽은 문이 된다 

이를테면 이런 논의를 포함해 향후 ‘서울 빅 픽처’를 놓고 여야 각 후보들이 정책대결을 펼치고, 주권자이자 정치소비자인 유권자들이 결정케 하는 정책선거를 펼쳐보자. “낭만적 견해일 뿐이고, 막상 선거전에 들어가면 구시대 정치문법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반론이 벌써부터 들린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낭만적 꿈을 꾸지 않으면, 시대 사조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있는 곳이 수도이고, 수도는 조선왕조 600년 이래로 한양(서울)이었고, 앞으로도 한양이어야 한다’는 것은 과거의 관성이자 타성일 뿐이다. 타성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돌아가면 영원히 벽이지만, 가서 부딪히면 벽은 문이 된다. 그것을 우리는 지난 1년간 광장에서 확인했다. 정책선거로 한 단계 나아가는 데 시도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꿈’이란 청소년 격려용 단어로나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정책선거는 무지개 너머의 아스라한 꿈이 아니라 손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눈 앞의 목표로 바뀌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그 첫 시험대이길 촉구한다. 고양된 민주시민의 자존감을 지난 5월 대선이 이어, 내년 지방선거라는 본 경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자.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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