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경험 쌓은 신군부, 점령군의 태도로 광주시민을 외국인처럼 다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는 광주시민을 ‘국민’이 아닌 ‘베트콩’처럼 인식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비밀문서를 CBS노컷뉴스가 입수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정보국이 1980년 6월 11일에 만들어 본국에 타전한 ‘한국인에게 공개 금지(NOT RELEASEBLE TO KOREAN NATIONAL)’라는 꼬리표의 2급 비밀문서에는 복수의 한국군 내부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광주에서) 한국군의 동떨어지고 잔인한 처리는 현 군부의 실세인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이 모두 베트남전에서 실전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미 합동참모본부와 태평양사령관 등 미국 군 당국은 물론 국무부 장관과 CIA에게도 전달된 이 문서에서 한 정보원은 광주를 베트남에서 미군이 양민을 학살한 마을인 ‘미라이(MY LAI)’에 빗대 ‘한국의 미라이’라고 했다. 이처럼 신군부가 잔인한 방법을 사용한 배경에 대해 “그 이전의 선배 장교들과 달리 군 수뇌부들이 베트남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라며 “한국군이 점령군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마치 광주시민을 외국인처럼 다뤘다”고 했다.

이 정보원은 “총리마저 당시 담화에서 광주 시민들에게 ‘한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하였다”며 “이 담화는 당시 전라남도를 별개의 집단으로 간주하던 계엄사령부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만약 시민들이 다시 서울 등 여타 대도시의 길거리로 나왔을 때 공수부대를 필두로 한 군부의 진압이 광주에서처럼 가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정보원의 증언에 따르면 “군대가 배치된 후 학생 시위의 규모는 300명 정도로 아주 작았고 군대를 만나자 도망치려 했지만 한 학생 지도자가 포위된 채 대검에 찔렸다”며 “도망쳤던 다른 학생들도 군인들이 추적하여 집에까지 들어가 끌고 나온 뒤 구타하고 체포했다. 한 식당 주인은 학생들을 숨겨주다가 총에 맞았고 식당은 불에 탔다. 이러한 사건이 빈발하자 그전까지 집에 있던 광주 시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이 광주의 시위가 확산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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