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국정원 적폐청산의 남겨진 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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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 회합' 내란음모사건 재판 광경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가 다시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국정원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 등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개혁안에는 정보수집 범위를 구체화함으로써 국정원이 정치적인 목적의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정치 관여라는 적폐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가 실려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정원은 이같은 개혁안이 담긴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에 따라 국회 통과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이 "좌파에 의한 국정원 해체 선언“이라며, 그동안의 적폐청산까지도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등의 이같은 반발을 예상해서일까,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조사를 마친 ‘15개 의혹 조사’에는 제외되어 있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적폐청산TF는 국정원의 각종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모두 11건 54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권고하고 활동을 마쳤다. 여기에는 △'댓글사건' 사이버 외곽팀 운영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MB정부 시기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 △정치인·교수 등 MB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국정원 간부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사업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관여 사건 △보수단체 지원 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공개 사건 △명진스님 불법사찰 사건 등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애당초 거론조차 되지 않은채 빠져있음이 발견된다. ‘RO 회합’ 사건 수사에서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이르는 과정에 국정원이 어떻게 개입했는가 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강제 해산 결정을 낳은 본격적인 출발은 ‘RO 회합’ 수사와 그들에 대한 내란음모죄 기소였다. 

    당시 국정원의 기획수사 의혹으로부터 시작하여 녹취록의 언론 유출과정 등 수사 과정 전반은 국정원에 의해 진행되었다. 물론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이 범법 행위를 한 것이 있으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었겠지만, 국정원에 의한 여론몰이식 수사 광경을 보면 애당초 그 사건의 배경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짐작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경선 부정 사태를 둘러싸고 여론으로부터 고립된 정당에 대한 여론몰이식의 수사를 읽을 수가 있었다. 만약에 그 사건들에 국정원의 정치적 의도가 배경으로 자리했다면 그 역시 조사가 필요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이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사안의 정치적 민감성이 갖는 부담을 의식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자칫 보수정당이나 보수층 일각의 반발을 불러와 정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그러한 정치적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모든 역사적 사건들의 진실은 있는 그대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사건도 조사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옳았다. 조사를 해서 국정원의 수사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결론내리면 되는 일이고, 반대로 문제가 있었다면 그 부분을 국민 앞에 밝히는 일이 필요했다. 

    이러한 얘기가 통합진보당의 활동 노선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님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의 활동과 노선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정치적 판단, 또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념적 문제 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사실은 사실 그대로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아닐까.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yuc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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