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미츠코시’에서 빅5체제로
2012년부터는 경기침체·채널 다변화로 저성장 기조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전경. <사진=연합뉴스>
▲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전경.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국내 유통산업은 100여 년간 빠르게 변화해왔다. 유통시장 전면 개방 이후 기존 백화점·전통시장 중심 이중 구조에서 대형마트, 무점포판매업 등 다변화된 구조로 변화했다. 또 대형업체가 주도하는 기업형 유통으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T커머스t-commerce), 모바일 커머스(commerce) 등이 미래 유통의 트렌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각각의 유통 업태 사업자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불리는 백화점은 채널을 다각화하고 AI(인공지능) 쇼핑몰 만들기에 나섰다. 판매채널 다변화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백화점은 유통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량생산의 확대는 유통업의 발전을 요구하게 되는 데 이로 인해 생겨난 첫 번째 업태가 백화점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 발달사를 살펴본다.

일제 강점기 ‘미츠코시’에서 빅5 체제로

한국에서 유통산업이 본격화된 시기는 일제강점기다. 

조선시대는 사농공사를 중시해 상업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1900년대 일제 강점기 일본 상인들이 백화점을 세우면서 해당 점포가 오늘날의 백화점으로 이어졌다. 당시 조선에는 평안도 청년 박흥식이 세운 ‘화신백화점’과 일본 계열 ‘미츠코시’백화점이 있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본다면 미츠코시 백화점이 먼저 설립됐다. 미츠코시를 한국 최초의 백화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백화점이 나타난 것은 일본의 미츠코시가 1906년 서울에 지점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미쓰코시 지점은 처음 충무로(忠武路) 1가, 현재 사보이호텔 건너편에 있었다. 이후 1927년 신세계 백화점 본점 자리에 현대식 건물을 착공, 1934년 10월에 건물 장소를 이전했다.

당시 설립된 일본 계열 미츠코시 백화점은 해방 이후에도 국내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갔다. 일본 미츠코시는 1945년 해방 이후 이름을 바꿔 운영을 했으나 1962년 동반생명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1963년 7월 삼성그룹이 동화백화점을 인수하면서 신세계백화점이 탄생하게 됐다. 삼성은 같은 해 11월 인수한 동화백화점을 ‘신세계’로 상호명을 바꿨다. 이후 웨스틴조선 호텔을 인수하는 등 다양한 계열사를 운영하며 세를 불려나갔다.

이처럼 신세계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생활수준 향상으로 백화점 산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매출도 급격히 증가했다. 1988년 백화점 총매출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너도나도 백화점을 세우기 시작했다. 때문에 1996년에는 106개의 백화점이 개점됐다. 현재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 AK플라자(애경그룹 계열사) 총 5곳이다.

신세계가 백화점을 세운 이후 현대가 1977년 8월 현대쇼핑센터(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을 세운데 이어 롯데가 1979년 롯데쇼핑센터(롯데백화점 본점)를 세웠다. 이후 1985년 한화그룹은 한양유통을 인수해 1989년 한양백화점 천안점을 개점했다. 이어 애경그룹이 1993년 AK플라자를 세웠다.

3조→29조로 ‘백화점 전성시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백화점 시장은 급속히 확대됐다.

당시 백화점 업체들이 추진한 다점포 전략으로 백화점 산업은 10여 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전체 판매액 역시 꾸준히 확대되는 현상을 보였다.

1990년 총매출 3조6050억 원(46개 점포)에서 1997년 12조6160억 원(124개 점포)으로 매출이 7년 사이 350%나 증가했다. 이어 2002년에는 18조2740억 원을 기록했다. 

2003년에는 17조4420억 원, 2004년에는 16조7000억 원, 2005년 17조1000억 원, 2006년 17조9000억 원, 2007년 19조 원, 2008년 19조8000억 원, 2009년 21조8000억 원, 2010년 24조3000억 원, 2011년 27조6000억 원, 2012년 29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점포당 판매액도 늘었다. 1990년 563억 원의 매출이 1997년에는 1136억 원, 2002년에는 20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저성장 늪 빠진 백화점...마의 30조 벽 못 넘어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꺾인 것은 2012년부터다. 백화점 총매출은 최근 5년간 30조 원을 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 총매출은 2012년부터 29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29조1000억 원에서 2013년 29조8000억 원, 2014년 29조3000억 원, 2015년 29조2000억 원, 지난해 29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감소한 이유는 경기침체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사람들이 늘면서 백화점 산업은 활기를 잃었다. 
 
여기에는 해외직구(해외 직접구매) 영향도 컸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가격이 저렴한 해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한 것이다.

할인점,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한 업태가 생겨난 것도 백화점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판매채널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만큼 백화점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백화점 업계는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복합쇼핑몰, 온라인몰 등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는 가하면,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 쇼핑 도우미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소비자의 발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통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사양산업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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