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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지방

[논단] 토정 이지함과 후광 김대중 ‘400년만의 만남’

(장용기 목포mbc 편성제작부 부국장

[폴리뉴스=홍정열 기자]

글 제목 자체가 크게 엉뚱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삿갓과 패랭이 차림의 조선 중기 포천현과 아산현감을 지낸 토정 이지함 선생과 21세기 새 밀레니엄시대 대한만국 대통령을 지낸 후광 김대중 선생이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이런 제목을 달수 있었는지. 토정 이지함은 1517년생이고 후광 김대중은 1924년생이니 두 분간에는 정확히 407년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토정선생과 후광선생의 400년만의 만남이라는 제목을 과감하게 달게 된 데는 작가 유시민이 던진 뜻밖의 화두 때문이다. 작가 유시민은 최근 목포를 탐방했던 한 케이블 TV 인기 프로그램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 정치지도자의 덕목으로 강조했던 서생의 문제의식상인의 현실감각을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유 작가는 서생의 문제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대중 그분이 가진 상인의 현실감각을 싫어했다. 또 상인의 현실감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분이 갖고 있는 서생의 문제의식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어서 그 두 개를 붙이면 엄청나게 훌륭한 현실정치인으로서의 태도가 되는데 사람들은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유 작가는 더 나아가 그러나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니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거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는 데 너무나 오래 걸렸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이분은 너무 빨리 왔다. 여기 목포에 오면 마음이 아프다로 끝맺는다.

필자는 유 작가가 주목한 서생의 문제의식상인의 현실감각그리고 김대중 이 분은 너무 빨리 왔다, 그리고 시대가 받아들일 수 없었다라는 대목에서 2017년 현재, 500년 전의 토정 이지함 선생과의 연관성을 갑자기 ᆞ떠올리게 됐다. 토정 이지함의 실천적 사회복지사상을 공부 중인 필자로서는 유 작가의 독특한 관점을 무심히 넘길 수가 없었다.  

유 작가가 주목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은 그 시대의 문제점과 본질을 꿰뚫어보는 인본주의 정신과 이를 해결하려는 현실 인식과 행동으로 바꿔 말할 수 있겠다. 이른바 이론과 현실에서 양 극단까지도 수용하려는 중도개혁, 실용개혁론으로 부르고 싶다. 만약 여기에 동의한다면 토정 이지함과 400년 뒤에 태어난 후광 김대중과의 연결고리가 생기는 단초가 열리는 셈이다.

토정 이지함이 태어나기 직전의 연산군에서 중종, 인종, 명종, 선조 초에 숨지기까지 조선 중기는 중앙척신과 지방사림 간의 정치적 갈등과 죽음을 부른 4대사화가 집중되는 극심한 대립기였고 양민에 대한 극심한 수탈과 각종 자연 재해까지 겹쳐, 당시 백성들의 고통에 대해 부모 잃은 고아가 오장에 병까지 들어 죽음이 아침저녁에 있다라는 토정의 표현대로 심각했다.

그 때를 지방권력의 확대를 위한 붕당의 시대, 한국 유학 사상의 완성기, 유교 정신문화의 성숙기로 불려지기도 하지만, 모두 양반 유학자였던 중앙관료와 지방사림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상을 연구하고 누구를 위해 다투고 싸웠는가. 이들에게는 백성들의 고통 해결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더 정확하게는 혈통과 신분이 일생을 좌우하는 시대인 만큼 입으로는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공자맹자의 유학사상을 떠받들지만 현실적으로 백성들은 당연히 그렇게 어렵게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여기는 시대였던 것이다. 심지어 노비 숫자를 셀 때도 사람()으로도 취급되지 않았고 살아있는 입(生口)으로 불리며 노비 몇 구와 말과 소, 돼지 등과 바꾸는 물건으로 취급되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 토정 이지함은 당시 서생의 문제의식으로서 가장 시급한 사회 문제를 백성들의 가난구제로 삼았고 상인의 현실 감각그 실천 방법으로 유교의 공동체 뿌리가 되는 농업을 근본으로 삼되 가난 구제를 위해서는 섬과 바다 그리고 방치된 산야를 활용한 소금 생산과 수산업, 광업과 상업 등 산업의 다양화를 장려하고 더 나아가 해외통상을 통해 나라경제를 일으키자는 과감한 주장을 선조 임금에게 상소를 올린다.

당시 조선이 근본으로 삼고 있는 농업만으로는 가난구제가 어렵기 때문에 당시 말업으로 배척하는 수산업과 광업, 상업을 활성화해 위기에 놓인 농업을 보충해 가난 구제와 나라경제를 살리자는 이른바 본말상보(本末相補)론을 현실개혁 정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토정 이지함이 제시한 시대의 본질을 꿰뚫는 파격적인 주장은 후기 실학사상으로 일부 이어지지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온전히 수용되지 못했으며 가난구제도 하지 못하고 나라경제도 살리지 못한 채 약육강식의 국제무대에서 갈팡질팡 시달리다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게 되면서 500년 조선왕조는 막을 내리게 된다.

당시 양반가 인물로 분류됐던 토정 이지함의 이 같은 상인의 현실 감각적 주장은 중세 조선을 이끌던 양반 유학자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아마 토정 이 양반이 체통도 없이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하고 장사와 이익을 거론하며 천한 것들이 하는 짓에 관심을 쏟는 사이비 유학자또는 무늬만 유학자라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토정의 통찰력 있는 주장은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농업이 근본인 중세 유교관료 시대 분위기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토정의 정책 제안은 그 당시 사회의 주류세력인 기득권 양반들 자신들이 겉으로는 천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큰손 사업자의 뒤를 은밀히 밀어주고 봐주고 거둬들이는 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외면했을 것이다.

물론 당시 토정 이지함은 왕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진 중앙 고급관료도 아니고 1578년 숨지기 4년 전 경기도 포천과 사망한 말년 충청도 아산에서 지금의 시장 군수직을 맡은 일개 6품직 지방 관료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기에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말을 바꿔 토정 이지함과 후광 김대중이 400년 만에 함께 만나 2016년 말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 핵심 권력의 탄핵을 이끌어 내고 새 정권 탄생의 불씨가 됐던 이름 없는 남녀노소들의 촛불집회ᆞ촛불혁명을 지켜보았다면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의미를 정리했을까?

지난 118일 목포대에서는 인문주간을 맞아 목포에서 평생 인술을 펼친 대한민국 외과전문의사 1호로 등록된 고 차남수원장의 아들로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차인석선생의 인문학 초청 강연이 있었다.

차인석 선생은 촛불집회는 국민들의 열정이 모아지고 역사적으로 4.19를 계승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 의미는 정파들마다 해석이 다르고 그 변화를 이끌어가는 이론과 이념으로 결집하는 인문정신으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 의미가 미래한국의 좌표가 되기 위해서는 1960년대 유럽사회 운동 중심에 이론가 마르쿠제가 있었듯이 단순한 외국이론의 차용이 아닌 한국은 물론 인류 보편 특성에 걸맞는 내부 이론의 정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 이제 답은 나왔다. 왜 우리에게는 큰 물음을 던지는 인문학적 사고와 사회변동을 주도하는 이론가와 철학자가 없는지? 이제 숨을 크게 들어 마시고 시대를 앞서 나온 빨리 왔던 선각자들을 한번 되돌아볼 여유를 가질 때가 됐다. 그 여유로움으로 토정과 후광을 되짚어 보자는 것이다.

글 처음으로 되돌아가 필자에게 토정 이지함과 후광 김대중, 400년 만의 만남이라는 제목을 갑자기 떠올리게 했던 유시민 작가에게 다시 묻고 부탁하고 싶다. 유 작가가 세상에서 찾으려는 관점의 출발은 바로 먹고사는 고민과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이다.

그래서 500년 전 토정 이지함의 시대를 앞서 간 고민과 또 수용할 준비가 안 된 시대에 빨리 왔다는 후광 김대중 간의 고민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한계 등 접점을 찾는 데 앞장 서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친김에 서생적 문제의식 관점과 상인의 현실감각적 관점에서 미래 한국의 과제와 해법으로 인문학적 이념과 이론을 제시할 적임자는 요즘 어느 누구보다도 관점에서 자유롭고 여유로움이 한껏 넘치는 유시민 작가가 딱이다.

홍정열 기자 hongpe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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