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종 결정만 남아…16년 만에 세이프가드 조치 여부 관심

지난달 미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 및 LG 전자 세탁기들.<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미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 및 LG 전자 세탁기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과 관련,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내놨다.

미 ITC는 2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미 ITC의 권고안은 국내에서 최악은 피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권고안에는 향후 3년간 매년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에는 50%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TRQ(저율관세할당)를 제시했다.

이는 미 가전업체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TRQ를 120만 대로 설정하고,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세탁기에만 50% 관세를 부과토록 한 것이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삼성과 LG는 어떤 형태의 수입제한 조치도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입장이지만, 꼭 필요하다면 글로벌 TRQ를 145만 대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만 관세 50%를 부과해 달라고 ITC에 요청했었다.

이 권고안은 월풀과 삼성·LG의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미 ITC는 이와 함께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 실무진들과 대책회의를 개최해 미국 월풀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와 함께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더라도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해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에서 각각 진행 중인 가전공장 건설을 대표적인 사례로 예를 들었다. 

이번 발표 안에 대해 일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추후 최종 결정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권고안에 대해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작은 관세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이 세탁기를 생산하기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어떠한 구제조치도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내년 1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공장의 준비를 위해 35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150명의 생산직 일자리를 더 충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리는 정부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의 일꾼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또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세탁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할 어떤 구제조치도 부과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ITC의 권고안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므로 이번 ITC 권고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될 미 정부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뿐만 아니라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LG 세탁기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성장해온 것은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LG 세탁기를 선택해왔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번 권고안은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또 권고안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기반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LG전자는 권고안대로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생산능력을 감안해 현재 수준의 물동을 유지하고, 추가로 늘리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는 다른 국가 정부·기업들과 협력해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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