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부담 증가시킨 ‘통상임금 1심 선고’ 후폭풍

기아자동차는 21일 “9월 25일부로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기아차는 ‘근로자 건강’ ‘장시간 근로 해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 생산량 조정’ 등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달 31일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1심 선고의 영향이 근무 체계 변경의 결정적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늘어나면서 사측으로서는 부담을 그나마 줄이려면 아예 수당이 지급되는 작업 자체를 축소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013년에 기존 ‘10+10시간 주야 2교대’의 심야 근로를 크게 줄여 ‘8+9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바꾼 뒤, 2017년부터 30분 잔업을 포함한 ‘8+8시간 근무제’를 운영해 왔다.

기아차는 9월 25일부로 잔업중단 및 특근 최소화 입장을 전격 발표함으로써 추가적인 근로시간 및 심야근로 축소를 통한 근로자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중단되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총 30분이다. 근무시간은 기존 1조 7:00∼15:50, 2조 15:50∼00:50에서 1조 7:00∼15:40, 2조 15:50∼00:30으로 변경된다.(광주공장 기준)

2조 종업시간은 기존 야간 12시 50분에서 12시 30분으로 변경, 심야 근로시간이 20분 단축된다. 

기아차는 또 정부와 사회적 이슈인 장시간 근로 해소 정책에 적극 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 및 장시간 근로 해소는 세계적인 추세로 현 정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기아차는 이번 잔업 중단 및 특근 최소화 결정은 이와 같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장시간 근로 해소 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종업원의 건강권 향상과 더불어 체질 개선을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판매 부진에 따른 기아차의 재고 증가도 잔업 중단 결정의 한 요인이 됐다. 지난 3월 이후 시작된 사드 여파와 치열한 경쟁 등이 겹쳐 재고가 늘었고, 재고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올해 7월까지 기아차 중국 누적판매(17만2674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었다. 미국 시장까지 판매 감소, 수익성 하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력 등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전체로 현재 연 900만 대 이상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올해 글로벌 판매가 700만 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만 대 이상의 '과잉 생산 여력'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아차 잔업·특근 축소가 이런 생산 라인 구조조정의 시작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기에 겹친 ‘통상임금’ 이슈가 ‘잔업 중단·특근 최소화’ 결정에 못을 박았다.

지난달 말의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따라 장부상 약 1조 원에 이르는 손실 충당금을 쌓으면, 기아차는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통상임금 1심 소송 판결 이후 잔업 및 특근 시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법원 최종심 결과에 따라 과거 분을 지급해야 할 뿐 아니라, 향후 미래 분은 특근, 잔업 유지 시 기존보다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판매부진, 재고증가 및 영업이익 지속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더해 통상임금 영향 등으로 기아차의 위기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어 원가 경쟁력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

기아차는 향후 특·잔업 과다공정 등에 신규 채용 및 교대제 개편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도장공장 배합실, 소방안전, 폐수처리, 안전순찰 등 필수근무자 및 감시감독 근무자와 일부 생산특근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공정 근로자의 직무 개선, 순환근무제 도입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특근, 잔업이 불가피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필수근무자’, ‘일부 특근 과다 공정 근무자’ 등에 대해 신규인원 채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교대제 개편, 직무 개선 등 다양한 대안 마련을 통해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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