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외교’ 핵 ‘3불 원칙’, 신북방·신남방정책 통한 외교지평 넓히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을 ‘균형’에다 맞추고 한반도외교의 ‘운전대’를 잡고 본격 운행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의 2016년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붕괴하다시피 한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외교도 복원했다.

‘안보 불안’, ‘코리아 패싱’이란 보수진영 맹폭 속에서 취임한 문 대통령의 외교행보 6개월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 이에 대응한 미국의 대북 강경 대응기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여기에 북한 핵을 빌미로 한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 등이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최대 난관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었다. 문 대통령 취임을 기다렸다는 듯이 5월14일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ICBM) ‘화성 12’를 발사를 시작으로 단거리부터 중거리(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거듭된 도발에다 지난 9월3일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예정된 것이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한국의 정권교체, 그리고 10월 중국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한 시진핑 2기 집권체제 출범을 겨냥해 김정은 정권이 체제 안전과 몸값 높이기를 위한 사활(死活)을 건 ‘도박’을 감행할 것이란 그림은 일찌감치 탐지돼 왔다.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목적으로 미국을 향한 도발 수위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 그것이 9월3일의 6차 핵실험이고 거듭된 ICBM급 미사일 도발, 미국령 괌에 대한 도발 위협이다. 북한은 미국을 끌어내 최소한의 소득이라고 얻기 위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사용했다. 체제불안의 근본원인이 미국에 있고 미국을 움직여야만 해법이 모색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한 핵문제가 단순히 북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북핵문제가 심화되고 한반도정세가 항구적인 불안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배경에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신의 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북한 핵을 두고 줄다리기하고 활용한 탓이다.

미국에게 북한 핵은 한국과 일본을 묶는 동아줄이며 ‘중국 책임론’으로 중국을 옭아매는 강력한 견제수단이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고 미 군사전략자산을 수시로 드나들도록 해 중국을 압박하도록 해준 명분은 북한 핵이다.

중국 또한 미국의 대중포위 전략과 군사 압력이 가중되면 북한의 핵 도발을 의도적(?)으로 방치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점증되는 미국의 압력을 배출하는 분출구 역할을 했고 남중국해에서의 전략적 이익 확보의 지렛대로도 활용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게 있어 북한 핵문제는 단순히 북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과의 대결구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6개월 동안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의 방식은 전통적이었다. 한미동맹이란 틀이 최고의 무기였다. 대북 선제타격과 군사옵션을 거론하는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선택지를 좁혔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지닌 미국은 ‘갑’ 중의 ‘갑’이고 전쟁 피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한국은 ‘을’ 중의 ‘을’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한미 간의 이견 노출’이란 고전적 메시지로 한국의 선택폭과 입지를 축소시켰다.

과거에 비해 힘이 세진 중국도 한국에 대한 압력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보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더 민감해 하며 결국 ‘경제제재’로까지 치달았다. 한국에게 중국 포위구도에 동참하는 추가적인 섣부른 선택은 하지 말라는 압력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는 북한의 거듭되는 막무가내식의 도발, 미국의 한국정권에 대한 전통적인 압박 가중, G2로 올라선 중국의 힘 과시, 여기에 군사대국화를 도모하는 일본의 견제까지 받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출발한 셈이다.

11월 슈퍼위크 앞두고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균형외교’로 진화

문 대통령이 사면초가 상황에서 추구한 것은 ‘균형외교’였다. 취임 직후 북핵 위기로 인한 한반도 긴장고조에 ‘한반도 운전자론’을 제기했다. 이러한 행보는 북한 추가도발 중단 시 대화 선언(6·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 베를린구상 발표(7월6일), 남북 군사당국 및 적십자회담 제의(7월17일)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운전자론’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군사옵션 거론 등으로 힘을 잃는 듯했고 이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지난 9월 초 “문 대통령은 운전자는커녕 조수석·뒷자리에도 탑승하지 못했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북한의 ‘통미봉남’ 의도의 연속된 도발과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휩쓸던 지난 9월까지의 한반도 정세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운전자론’도 수사에 그치는 듯했다. 나아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와 압박에 힘을 싣는 모습으로 나갔다. 이에 보수진영은 보다 확실하게 ‘한미동맹’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고 진보진영은 대북제재의 목소리를 높이는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19일 중국 19차 공산당 전대를 기점으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판짜기에 들어가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진화된 ‘균형외교’를 앞세워 한국 외교의 역할을 높여 나갔다. 문 대통령은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과 문 대통령의 8~15일까지 이어지는 동남아 순방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맞춘 이른바 외교 ‘슈퍼위크’에 ‘균형외교’를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인 11월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미중 균형외교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한국의 균형외교가 미국과 중국 중 하나의 편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는 상황에 대한 질문에도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갈등관계가 아니라 협력하고 공동 번영해 나가는 관계로 매개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미중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한국당 등 야당은 들끓었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다음날인 4일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에 대해 “한·미 동맹과 북핵 대처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 자칫 한미 간에 엇박자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시대착오적인 광해군 코스프레를 즉각 그만두라”고 힐난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인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 “3국간의 공조가 더욱더 긴밀해져야 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한미일 공조가 한국과 일본, 미국 간의 3국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나아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1월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협력 이 3가지는 없을 것이란 ‘3불 원칙’에 대해 “정부가 누누이 밝혀온 입장으로 우리 국익과 안보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말했다.

문 대통령과 외교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바로 전에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사안에 대해 입장 정리를 시도한 것은 한미 간의 외교적 절충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것이 토대가 돼 10월31일에 한중 외교당국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 발표를 통해 ‘사드 갈등’은 봉합한 채 관계정상화에 합의하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 기간 중인 11월11일에 한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코리아 패싱’ 논란 잠재운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 통해 한중관계 정상화

이목을 집중시켰던 11월7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을 확인하면서 한국 정치권의 관심사안인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을 완전히 잠재웠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한미 관계가 오랜 동맹국이 아닌 그 이상의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보수야당이 제기한 ‘한미동맹 균열’ 주장이 근거 없다는 점을 못 박은 것에 가까웠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 질문에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다.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 뿐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우애 관계를 쌓았는데 이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서로를 위해 많은 일 하고자 한다”고 말해 ‘코리아 패싱’이 야당의 왜곡된 정치공세임을 확인시켰다.

또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중 균형외교에 대해 “우리 균형외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이겠다는 것”이라고 ‘균형외교’의 지향이 미중 간의 줄타기 외교가 아닌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이는 ‘운전자론’에 접목했다.

11월11일 베트남에서 가진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관심사인 사드 문제 등에 대해선 10월31일 공개한 ‘양국 관계 개선 방안에 관한 발표 내용’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을 정상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14일 필리핀에서 가진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일단 사드 문제는 제쳐두고, 양국관계는 그것과는 별개로 정상화시키고,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에 양국이 크게 합의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중간의 안보현안은 각자의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출발선을 다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지점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중 공조 합의다. 양국 정상은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양국은 각급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강화해 나가기로 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의 협력과 공조체계도 구축키로 했다. 이른바 ‘중국 역할론’에 한국이 발을 담그며 중국을 매개로 한 북한과의 ‘간접 대화’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핀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복원에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핀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복원에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균형외교’의 핵심은 ‘3불 원칙’, 남은 것은 최대 난제 북한

11월 7일 한미정상회담과 11일의 한중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6개월간의 노력 끝에 ‘균형외교’의 틀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한미동맹의 틀’을 근간으로 하면서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한다는 한국의 외교노선이 이 두 번의 정상회담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취한 ‘균형외교’의 핵심은 ‘3불 원칙’ 천명이다. ‘3불 원칙’은 ‘한국의 주권사항’으로 미국이나 중국의 요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큰 틀에서 보면 한국이 일본과 군사동맹으로 엮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 주도의 MD 편입이나 사드 추가배치는 한중일 군사동맹으로 갈 경우 연장선상의 일이다.

미일 주도의 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이 당사자로 뛰어드는 것은 한반도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 형성을 의미한다. 한국 입장에선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한미일 군사동맹’에 편입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끌어낼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북핵외교의 반복일 뿐이며 북한 또한 폭주를 되풀이할 공간을 열어준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G2의 패권 경쟁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해 온 점을 직시하고 ‘균형’ 외교란 열쇠말로 두 번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한중관계 정상화에도 합의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11월 7일부터 15일까지 트럼프 방한에서부터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까지의 이른바 외교 슈퍼위크를 결산하는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6개월간의 외교적 노력과 성과를 통해 우리 외교가 그동안의 공백을 완전히 복구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며 “우리나라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미와 한중간의 외교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지면서 문재인 정부에게 남은 것은 최대 난제인 북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향한 첫 움직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한 대목이다.

쑹 부장은 11월 17~18일 북한 정권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과 각각 회담을 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중국에 전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기간의 핵과 미사일 도발 감행과 결부돼 기대했던 성과 없이 ‘대화의 장’에 나설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 <환구시보>가 11월 18일 사설에서 “쑹타오는 마술사가 아니다”라고 한 것도 북한이 국제적 압박에 밀려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장에 효과를 거둘 수 없어도 이 과정 자체가 전환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완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북한도 지난 2개월 동안 도발을 자제해온 상황도 긍정적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11월 17일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개발과 무기 수출을 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기본조건이 추가 도발 중단과 동결에다 방점을 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 외교지평 확대의 핵심...아직은 선언 수준

문 대통령이 ‘균형외교’를 추진하면서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한 부분과 맞물리는 것은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해 행한 ‘신북방정책’과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밝힌 ‘신남방정책’이다.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의 9개의 다리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나가자는 ‘신북방정책’과 아세안과 교역을 2000억 달러 수준으로 높이자는 ‘신남방정책’이 도모하는 것도 ‘균형’이다.

문 대통령은 11월 20일 동남아 순방에서의 ‘신남방정책’ 발표에 대해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표한 신북방정책과 함께 남과 북을 연결하는 번영 축을 이루면서 우리의 외교와 경제 지평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교역량을 2,000억불로 늘려나가자고 뜻을 모은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과의 교류를 촉진하는 것은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신남방정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하여 후속 조치를 잘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이 갖는 의미는 미국과 중국에 편향된 외교와 경제의존도를 동남아시아와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지평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균형’을 얘기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아직은 ‘선언’적 의미가 더 강해 실질적인 외교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섣부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군사적으로는 미국,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 높은 한국의 객관적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그림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균형외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한국 외교의 지평이 넓히는 기본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현실에 기반해 있다.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에만 의존할 경우 한국은 그야말로 ‘줄타기 외교’의 함정에 빠져 곤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설사 균형을 이뤘다 해도 이는 일시적인 균형일 따름이며 국제적 힘의 논리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줄타기 외교’가 박근혜 정부 외교 파탄의 근본 원인이었다. 

문 대통령의 외교적 성패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 강화와 함께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향후 성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