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성매매 알선 등 악행이 속속 드러나며 당시 초동조치 부실로 질타받은 경찰이 초동수사와 부서 간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실종사건 수사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경찰청은 22일 실종사건 발생 초반부터 범죄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실종자 수색과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실종수사 체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실종·가출신고가 들어오면 초동대응이 실종자 수색 위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범죄 피해를 의심할 정황이 발견되면 실종수사조정위원회를 열어 강력사건으로 전환할지 결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18세 미만 아동과 여성 실종신고를 접수하면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형사, 지구대·파출소가 현장에 공동 출동해 각기 역할을 분담, 실종자 수색과 범죄 혐의점 수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4∼6시간 안에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합동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서별 초동조치 내용을 공유하고 수사 방향을 다시 정리한다. 실종자 발견에 계속 진척이 없으면 2차 합동심의위와 실종수사조정위를 열어 범죄 가능성을 판단한다.

모든 실종사건은 해당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에게 보고하고, 범죄로 의심되는 경우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한다. 강력범죄가 의심되거나 실종수사조정위를 개최한 사건은 지방경찰청장에게도 보고해야 한다.

또 여청수사팀 교대근무에 따른 사건 인수인계 공백을 막고자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수렴, 근무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수많은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이영학의 범죄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의문점이 많다.

이영학의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는 밝혀졌지만, 부인 자살 사건과 성매매 알선 의혹, 후원액으로 사치생활을 해온 정황 등 이번 사건과 연관된 풀리지 않는 일들이 아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13일 이영학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아내 죽음으로 성관계 대상이 없어지자 딸 친구인 피해자를 유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딸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친구 A양이 착하고 이쁘니 데리고 와라"고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결과 유기된 A양의 시신이 나체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고 이영학의 집에서는 성적 도구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영학과 딸 이모양(14)이 시신 유기 과정에서 옷을 벗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A양의 옷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또 이 씨가 지난해 11월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에는 10대 여성에 대한 성적 관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씨의 집에서 다수의 음란기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범행동기가 밝혀지며 부인 최모씨(32)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이영학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지난 2009년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했다가 닷새 만인 5일 자택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최씨의 시신에 상처가 있던 점으로 미루어 이영학이 최씨를 폭행했거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에 대해 내사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에 대처가 뒤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이영학이 '포주' 노릇을 하며 마사지숍을 가장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고, 부인 최씨까지 다른 남성들과 성관계를 갖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의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이 압수한 이씨의 휴대폰을 분석한 결과 휴대폰 계정 클라우드에서 성관계 영상이 발견됐다.

이영학이 '포주' 노릇을 하며 성매매를 알선하고 자신의 부인 최씨까지 성매매에 가담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휴대폰에서 발견된 성관계 영상 중 부인 최씨가 나오는 영상이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달 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성인용품과 컴퓨터, 여러 대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확보했다.

증거물에는 성관계 동영상 수십 건이 나왔다. 그의 아내가 촬영된 영상도 포함됐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성 매수자와 성매매 여성을 모집하고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뒤 성인 사이트에 올려 수익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계자는 "성매매 알선 등 여러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며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영학 성매매 의혹 영상들을 받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후원금으로 호화생활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는 당장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차례대로 이영학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영학이 딸의 희귀병 모금액으로 여러 대의 고가 외제차량을 끌고다니고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튜닝을 즐기는 등 기부금을 사적 유흥에 사용해왔다는 의혹이 이미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씨에게 '어금니 아빠'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와 뜻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씨가 어금니아빠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사연은 '거대백악종' 질병 때문이다. 거대백악종은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자라는 치과계 질병이다. 정확히는 치아 뿌리를 덮고 있는 반투명 또는 백색의 층인 '백악질(白堊質)'이 종양으로 인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씨는 딸과 함께 '유전성 거대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이는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분에 종양이 자라는 병이다.

이 씨는 자라는 종양을 계속 잘라내는 수술을 2년에 한 번씩 총 5번을 받았으며 결국 1개의 어금니만 남았다.

희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딸을 극진히 아끼는 모습 등이 방송을 타면서 '어금니 아빠'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씨는 전과 18범의 무직이었는데 사연이 알려진 덕에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을 출간을 했고 후원금을 받아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딸의 수술비가 너무나 없다. 제발 도와달라. 딸 수술비가 모금될 수 있도록 우리 사연을 많은 곳에 알려달라"라는 글과 딸 명의의 계좌번호를 올린 바 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는 11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 고아원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시 다수의 매체가 몇 차례에 걸쳐 그의 각종 선행을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이영학이 기부금 유용, 살해·유기, 성매매 알선, 소아성애에 이은 총기 소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영학은 고급 리무진을 포함한 총 3대의 차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차량에 총기를 소유하고 다녔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20일 MBN에 따르면 이영학과 중고 직거래를 위해 만났던 시민 박씨는 이영학의 차량 트렁크 쪽에서 짧은 단총 모양의 물건들이 3~4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신장애 2급이자 전과 18범인 이영학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총포소지허가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경찰의 설명이다.

현재 이영학은 여중생 살해, 시신 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추행 사실을 제외한 범행 경위 등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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