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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김연철 교수 "북핵, 합리적 해법 위한 정부 부처와 민간까지 아우르는 소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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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문제 '보수적 프레임'과 '무능 프레임'의 이중성 읽을 수 있어야"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8월 18일 북미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김연철 인제대 교수를 모시고 인터뷰를 가졌다. 북한의 화성-14호 시험 발사 이후 미국의 선제 타격 가능성 언급과 이에 대한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 군사충돌 위험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김연철 교수는 이러한 상황 전개가 우리 정부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우리 정부의 동의 없는 군사행동은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를 구채화 하기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최근 사드 배치문제를 둘러싼 한중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중미 3자회담을 제의했다는 일부의 보도에 대해서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 한 시점에서 중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 지적했다. 김연철 교수는 북핵문제나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깊고 넓게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하고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보인 합리적 해법 모색 과정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이울러 '북한 붕괴론'이란 허황된 시각에서 벗어나 '평화'를 바탕으로 시살상의 통일로 나아가려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기본적 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 정권이 바뀌고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해진 것 같다. 특히 지난 7월 북한이 화성-14호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후 급격하게 고조된 북미간의 긴장상황이 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계신지? 

     북한의 전략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북한의 핵미사일 움직임이라는 것은 서로간의 관계의 성격에 따라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고 대체로 그 속도를 늦추거나 다른 해법을 모색할 기회들이 과거에 좀 있었다. 2015년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고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상황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기회들이 있었는데 그런 기회들을 살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일단 핵 억지력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은 여러 가지 상황변화를 고려했을 때,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도 '최대 압박과 관여'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관여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제기가 없는 상태에서 최대의 압박만 지속이 되다 보니까 북한도 최대 억지로 대응을 하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까 당연히 남북관계가 들어설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되는 그런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문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누구도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은 못 한다’고 못 박고 북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렇지만 구체적 방법 제시는 없고 원론적 수준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 발언의 의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을 때도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방어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부분들도 고려의 대상이었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론'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군사작전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기도 했다. 미국은 냉전시기에는 한반도에서 상황 관리자로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대화를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이고 그런 부분들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에서 국내적으로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요구들이 적지 않았고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이 발언을 한 것이 작금의 정세에 비추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고 원칙을 얘기하셨는데 이 원칙을 좀 더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 시간을 두고 이야기해야 한다.

    -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연례적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히고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중요한 것은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훈련이야 군대를 가진 국가들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고, 최근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상적으로 군사훈련이라는 것은 상대가 침략을 했다고 가정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에 대해 방어를 하는지 이런 여러 가지에 대해서 훈련하는 것인데,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군사훈련이 방어적인 성격에서 공격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무력에 대한 과시가 잦아졌고,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수시로 출현한다든지 하면서 여러 가지 군사훈련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진 것 같다. 문정인 교수께서도 비슷하게 말씀하셨는데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문제는 조금은 차원이 다른 셩격일 것이다. 그 보다는 2010년 이전으로 훈련의 내용과 규모를 통상적인 수준으로 정상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꼭 현재의 정세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보다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너무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 오래 지속되었고, 그렇다보니까 더욱 상승이 되는 측면이 있고 그래서 이 국면을 전환할 필요성은 있는 것이다. 북한이 거론한 '괌 포위사격'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현재 정세에서 가장 중요하다. 현재 '말 차원'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군사훈련의 형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북한에 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이 정세를 전환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 오늘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주한미군을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서 파장이 클 것 같다. 어떻게 보시는지? 

     현 정세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 구조, 이런 부분도 하나의 변수인 것 같다. 과거 미국 정부와 비교해 봤을 때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롭게 등장한 변수인데 트럼프 정부 6개월이 지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중요한 직책들이 임명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 같은 경우에는 장관도 중요하고 부장관도 있지만 국무부는 기본적으로 지역담당 차관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지역담당 차관보가 거의 임명되지 않았고, 특히 북핵 문제나 동북아 문제에서의 중요한 현안들을 결정하는 직책인 동아태 차관보가 아직도 임명이 안 돼서 공석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나오는 여러 발언들은 대행체제의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행체제의 특성이라는 것은 인선이 늦어지다 보니까 대부분 중요한 직책들이 대행체제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지금 동아태 차관보도 대행이고, 주한 미 대사도 대행이고, 여러 가지 국무부의 전체적인 인사 자체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까 대행체제의 특성상 새로운 것을 결정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기존의 원칙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잘 안 된다. 무슨 얘기냐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하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실무부서에서 충분히 정보 공유와 구체적 협의가 이루어져서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어야 하고 대통령의 발언, 연설문, 기자회견등에서 한 발언들이 곧 정책인데 그런 과정과 무관하게 트위터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하면 결국은 그런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지금 국무부라든가 국방부, 안보보좌관 이런 라인에 있는 분들과는 한미간에 실무적인 협의가 되는 것 같은데 정책 결정에 있어서 대통령이나 어제 오늘 문제가 되는 스티브 배넌의 발언 등은 조율되지 않은 상태로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도 이런 발언들이 어느 정도 상충하는 측면도 많다.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북한의 입장에서도 어떤 것이 미국 정부의 진짜 신호인지를 판단하기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이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미간에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매우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 것 같다. 우려되는 것은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우리도 북핵 문제나 한미관계에서 이러한 변수를 염두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추가적인 변수라 생각한다. 

    - 다음 주에 을지포커스 훈련이 예정되어 있어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을지훈련이 봄철의 키 리졸브 훈련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당분간 잡혀진 일정이 대통령께서 9월 초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야 한다. '동방경제포럼'에 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주장해 왔던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이를 구체화 할 남·북·러 사업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8월21일부터 시작되는 을지 포커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다가올 동방경제포럼과 잘 연결해서 판단해야 할 것 같고, 10월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10.4 공동선언 10주년인데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 10.4 공동선언 1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이런 부분들을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될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다가올 평창동계올림픽이다. 6개월 정도 남았는데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롭게 치르기 위해서도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당장 치러질 한미군사훈련 부분은 이후 정세를 고려해서 어떻게 잘 넘기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을지훈련은 야전훈련 보다는 기본적으로 지휘소 훈련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 최근에 청와대에서 확인해 주지는 않았지만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중 3자회담을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제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면 우리가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인데 조금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제안을 했다면 그 이유는 결국에 사드 문제를 갖고 미·중간 틈바구니에서 이대로 피해를 감수하기 보다는 난관을 적극적으로 돌파해 보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드문제는 결국은 미·중간에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한데 우리 정부의 그런 제안이 현실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일단은 사드 문제의 진도를 멈췄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그 제안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진행을 하겠다고 한 상태에서 과연 중국을 얼마만큼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큰 틀에서 본다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과 사드 배치 문제는 상충이 된다. 결국에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인 해결, 평화적인 해결은 우리 혼자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6자회담이든 4자회담이든 여러 가지 형식으로 외교적 해법의 필수적인 것인데 그 외교적 해법을 풀어가는 데는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결국 6자회담으로 갈 경우는 중국이 의장국 이기 때문에 6자회담을 재개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외교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중국도 북핵 문제에 대해서 합의를 모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중국이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중간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협의해야 할 내용이 굉장히 많은데 사드 배치를 추진하기 시작하면 결국은 한·중간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협력은 쉽지가 않아지게 된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사드 문제를 단순한 한의 무기체계의 반입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사드 문제를 동북아 지역 균형의 파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북핵 문제도 동북아 지역 균형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지만 사드 문제도 중국으로서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지역 균형 변화의 전환점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결국은 사드 문제가 북핵문제의 외교적인 해결과정에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한·중간이 협의해서 북한을 설득하고 풀어야 하는데 중국은 사드 문제를 갖고 거꾸로 북·중간에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게 되면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나.

    - 그런 점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정부가 사드 4기 추가배치를 앞당기겠다고 밝힌 것은 전략적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고 우려할만한 대목이라는 지적이신지?  

     북핵문제의 외교적인 해결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한·중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어려우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적인 카드라는 것이 결국은 한·미관계밖에 남지를 않는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트럼프 정부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바람직한 대안을 우리가 말할 수 있을 것이냐,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은 북핵 문제 자체가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고,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동원할 수 있는 가용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인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우리가 가동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져야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드 문제는 선택을 좁히는 부분인데 이 문제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 된다. 

    - 북한은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는 대화를 할 의사가 별로 없고 미국과의 직접 담판에 매달리는 것 같다. 이 경우 ‘코리아 패싱’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코리아 패싱'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패싱이라는 것은 결국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논의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은 성립되기 어렵다.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미국이 해결할 수는 없다. 90년대 이후에 남·북·미 삼각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데 북한도 일종의 '선미후남'이라는 관성적인 사고를 가진 것 같다. 그것은 역사적으로나 현재의 상황으로 보더라도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북한이 본인들이 가진 억지력의 근거라는 것이 군사적인 공격 가능성에 대한 대응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원칙적으로 얘기하면 관계인데 관계가 악화되면 서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고 그 공격적인 태도에 대해서 자기들이 억지를 갖겠다고 하는 것이어서 아시다시피 이 관계에서는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중요하다. 결국에는 북한과 미국이 남북관계를 풀 수는 없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구조를 미국이 결정할 수는 없고 그것은 당연히 남·북·미 삼각관계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고 이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많은 검증이 되었다. 지난 1990년대 핵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예를 들어 94년 제네바 합의 같은 경우에도 일각에서는 '통미봉남'이라고 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협의하고 김영삼 정부는 돈만 냈다는 것인데 그것은 아주 피상적인 시각이고 결국에는 우리가 경수로 비용을 부담하면서 북한과 관계를 풀어 나갔다. 좀 더 좋은 사례는 1990년대 후반에 페리 프로세스라고 부르는 김대중 대통령, 클린튼 대통령, 월리엄 페리 장관, 임동원 장관이 서로 충분히 협의해서 북한을 설득했고 남·북·미 삼각관계에서 남·북, 북·미, 한·미 서로 선순환을 해서 결국을 문제를 푼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삼국 양자관계가 돌아가야지 문제가 풀린다. 그런데 이게 '코리아 패싱'이든 '통미봉남'이든 남북관계를 배제하고 나머지의 양자관계만으로는 돌아갈 수도 없다. 한국을 배제한 회담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지속될 수 없고, '코리아 패싱'은 다분히 정치적 용어라고 생각하고 외교적 현실과는 무관하다고 본다.  

    - 문재인 정부에서도 남북관계의 가시적인 변화는 없었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도 북한은 김련희 등의 송환이 이뤄지기 전에는 불가하다고 하고 있다. 우리 측에서 과거 정부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큰 틀에서 보면 많은 분들의 기대가 있다 보니까 기대감에 대한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변명하면 일단 관계가 나빠지는 것도, 좋아지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고 한 번에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빨리 나빠질 수 있는데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김대중 정부 때를 떠올리면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했는데 사실 1998년, 1999년 때는 굉장히 어려웠다. 차관급 회의도 무산될 정도였는데 그것은 김영삼 정부 때 악화된 남북관계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개선하는데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시다시피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우리가 남북관계 제로 시대라고 얘기할 정도로 모든 채널이 끊어진 상태이고 교류와 협력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도 남북관계를 진전시켰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 시절보단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 시킬 것이라 기대하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고, 북핵 문제도 과거보다 훨씬 악화됐기 때문에 시간과 절차,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고령의 이산가족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루기 어렵고 이산가족 문제는 1세대의 한과 관련된 문제여서 해결해야 할 시점이 정해져 있다. 그분들이 살아계실 때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우선적인 과제로 제기를 했고 지금 북한의 여러 가지 요구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부분은 당장 지금은 풀리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는데 대화가 이루어지면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 남북관계에 대한 경험을 축척해 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지금 이 문제를 담당하고 주도하는 분들은 한·미관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람들로 포진되어 있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고 국가안보실, 국정원, 통일부 등에 나름대로 남북관계를 풀어본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대통령께서 그런 우려 부분에 대해서 원로들과 소통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고, 오히려 걱정되는 부분들은 정치권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다 보니까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고 그런 여론을 중시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 남북관계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외교라는 것도 국내정치를 무시할 수 없는데, 다만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은 단순하지 않아서 그 여론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을 되돌아 본다면 김영삼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여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항상 여론조사 결과를 따랐지만 결과적으로는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무슨 얘기냐면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은 이중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보수적인 여론이 70~80% 이상 압도적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도 북한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이 많을 것인데 이것만 바라보면 안 되고, 남북관계를 풀지 못하면 위기가 고조되고 위기라는 것이 금융시장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안보 분야의 위기는 국내정치의 여러 가지 성과들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크다. 그러면 결국 정세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많은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비판은 정부를 향하게 되어 있다. 정부는 뭐하고 있었느냐, 정부가 이런 상황을 왜 극복하지 못했느냐, 결국은 정부에 대한 일종의 '무능 프레임'으로 바뀐다. 그래서 항상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은 '북한에 대한 보수적 프레임'과 '정부에 대한 무능 프레임'에서 왔다 갔다 한다. 김영삼 정부는 뒷부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부분만 쫓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중적인 여론에 편승하게 되면 결국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단기적으로만 보지 말고 긴 시각에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서 보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여론과 상충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국민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고 이것을 보지 못하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 교수님께서 '협상의 전략'이라는 책을 쓰셨는데 외교적인 협상이란 측면에서 살펴보면 서 성공적인 사례도 있고, 좌절한 사례도 있었을 것이다. 남북문제와 북핵 문제도 결국은 외교적으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텐데, 유사한 사례나 교훈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요새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아무래도 유사점에 있어서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사례로 든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저는 기존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루는 책들과는 다른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당시 미 백악관의 정책 결정 구조인데 특히 정부 안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서 정책 결정 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케네디 대통령이 이끌었던 열린 토론이 의미가 있고 교훈을 먿을 수 있다고 본다. 그 당시 미국의 군부는 군사적 차원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 선제공격이 효과적이라 보았는데 케네디 대통령은 그런 주장들이 제기됐을 때 선제공격을 했을 때 초래될 결과들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하도록 했다. 케네디 대통령 정책 결정 구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군의 주장에 대해서 계급이 훨씬 낮은 소령이나 중령들도 반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대통령이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에서 정보가 상충되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정보를 잘 선별해서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경직되지 않고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정부의 부처간에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결국은 정부가 가진 모든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것과 더해서 민간의 지혜들도 다양하게 서로 협의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집단지혜가 필요한 부분인데 그런 차원에서 소통이 대단히 중요하다. 소통하는 것은 올바른 대안을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소통 과정 자체가 설득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이고 공감을 모으는 과정인 동시에 지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결과에만 책임을 질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만들어 가는데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 지금 우리가 처한 북핵 위기와 막혀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문제가 단순히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말씀인 것 같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까지도 전체적인 집단지혜를 모아내는 과정을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정부가 길고 넓게 봐야 한다. 길게 봐야 하는 것은 북핵 문제는 이미 30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악화됐던 과정이 있고 개선됐던 과정들도 있다. 그때 사용했던 정책의 수단에 대해서 우리가 지금은 객관화해서 평가할 수 있다. 그런 평가를 통해서 과거 경험에서 지혜를 얻고 달라진 환경들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그런 차원에서 잘 살펴본다면 답이 나올 것이다. 넓게 보아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남북관계로만 볼 문제는 아니고 동북아 지역 질서에서 우리가 외교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넓게 고려하고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분야별로 보더라도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가 서로 얽혀서 연결되어 있다. 상호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 그것까지도 고려하면 대응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 이제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발상들이 확산되는 것 같다. 추상적으로 통일만 거론하기 보다는 평화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이 확산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는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문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오직 평화라는 개념인데 이것은 통일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것이다. 통일에 대한 개념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실상의 평화, 사실상의 통일이라는 개념을 썼다. 이것은 무었을 의미하느냐 하면 법, 제도적인 통일보다는 사실상의 통일, 결과로서의 통일보다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통일개념과는 극적으로 대비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결과로서의 통일만 강조하면서 과정으로서 대립을 심화시켰고, 그것은 사실상 통일로 나아가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키는 굉장히 잘못된 발상이었다. 결과로서의 통일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북한 붕괴론'을 전제로 한다. 사실상의 통일이라는 입장은 서로 공존을 전제로 지금 현재의 문제점, 군사적인 긴장 문제라던가 평화정착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경제협력의 기회도 많아지게 만들자는 것이다. 또 이산가족 문제 등 여러 가지 인도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개념은 '사실상의 통일'을 염두에 둔 개념에 맞추어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붕괴론도 아니고 인위적인 통일도 바라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가졌던 기본적인 통일 원칙을 다시 복원시켰다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은 도둑처럼 온다고 얘기했는데 그것은 '북한 붕괴론'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금 연설문에 나오는 표현들은 그게 아니고 통일은 만들어 가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인 목표는 평화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이명식 기자 ejlee@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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