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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유창선 칼럼] 국민의당의 이전투구 내분, 차라리 ‘합의이혼’ 이 낫다

붕괴된 리더십, 신(新)4당체제도 방법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의 내분 사태가 분당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안철수 대표 쪽의 통합파와, 그에 반대하는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통합반대파 사이의 갈등은 극심한 감정싸움과 불신 속에서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투구로 치닫는 집안 싸움의 광경이 국민들로서는 눈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 환경 속에서 39석의 제3당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외면만 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래도 우리 정당정치에 나은 방향으로 매듭지어질 수는 없을까.

일단 안철수 대표 체제 아래에서의 봉합을 통한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에 격렬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밀어붙이기로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통합이 무산되면 그 자체가 리더십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라 자신이 운전하던 통합열차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통합마저 없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작동할 것이다. 아마도 전당원투표를 통해서라도 통합의 법적 효력을 획득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함께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은 반쪽 짜리 리더십이 되어버린 상태이다. 현역 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사실상 그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설혹 통합 추진을 중단한다 해도, 현재의 국민의당 내에서 안 대표의 리더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는 불가능할 듯하다. 그렇다고 대표직 사퇴는 정치생명의 끝이 될 수밖에 없는 안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리도 없다.

사실 그동안 국민의당 내분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달은 데는 안 대표의 책임이 일차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하는 것에 대한 판단은 당의 노선에 관한 문제이고, 당내에서의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가부 간의 중지를 모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상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통합논의가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되면서 반발을 극대화시켜 버렸다. 더구나 통합 추진 여부에 안 대표의 말이 여러 차례 번복되면서 당내 불신과 혼돈은 극에 달하기에 이르렀다. 선거연대든 통합이든 정당 안에서 정상적인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가능한 일이었는데, 조급하고 무리한 방식을 동원하면서 ‘오염된 통합론’을 자초하고 말았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를 위기에 봉착한 안 대표 개인의 정치적 출구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한, 막상 통합의 효과가 있을지 조차도 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정치적으로 옳든 그르든, 당 대표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통합을 밀어붙인다면 당내 힘의 우열에 따라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만약 안 대표가 전당원투표를 통한 통합을 추진하면 통합반대파는 격렬하게 반발하겠지만, 그래도 통합은 관철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경우 통합반대파는 차라리 탈당을 통한 신당을 대안으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 되겠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서로가 다당제의 의미에 동의하고 있다면 새로운 4당체제가 들어서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각 당의 역할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루어지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까지 정치적 노선이 다르고 불신이 깊은 정치인들이 같은 당을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생각이 그토록 다르고 신뢰할 수 없다면 갈라서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다만 그 때 변수가 되는 문제가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거취 문제이다. 알다시피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아무리 탈당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에서 김현아 의원이 붙잡혀 있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현재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는 몇 사람이 통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들의 탈당 여부에 따라 통합반대파의 원내교섭단체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도 크다. 그런 경우라면 서로 쿨하게, 탈당하고 싶은 의원들은 출당을 시켜주는 ‘합의이혼’을 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 안에서 계속 노선투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때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게 될 것이고, 통합의 효과는 고사하고 공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안철수 대표가 손을 내밀어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그동안 서로의 생각이 바뀌었고 갈 길이 달라졌을 수 있다. 그래서 안 대표가 그들과 결별하고 자기의 길을 가겠다면 신사적인 결말을 맺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다.

어차피 통합논의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해도 과연 효과가 있을지 자체가 의문시 되는 지경까지 왔다. 바른정당을 얻고 호남을 잃는다면 스스로 정치적 무덤으로 들어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결과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더 이상의 이전투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고 정치적 도의를 저버리지 않는 방식으로 매듭짓기 바란다.

아무리 집권세력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도, 좋은 야당은 필요하다. 그래서 여소야대 환경에서 제3당의 대혼돈은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제라도 따가운 국민의 눈을 의식한 해법을 찾기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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