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는 시한폭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당제 정착을 위한 과제와 국민의당의 진로 토론회에 참석한 뒤 떠나며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와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iv>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당제 정착을 위한 과제와 국민의당의 진로 토론회에 참석한 뒤 떠나며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와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 “국민의당은 지금 심장 정지 상태와 가깝다. 그래서 전기 충격이 필요하다…전당대회 지나면 다시 심장이 뛰고 살아서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되기를 기대한다” “당 대표에 출마하게 된 이유도 정말 많은 분들이 기대를 가지시는 국민의당을 제대로 다시 세우기 위함이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이전인 지난 8월 23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안 대표가 대선 패배 후 110일 만에 당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당 내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다시 심장이 뛰게 하고 다시 세우겠다며 당 대표 출마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안 대표가 전대에 출마해 당 대표에 선출된 후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여전히 위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성인 1천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47%로 1위를 지켰고 자유한국당은 12%, 바른정당 8%, 정의당 6%로 나타났다. 국민의당은 5%로 가장 낮은 지지도를 보였다. (자세한 사항은 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기관의 정당 지지도가 모든 것을 대변해줄 수는 없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미래를 기대하기 힘든 참혹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저는 축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물이 10℃에서 99.9℃까지 끓을 때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99.9℃가 되더라도 끓지 않는다. 10℃ 때나 99.9℃나 밖에서 보았을 때는 똑같다. 그런데 그것이 0.1℃ 차이로 끓게 되는 것이다. 10℃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축적을 하고 있는 중이고,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중도보수 진영을 겨냥해 ‘반문(반문재인)’ 행보를 보이며 바른정당과의 ‘연대 통합’ 문제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당 내 혼란만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언론을 통해 “제가 ‘정부와 각을 세운다’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하듯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내 경쟁자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 ‘반문’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고 이는 당 내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난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와 관련해서 “미·중과의 신뢰구축에 실패했다. 외교·안보라인은 교체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안 대표는 또 촛불집회 1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공감이 부족하다”면서 “촛불의 정신을 독점하려하고 독선으로 내달리는 세력 때문이다. 나라의 안보는 불안하고 사회는 갈등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안 대표가 지난 11월 초 독일 방문 중 “복수하려고 정권 잡았느냐”라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은 당 내 갈등을 부추겼다.

호남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진보개혁성향의 호남을 지역구로 둔 호남지역 의원들은 안 대표의 ‘반문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당시 소속 의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방에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 반성하고 자숙해야 정상”이라며 “그런데 같이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 특히 적폐청산은 당연히 철저하게 하라 하는 것이 맞다”고 안 대표를 비판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최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복수하려고 정권 잡았나’ 발언에 대해 “극히 부적절한 이야기다. 바로 그 점이 우리 당의 진로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며 “지금 안철수 대표 체제의 국민의당은 반문재인을 확고하게 하고 있는 것 같고 개혁에 대해서 미온적이거나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탈호남도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안 대표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 20대 총선 당시 야권분열로 인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어부지리’ 우려로 인해 야권연대 압박이 거셌지만 끝까지 독자노선을 고수했고 국민의당은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얻어 제3당으로 부상했다. 안 대표는 자신이 정치권에 입문한 후 ‘다당제 틀’을 구축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여기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신의 지금까지의 정치적 선택에 자부심과 확신을 갖고 있는 안 대표가 이번에는 당 내 반발을 무릅쓰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정치적 승부수를 건 것이다.

안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대표로서 제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는 당을 살리는 것이고 그것은 국민의당 창당정신과 명분을 확대·강화하는 튼튼한 제3지대 지형을 만들어서 명실상부한 다당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적 지지층을 넓혀가고 그 힘으로 현재 정치구도를 재구성해서 양당제 회귀흐름을 차단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신(新) 3당 합당’으로 규정하며 안 대표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통합을 하겠다면 보따리 싸서 나가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손잡는 것은 절대로 안 되고, 자유한국당과 손잡는 것도 절대 안 된다”며 “그럴 거면 제가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안 대표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바른정당과 통합 후 자유한국당과도 합하게 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당장 바른정당과 통합이 어렵다면 정책연대 후 선거연대 수순을 밟겠다는 생각이다. 통합 찬성파 측에서는 통합 여부에 대한 전 당원 투표 결과를 공개하는 전당대회 개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혼돈의 100일’을 보낸 안 대표 앞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승리해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갈등을 겪다 결국 분당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내 노선 갈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는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관련 “안 대표 본인이 사실상 지역기반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은 중도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며 “안 대표의 필연적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지금 안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호남 중진들은 민주당쪽으로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고, 호남지역 초재선들도 ‘친안’과 ‘비안’으로 갈라져 있다. 지금 머릿속에 다 다른 생각이 들어있는 것이 국민의당 구조인데 무슨 지도력을 발휘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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