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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G ‘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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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드디어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이 공개됐다. 

    지난 6월 필립모리스가 내놓은 ‘아이코스’를 시작으로 BAT의 ‘글로’까지 더해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국내 담배 1위 사업자인 KT&G가 드디어 합류한 것이다.

    시장 진입 시기로 볼 때는 3사 중 가장 늦지만 국내 1위 사업자인 만큼 출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릴은 앞서 출시한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할인된 금액 기준으로 기기 가격은 아이코스 9만7000원, 글로 7만 원, 릴 6만8000원이니 가격적으로 부담은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용담배인 ‘핏’의 가격은 4300원으로 책정됐다. 아이코스의 ‘히츠’와 글로의 ‘네오스틱’과 같은 가격이다.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추후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 짓지 않은 만큼 경쟁사와 동일하다.

    선발 제품인 아이코스와 차별화된 점으로 충전 없이 연속 사용이 가능한 점을 내세웠으나 이는 글로에서 이미 먼저 선보인 기술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담배 맛에 관해서는 일부 사용자들에게 불만 사항으로 지적되는 ‘찐 맛’을 상쇄할 수 있도록 캡슐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맛은 개인의 취향 차이인 만큼 이것이 강점이 될지는 두고 볼 문제다. 

    인체 유해성과 관련해서는 실망스럽다. KT&G는 완벽한 검증을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일반담배와 비교해 상당부분 유해 물질이 저감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얼버무렸다.

    임상실험을 놓고도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라며 두루뭉실하게 넘어갔다.

    경쟁사에서 유해성 감소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데 가장 공을 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부끄럽기까지 하다. KT&G가 급하게 서둘러 제품을 출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 초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의 국내 출시를 예고할 때부터 일각에서는 KT&G에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앞서 출시된 일본에서 전체 흡연자의 10% 가량이 아이코스로 옮겨갈 만큼 큰 인기를 얻은 데다 국내에서도 출시 전부터 관심이 높았던 만큼 흥행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코스는 출시 후 예상보다 더 큰 흥행을 일으켰다. 지난 3분기 기준 전체 담배시장에서 전용스틱 히츠의 점유율은 2.5%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하지만 KT&G가 후속으로 전자담배를 출시할 경우 경쟁사 대비 유리한 국내 영업망을 바탕으로 결과적으로 아이코스가 키워놓은 시장에서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시에서 KT&G의 영업망은 경쟁사 대비 확연히 넓기 때문에 전자담배 역시 전국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KT&G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KT&G는 오는 20일 서울지역 GS25 편의점에 한해 릴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판매는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전국 GS25와 CU, 세븐일레븐에서 모두 판매되고 있는 경쟁사 제품보다 오히려 영업망이 적은 셈이다.

    첫 출시 제품이라는 화제성도, 전국 유통망을 갖춘 구매 편의성도, 안전에 대한 탁월한 연구결과 마저도 그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KT&G의 릴이 시장에서 어떤 입지를 갖게 될지 우려의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KT&G 릴이 부디 서두르다 일을 그르친 사례로 남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해선 기자 lhs@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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