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40여 년의 민주화 여정을 거쳐 도달한 곳은 군사독재의 끝, 문민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도식에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와 얘기하며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도식에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와 얘기하며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문민정부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남긴 가치와 의미는 결코 폄하되거나 축소될 수 없다”면서 문민정부에 민주주의 정통성을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김영삼민주센터 주관으로 거행된 김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공식 추모식에 참석해 “김영삼 대통령님은 195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독재 권력과 맞서 온몸으로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항쟁, 6월항쟁이 역사에서 제 자리를 찾았던 때가 바로 문민정부”라며 “김 대통령께서는 취임 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13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개혁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문민정부를 넘어 이 땅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신 것”이라고 문민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문민정부의 개혁성과에 대해서도 “법과 정의에 기초한 ‘역사 바로 세우기’를 통해 군사독재시대에 대한 역사적 청산도 이루어졌다. 군의 사조직을 척결하고, 광주학살의 책임자를 법정에 세웠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는 경제정의의 출발이었다”며 “신속했던 개혁의 원동력은 민주화와 함께 커진 국민의 역량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께서 연 문민시대는 민주주의를 상식으로 여기는 세대를 길러냈다. 권력의 부당한 강요와 명령에 맞서고 정의롭지 못한 정치를 거부하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문민정부 이후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문민정부가 연 민주주의의 지평 속에서 대통령님이 남기신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긴다”며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국민의 화합과 통합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함께 걷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여정에 대통령님께서도, 언제나 거기 있는 큰 산처럼 함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적극 품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업적에 대해 “1970년대에는 유신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이끄는 강력한 야당 지도자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깃발을 더 높이 들었고, YH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했으며 1979년 10월 유신정권으로부터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촉발된 부마민주항쟁은 결국 유신정권을 몰락시켰다”고 했다.

또 “1980년대 김영삼 대통령님의 민주화 투쟁은 5.18광주민주항쟁과 함께 다시 불타올랐다. 광주민주항쟁 3주기에 시작한 단식은 23일 간 목숨을 걸고 계속됐다. 이 땅에 다시 드리워진 독재의 어둠을 깨치고, 민주주의의 새벽을 불러왔다”며 “김영삼 대통령님은 195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독재 권력과 맞서 온몸으로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거제도의 젊은 초선의원은 ‘바른 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대도무문’을 가슴에 새겼다. 김영삼 대통령께서 40여 년의 민주화 여정을 거쳐 도달한 곳은 군사독재의 끝, 문민정부였다”고 말했다.

현직 문 대통령인 문 대통령이 추도식에 직접 참여해 김 전 대통령과 문민정부에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하며 적극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고향 출신이고 지난 대선 당시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씨 등 과거 상도동계 일부의 도움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적폐청산’이란 시대적 과제를 풀어야 하는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집권 초기 하나회 척결 등 ‘역사 바로세우기’ 개혁작업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업적과 문민정부의 개혁을 적극 끌어안음으로써 ‘적폐청산 연대’ 지지기반을 강화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을 자신의 정통성으로 삼아 당사에 3명의 대통령 사진을 걸기로 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억압한 독재자지만 김 전 대통령은 독재자에 맞서 싸운 민주 지도자란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1987년 야권분열과 대선 패배, 1990년 3당 합당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진영으로 갈라졌던 민주세력의 통합을 도모, 영호남 민주세력을 묶어내 민주진보진영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뜻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추모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수한 전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주기 추모식 때 탄핵정국이 거세지면서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 등 전직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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