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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홍경환 칼럼] 배추보다 못한 적폐청산

적폐청산의 유통기간은 얼마나 될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적폐청산이라는 국민적 염원에 기인하고 있으므로, 적폐청산의 유통기간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끄는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적폐청산 유통기간이 중요한 것은 단순한 대통령 지지율과 상관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년 지방자치선거 성적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므로, 적폐청산의 유통기간은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를 알아보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현시점에서 적폐청산의 수명은 얼마나 소진됐을까?



구글 트렌드를 통해 적폐청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살펴봤더니 올해 5월 대선 당시 정점에 오른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용어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대중들은 촛불과 같은 현상적 용어로 검색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촛불이라는 단어를 추가해서 구글 트렌드를 살펴봤다. 


적폐청산보다 촛불은 대중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적폐청산과 마찬가지로 내리막길로 오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여기서 물음표 하나. 현 시점에서 대중들은 적폐청산과 ‘먹고 사니즘’ 사이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질까?

 
적폐청산, 촛불과 더불어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상징하는 배추라는 키워드를 넣어봤다. 배추에 대한 관심이 김장철 일시적으로 높아지긴 하지만, 일 년 내내 꾸준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배추에 대한 관심이 적폐청산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배추는 40대 이상 주부 계층에서만 관심을 갖는 키워드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맞다. 그래서 현 정부의 주요 지지계층인 20,30세대에게 관심이 높은 키워드 ‘취업’을 추가해 봤다. 



그랬더니 적폐청산과의 격차는 몇 배 더 크게 벌어진다. 취업이란 키워드 또한 배추와 마찬가지로 기복이 없다. 꾸준히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를 봤을 때 취업과 적폐청산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여기서 다시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적폐의 ‘꼭짓점’에 있으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키워드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 △이명박 △취업 등 3가지 키워드로 구글트렌드를 비교해봤다. 


취업이란 키워드가 △박근혜 △이명박과 비교했을 때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격차는 상당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광범위한 세대가 관심을 갖는 △부동산 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이명박근혜’보다 최소 3~4배 이상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현 정부 출범이후 고강도의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등을 내놨지만, 이로 인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더 크게 늘어나거나 또는 반대로 줄어드는 현상도 없다. △취업 △배추와 마찬가지로 유권자인 국민들이 1년 내내 관심을 갖는 사안인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이라는 핫이슈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빅데이터와 여론조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가 6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8%의 응답자들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9월에 실시한 주간동아의 여론조사를 봐도 70%의 응답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정책에 대해 <사회정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적폐청산이 국정과제 1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수치를 해석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사회적 바람직성>인데, 사회적 바람직성이란 설문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이 사회가 옳다고 여기는 ‘정답’을 이야기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익명성이 보장된 여론조사에서 조차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진 백인에게 ‘인종차별 정책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물어보면, 응답자는 사회가 원하는 대답인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대답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로 인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에서 압서는 힐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다. 이런 조짐은 빅데이터를 통해 선거가 실시되기 전 예측된 바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빅데이터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회정의 구현 차원에서 적폐청산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적폐청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 지에 대한 관심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향후 어떤 정국 로드맵을 짜야 할까? 장황한 정국 구상을 펼쳐놓기에 앞서 지금까지 살펴본 빅데이터와 여론조사가 주는 함의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첫째, 국민들은 적폐청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둘째, 국민들은 적폐청산보다 삶의 문제에 대해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셋째, 종합해보면 국민들은 반칙과 특권이라는 적폐 때문에 삶이 피폐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적폐 청산을 통해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를 원한다. 

결국 적폐청산은 목적이 아닌 수단인 것이다. 국민의 삶을 한 단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적폐청산을 지지하지만, 내 삶과 관련이 없는, 라면과 쌀이 나오지 않는 적폐청산 정국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의 관심은 지금보다 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굉장히 단순 명료해진다. 정부와 여당은 단순히 적폐청산을 목청껏 외칠 것이 아니라 적폐청산이 어떻게 내 삶을 바꿔줄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그리고 상세히 설명해줘야 한다. 정국 아젠다 및 홍보 기능이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야당 또한 마찬가지다. 여당과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적폐 청산 반대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여론조사를 보면 적폐청산에 대해 반대할 경우, 부정부패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국민들이 적폐청산보다 일자리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국민들은 적폐 때문에 내 삶이 피폐해졌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야당이 가져가야 할 프레임은 <내 삶이 바뀌지 않는 적폐청산 vs 내 삶을 바꿔주는 적폐청산>인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자못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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